섬세한 영상미와 아련한 감성, 주인공이 가진 특별한 능력

[프리뷰] 영화 '날씨의 아이' / 10월 3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15 [09:30]

섬세한 영상미와 아련한 감성, 주인공이 가진 특별한 능력

[프리뷰] 영화 '날씨의 아이' / 10월 3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10/15 [09:30]

▲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 (주)미디어캐슬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3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치 못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편에서 보였던 특유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장편에서는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항상 아쉬움을 남겼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선보였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강한 여운은 좋지만, 서사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던 그의 작품세계는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019년, 신카이 마코토는 다시 한 번 본인만의 상상력과 감성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날씨의 아이>는 기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이 보여준 장점들을 모두 선보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너의 이름은.>의 성공은 그에게 큰 부담을 안겼고 그 부담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확고한 세계관을 구축한 뒤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감정을 피어나게 만드는 이 영화의 구성은 역시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탄을 이끌어 낸다.

 

▲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도쿄에 한 소년이 도착한다. 가출소년 호다카는 도쿄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자신의 힘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자 우연히 배에서 만난 생명의 은인 스가에게 연락하게 된다. 스가가 운영하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업하게 된 그는 이곳에서 날씨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날씨 아이'에 대한 소문을 취재하게 된다. 그런 호다카 앞에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가 나타난다.

 

남동생과 단 둘이 사는 히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당한 그녀는 나쁜 일에 휘말리게 되고 호다카의 도움으로 그 위기에서 벗어난다. 히나는 자신에게 비를 그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리고 호다카는 히나가 '날씨 아이'임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날씨를 맑게 만들어 주는 사업을 하게 되고 호다카와 히나는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히나의 능력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감독의 전작들이 지닌 장점들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상상력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1인 제작으로 이름을 알린 두 편의 단편영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 <별의 목소리>는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예기치 못한 감성을 보여주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한 여성의 사랑과 이별을 바라본다는 점이, <별의 목소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메카닉 장르에 시간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날씨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날씨 아이'라는 설정은 일상물이 주는 잔잔함 속에 색다른 매력을 더한 판타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너의 이름은.>이 그러했듯 일상에 기반을 둔 판타지는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주는 매력을 선사한다. 호다카가 일상에서 히나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는 판타지의 설정이 애틋한 마음을 더욱 강화시키며 진한 여운의 힘을 강화한다.

 

▲ '날씨의 아이'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두 번째는 작화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은 섬세한 감수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작화로 명성이 높다. <초속 5센티미터>의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의 경우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작화를 통한 연출이 가장 돋보인 작품 중 하나가 <언어의 정원>이다. 고독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비 오는 날 고백 장면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주는 스펙타클한 느낌과 말하지 못한 진심을 터뜨리는 듯이 터지는 빗방울의 모습을 통해 감정을 격화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비와 구름 위의 세상을 그린 작화는 이런 감정적인 격화를 이끌어 낸다. <너의 이름은.> 이후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달라진 세상의 분위기를 느꼈다는 신카이 마코토는 두 주인공을 평범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호다카는 가출을 했고 히나는 부모님이 없다. 이는 기존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설정으로 청춘들이 느끼는 고통과 고독을 담아냈다 볼 수 있다.

 

작품에서 빗방울은 눈물과 같다. 호다카와 히나가 느끼는 슬픔은 때론 격렬하고 때론 칙칙한 비로 표현된다. 그래서 비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떠오르는 장면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미소와 같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어우러진 구름 위의 세상을 표현한 장면은 판타지 장르가 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두 주인공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화를 통해 감정을 이끌어 낸다.

 

세 번째는 특유의 감성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는 사랑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감정은 첫사랑과 간절함이다. <너의 이름은.>은 서로의 몸이 바뀌었지만 만날 수 없는 두 주인공을 통해 이런 간절한 첫사랑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런 공감은 일본에서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라는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날씨의 아이'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신카이 마코토가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여전한 상상력과 감성을 선보였지만 이 장점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되지 못했던 이유는 감성을 더 깊고 강한 여운으로 이끌어 내는 스토리의 탄탄함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나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은 <별의 목소리>에서 선보였던 SF 판타지의 상상력을 동원했지만 장편에 맞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이는 <초속 5센티미터>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작품이 지닌 작화와 감성은 인상적이었지만 이를 강한 여운으로 이끄는 스토리가 부족했기에 화면이 주는 뮤직비디오의 느낌과 시적인 감상만이 돋보이는 아쉬움을 남겼다. <너의 이름은.>을 통해 인물 사이의 관계와 세계관의 설정, 탄탄한 에피소드의 연결을 선보이며 단점을 보완했던 신카이 마코토는 이번 작품에서도 흥미를 이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관계를 연결해 나가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호다카가 도쿄에 와서 만난 인물들과 그들의 특징,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복선이 되어 결말부를 향한다는 점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가질 수 있는 스토리의 약점을 보완해 준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호다카와 히나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고 두 사람의 만남과 운명,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더욱 격화시키며 호다카가 느끼는 첫사랑과 그 간절함을 짙은 여운으로 이끌어 낸다.

 

신카이 마코토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한계점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너의 이름은.>에 이어 <날씨의 아이>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준비를 끝마쳤다. 깊은 여운과 흥미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마음을 적시는 신카이 마코토의 섬세한 영상미와 아련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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