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외로움을 안아주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유수미 | 기사입력 2019/11/19 [10:30]

서로의 외로움을 안아주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유수미 | 입력 : 2019/11/19 [10:30]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틸 이미지  © 유수미

 

샬롯은 쓸쓸하고 공허하다. 일로 바쁜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언어소통도 잘 되지 않고 낯선 것들 투성이기에 그녀는 무척이나 외롭다. 사당에 가서 스님의 음불도 들어보고 꽃꽂이도 배우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그녀의 뺨 위엔 눈물만이 흐를 뿐이다.

 

첫 장면, 팬티 차림으로 누워있는 그녀의 엉덩이가 클로즈업되어 보여 진다. 보일락 말락 하는 얇은 천 팬티는 어쩐지 그녀를 왜소하고 연약하게 보이게 할뿐더러 사랑을 갈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사람은 힘들고 외로울 때 가장 솔직해진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고 그만큼 위로받고 싶기 때문에. 그녀가 신체가 다 보이는 얇은 티 하나와 팬티 하나만 걸치는 것이 그 이유일 수도 있다.

 

창밖 너머는 거리의 불빛으로 가득하지만 샬롯은 홀로 창문에 기대어, 자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은 마치 세상과 샬롯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 같다. 이렇듯 개인과 집단의 대비는 인물을 더욱 소외되게 만들고 나 홀로 세상에 뚝 떨어진 듯 한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녀의 공허함. 과연 그녀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틸 이미지  © 유수미

 

배우 밥 해리스는 위스키 광고를 찍기 위해 일본에 잠시 들른다. 하지만 그 역시 일본인들과 소통이 잘 되질 않고 낯선 문화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에게 있어 휴식이란 채널을 돌리며 tv를 보거나 저녁시간, 바에서 술을 마시는 것. 바에서 술을 마실 때면 그는 항상 혼자 술을 마시곤 하고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보면 곧바로 자리를 피해 버린다. 타지에 와서 혼밥, 혼술 등 1인족 생활을 해야 하는 그의 아릿한 외로움이 마음속으로 전해온다.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도쿄엔 왜 왔냐고 묻자 밥 해리스는 친구들 만나려고요.” 라고 둘러댄다. 혼자 술 마시는 모습이 멋쩍고 자신의 외로움을 들키고 싶지 않기에 그는 재빨리 자리를 뜬다. 사람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듯 그의 모습을 보며 깊은 공감이 갔다. 테이블 앞에 있는 조명은 그의 얼굴을 환히 비춰주지만 그의 마음은 검은 옷차림처럼 우울하고 어둡다. 과연 그는 이 외롭고 고독한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틸 이미지  © 유수미

 

외로움을 느낀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눈길이 간 둘은 어느 순간부터 만남이 잦아진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같이 오붓한 식사를 하고, 침대 위에서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는 그와 그녀. 그렇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둘은 은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거나 나와 닮은 사람을 보면 무시할 수 없듯이 사랑도 그런 끌림에서 비롯되는 듯싶다.

 

윗 장면, 샬롯과 밥 해리스의 백라이트는 두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창밖으로 비친 아웃 포커싱 된 불빛은 오붓하고 꿈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서로의 두 눈을 잔잔하게 응시하는 모습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그러나 계속될 것 만 같았던 둘만의 만남엔 종지부가 있다. 샬롯은 갓 결혼한 남편이 있고 밥 해리스 또한 결혼한 지 25년 차가 되어가기에 그 둘은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밥 해리스는 샬롯과 마지막 키스를 나누고 그녀의 귀에 조심스럽게 몇 마디를 건넨다. 화면 속엔 들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한 것이 아니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지만 계속 간직하고 있을게.”


[씨네리와인드 유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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