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0/15 [10:08]

'벌새',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유수미 | 입력 : 2019/10/15 [10:08]

 

  *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벌새> 스틸 이미지  © 네이버

 

 

스트레스 받아’, ‘벗어나고 싶어은희는 가요 하나를 틀어놓은 채 거실 바닥을 있는 힘을 다해서 방방 뛰어댄다. 학교에서는 노래방 대신 서울대 간다!”를 외치라고 강요하고 집에 있는 오빠는 자기를 때리기도 하며 남자 친구 지완이는 은근 속을 썩인다. 평범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은희는 작은 탈출구를 찾는다. 친구와 함께 타는 방방, 수업시간 몰래 그리는 만화 그림,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클럽 말이다

 

영화 속 은희의 삶에서 굴곡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도 불행을 맛보고 나름의 일탈을 찾는다. 어쩌면 은희라는 캐릭터는 과거의 나든 현재의 나든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벌새> 스틸 이미지  © 네이버

 

14, 굴곡지다면 굴곡진 삶을 사는 은희 앞에 우연히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새로운 선생 영지가 등장한다. 언니도, 오빠도 은희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영지야말로 은희를 진심으로 토닥여주고 조언을 해준다. 그런 영지의 모습에 은희는 영지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된다.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펴봐. 그리고 움직이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손가락은 신기하게도 움직여져.” 영지가 은희에게 건네는 대사이다. 큰 이벤트가 아닌 소소한 진심일 뿐이지만 이런 영지의 대사들은 은희의 마음속에 정착해 위로를 건넨다. 백사람의 명언이라도 한 사람의 진심어린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라며 은희는 영지에게 기대의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간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무너진 성수대교로 인해 은희는 영지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무너진 성수대교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지만 은희는 결코 펑펑 울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마음이 갈 때마다 감정을 방출해왔다면 영지의 부고 후에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렇게 은희는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영지와 얘기할 수 없지만 영지의 말들은 은희의 마음 한켠 속에 두고두고 남아 존재한다.

 

▲<벌새> 스틸이미지  © 네이버

 

마지막 장면, 은희는 아이들 틈에 껴서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다. 슬픔을 겪은 게 엊그제 같지만 또다시 새로운 인연을 찾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은희. 새가 둥지에서 빠져나와 날갯짓을 하듯 은희 또한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학년을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시종일관 역광이던 은희의 얼굴에 정면으로 해가 비추는 모습은 앞으로의 삶을 또 은희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것만 같다.

 

 

[씨네리와인드 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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