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너희 모두를 사랑해"라고 외치다

전세희 | 기사승인 2020/01/07 [14:20]

프랭크, "너희 모두를 사랑해"라고 외치다

전세희 | 입력 : 2020/01/07 [14:20]

* 주의!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프랭크>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씨네리와인드유수미 리뷰어] 2016년, 필자는 나름 열심히 써 왔던 블로그를 초기화했다. 영화 <프랭크>를 관람하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이었다.

 

<프랭크>는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 '존'이 독특한 탈을 쓴 천재 음악가 '프랭크'의 밴드에 들어가며 생기는 일을 그린 음악 영화이다. 당시 <비긴 어게인>, <위플래쉬> 등의 음악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고,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은 <프랭크> 역시 많은 '음악 영화 덕후'들의 주목을 받았다.

 

필자 역시 그들 중 하나였기에 <프랭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비록 관람 시기를 놓쳐 개봉 연도보다 2년이나 늦게 관람한 탓에 극과 극을 달리는 관람객 반응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꼭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귀여운 탈을 쓴 괴짜 뮤지션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작품을 놓칠 수 없었다.

 

▲ <프랭크>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프랭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포스터에 적힌 '우리 존재 파이팅'이라는 문구를 보며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밴드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 프랭크가 작곡한 노래는 대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코카콜라 립스틱 링고 댄스 올 나잇-'이 그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어째서인지 존은 밴드 멤버들을 떠나가게 하고 있었다. 영화는 달콤한 희망이 아닌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웅다웅하며 성장할 밴드의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이야기가 결말로 치닫을수록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싫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섬뜩하게도 현실적이라는 점이 좋았다. 대중의 관심 앞에 놓인 한 인디밴드의 갈등, SNS 중독자 존의 행동,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마이너를 동경한다고 그들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마지막 존의 뒷모습까지. 어느 하나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특히 존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싫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욕심으로 멀쩡한 밴드를 파괴시킨 파렴치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인간은 자신과 같은 모습의 타인을 싫어한다고 한다. 존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고, 무언가 '멋진' 자신을 전시하고 싶고, 마이너를 동경하고, 그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어 하고, 모방하고 질투하고...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무의식 속 생각을 화면에 보여주니 당황스럽고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존을 비난했을 것이다. 그처럼 일거수일투족을 SNS로 알리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 곳에는 존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 <프랭크>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처음의 블로그 이야기로 돌아가서, 당시 필자의 블로그에는 온갖 허세 넘치는 글들이 가득했다. 어려운 표현들을 잘도 섞어 쓰면서 글을 쓰는 유명인들을 동경했고, 그들의 글 쓰는 방식을 모방했었다. 그러면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당연히 그러지 못했다. 얄팍한 지식으로 작성된, 겉만 번지르르한 글은 당연히 사랑받지 못했다. 물론 그걸 읽으려 찾아오는 이들도 얼마 없었다. 오직 반응을 얻기 위해 시작된 글쓰기였기에, 이런 미적지근한 결과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프랭크>를 관람하게 되었고, 마침내 알맹이 없는 글들을 전부 지워버릴 수 있었다. 존과 다를 바 없는, 정말로 멋없는 행동을 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글들을 지우고 나서 <프랭크>를 곱씹어 보니 생각만큼 슬프거나 속상하진 않았다. 아마 프랭크의 가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면을 벗은 그는 울면서 'I love you all'이라고 노래한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맴돌았다.

 

<프랭크>가 주는 메시지는 조금 날카롭고 차갑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봐도 좋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프랭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멋있다'는 말에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현실의 수많은 '존'들에게 프랭크는 '너희 모두를 사랑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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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2기 '전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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