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의심 사이의 줄다리기', 이옥섭 감독이 말하는 ‘메기’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1/11 [10:36]

'믿음과 의심 사이의 줄다리기', 이옥섭 감독이 말하는 ‘메기’

유수미 | 입력 : 2019/11/11 [10:36]

 

117() 필름포럼에서 정가영 감독의 진행으로 열린 <메기> GV에 이옥섭 감독이 참석해 작업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모더레이터 정가영 감독의 톡톡 튀는 진행과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궁금증은 화기애애한 GV 현장을 만들어주었다.

 

 

이옥섭 감독의 <메기>(2018)는 의심과 믿음 사이의 갈등을 발랄한 이미지로 묘사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를 아우르며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코미디적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시킨 <메기>. 관찰자 시점으로 등장하는 메기의 목소리, 1인칭 시점의 카메라 구도, 교차편집 등으로 인해 영화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메기> 관객과의 대화 현장  © 유수미

 

이옥섭_ 9월부터 시작해서 2달 동안 쭉 GV를 해왔다. 이러한 시간들이 있어서 다음 작업 때도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1월 초에 IPTV로 영화가 소개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정가영_ 첫 장편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나.

 

이옥섭_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쓰게 됐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를 우회적으로 다뤄보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몰래 사진이 찍히기도 하고 숙박업소나 화장실에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지 않나. 불안은 항상 느껴왔던 거고 이러한 일들이 일상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됐다. 처음부터 이런 스토리를 써야지.’ 라는 생각으로 쓴 것은 아니고 스토리를 다 쓰고 난후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가영_ 차를 운전하면서 싱크홀 구경해도 돼요?” 라는 대사를 던진다. 출연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옥섭_ 영화는 작자의 세계를 훔쳐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건 감독의 세계를 훔쳐보는 거고 감독은 훔쳐보는지 모르고 영화를 하고 있는 거다. 만드는 사람입장으로 이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구경해도 돼요?” 라고 얘기해보고 싶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했고. 모니터를 차안에 실어야 돼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도 있다.

 

▲ <메기> 스틸 이미지  © 네이버

 

Q. <메기>에서 가장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

 

이옥섭_ 친구 이모가 화가인데, 이모 전시회에 간 친구가 이모가 그린 그림 중에 뭐가 제일 좋아?” 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꼽을 수 없다고 하시면서 얘들이 들어.” 라고 얘기 하셨다고 한다. 지금 질문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다만 캐릭터 구축 시 윤영이라는 인물이 수동적인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게끔 주의를 기울였다. 초반에 엑스레이 사건으로 인해 남자친구가 그만 두자고 해서 사직서를 쓰지만 자기가 직접 그만 두려고 하는 능동적인 느낌들을 넣었다.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여성상을 그려내고 싶었다.

 

Q. 의심을 하고 있는 사람은 윤영이다. 반대로 성원은 반지 사건을 겪으면서 만약 너도 오해를 부풀리고 있다면 바늘로 찔러주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을 했다. 그런데 성원이 구덩이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옥섭_ 지금까지 GV를 하면서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 관객 분들이 풍부하게 느끼실 수 있는 것을 납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래도 말씀을 드리면 윤영과 성원에게 거리감을 줘서 서로를 찢어놓고 싶었다. 더불어 윤영의 마음의 무너짐을 싱크홀이 생긴 것으로 비유하여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이는 성원이 죽었다고 믿고 어떤 이는 성원을 꺼내놓고 가겠다고 하는 것처럼 자기가 느끼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진을 감지해서 메기가 뛴 게 아니라 메기가 뛰어서 지진을 일으켰을 수도 있지 않나. 정답은 없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결말로 생각하면 좋겠다.

 

▲ <메기> 스틸 이미지  © 네이버

 

Q. 가해자 입장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성원의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고 모든 웃음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 지점에 대해 괴리가 있지는 않았나.

 

이옥섭_ 성원이 여기에서 얼굴이 참 많다. 싸늘한 느낌이 있는가하면 여자 친구를 엄청 생각한다. 윤영이는 마음정리를 했지만 믿고 싶었기 때문에 성원을 찾아 간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만약 나쁜 사람이었으면 생각나지도 않았을 테고 흔적을 태워버리면 그만이니까 영화로 만들지 않아도 해결 됐을 것 같다. 어떤 한 사람에 대한 혼란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캐릭터를 그려냈다.

 

Q. 경진, 성원의 캐릭터를 보면 두 인물 모두 과거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사건들로 배치시키지 않고 왜 과거를 가져왔나.

 

이옥섭_ 트라우마에 갇혀있던 경진은 윤영을 만나서 더 나은 상태가 되고 둘의 관계는 고민도 서슴없이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성원은 과거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해서 이렇게 된 것처럼 그를 보면 현재를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계적인 부분으로 인해 인물들의 과거를 넣었다. 어떤 사람을 생각할 때 현재도 중요하지만 과거로 그 사람을 많이 고민하게 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다.

세 인물 중 윤영이만 과거가 없고 현재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 88분 동안 겪은 일이 윤영의 과거가 되어서 앞으로의 삶이 이일을 겪기 전보다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메기> 스틸 이미지  © 네이버

 

Q. 메기가 지진을 일으킨다는 일본의 타케미카즈치 신화가 있는데 알고 쓴 것인가. 또 메기가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이옥섭_ 신화를 알았다기보다는 지진을 감지하는 물고기가 신비롭고 의지하고 싶기도 해서 이야기 속에 넣었다. 우리가 사는 게 깜깜한데 그걸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니까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다. 한없이 의지할 수 있고 말까지해서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낯선 물고기가 어항 속에 있으면 호기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 메기를 영화 속에 등장시켰다.

 

Q.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이옥섭_ 담고 싶었던 건 30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이다. 영화가 끝났을 때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지만 중심을 잡고 살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기에 메기를 등장시킨 거다. 윤영 옆에 있는 메기, 새로 사귄 친구 경진 등 이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서로 연결이 되어있다면 조금은 불안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어려운 점이나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겠지만 주변에 누군가를 옆에 두는 게 중요한 듯 싶다.

 

이옥섭_ GV 때 드리는 말씀인데 <메기>에는 수 많은 장면이 있다. 이 영화를 잊고 살겠지만 어느 날 문득 한 장면이라도 딱 스쳐지나가도 진짜 행복 할 것 같다. 따로 연락을 할 수도 없고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을 난 모르지만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쁠 거다.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하고 IPTV에서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씨네리와인드 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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