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이야기> 브래지어로 표현된 현대판 '신데렐라'의 욕망

[프리뷰] '브라 이야기' / 1월 16일 개봉 예정

한재훈 | 기사승인 2020/01/15 [10:00]

<브라 이야기> 브래지어로 표현된 현대판 '신데렐라'의 욕망

[프리뷰] '브라 이야기' / 1월 16일 개봉 예정

한재훈 | 입력 : 2020/01/15 [10:00]

▲ '브라 이야기' 포스터.  © 알토미디어


[씨네리와인드한재훈 에디터] '신데렐라'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다면, 동시에 한편으로는 영국 코미디 시리즈 '미스터 빈'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마음 한켠으로는 따뜻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편하기도 했다.  

 

유럽식 코미디 이야기인 '브라 이야기'는 은퇴를 앞둔 기관사 '눌란'이 우연히 습득한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다룬다. 매일 화물열차를 몰고 마을 사이로 난 좁은 철로를 지나가는 기관사 눌란은 퇴근하며 집에 가는 길에 기차 앞부분에 걸려온 빨랫감들을 돌려준다. 은퇴를 며칠 앞둔 그는 기차에 하늘색 브래지어가 걸려온 것을 보고 난감해한다. 찾아주기에는 자신이나 주인이나 부담스러울 것 같고, 그냥 넘어가기엔 주인을 매번 찾아주곤 했던 습관이 있고 환영처럼 본 주인의 모습이 걸려 찝찝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장에게서 모범 훈장까지 받으며 퇴임한 그는 고민하던 끝에 결국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브래지어'는 보통 브라라고 일컬으며 유방을 가리고 지탱해 주며 가슴 모양을 내기 위하여 입는 여성용 속옷의 한 형태를 말한다. 남성에게도 가슴에 대한 판타지는 있지만,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작품을 브래지어를 소재로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시도이기도 하다.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는다는 것은 자칫 변태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극 중에서 눌란은 한밤중에 사다리를 타고 남의 집에 침입해 잠든 여인의 가슴을 확인해본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에 검진하러 온 의사로 위장해 브래지어와 여성들의 가슴을 맞춰보기도 하는 등 불편한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 '브라 이야기' 스틸컷.  © 알토미디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눌란은 흑심이 없는 가장 순수한 사람일 수도 있다. 동네 처녀와 눈이 맞은 그는 선물을 잔뜩 싸들고 그녀의 집에 가지만 그녀의 엄마가 들어보라고 한 무거운 걸 들지 못해 결국 그녀의 아버지와 담배나 피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브래지어를 찾아주려는 행동도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나이 많은 어떤 여자는 자신의 딸의 가슴을 보게 하며 즐거워하고, 그의 딸도 눌란을 희롱한다. 또 한 미망인은 죽은 남편 사진 앞에서 처절하게 자신과 섹스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동네 남편들은 눈깔이 뒤집어졌고 눌란을 철로에 묶기에 다다른다. 눌란이 순수성을 잃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은 눌란과 함께 한 어린 동네 소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브라 이야기'의 특이한 점은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는 점이다. 단 한 마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대사가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잘 만들었다는 점인데, 그렇기에 주변의 사소한 소리와 순간적인 인물의 감탄사, 그리고 이들의 행동에 더 집중하여 영화를 보게 된다. 대사가 없었기에 오히려 인물의 내면을 더욱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순수성 같은 것도 대사로 표현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 '브라 이야기' 스틸컷.  © 알토미디어

 

눌란이 마을에 여관을 잡고 집집마다 돌며 브래지어의 주인을 찾으려 방문할 때 여성들의 반응은 다양각색이다. 어떤 이는 눌란을 희롱하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했지만, 어떤 이를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떻게 해서든 그 브래지어를 착용해보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브래지어를 눌란에게서 구입하며 기뻐하기도 한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신데렐라'와는 달리 욕망을 가지고 실천하는 주체로 변모한 것이다. 

 

영화를 관람하며 '이래도 되나?'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문화와 가치관을 고려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세트장이 아닌 아름다운 실제 동네의 모습부터, 기찻길에 묶인 자신을 구해준 어린 소년과 가족이 된다는 감동적이고 훈훈한 결말까지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여러 지점에서 빵빵 웃음이 터져나오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한재훈 에디터 jiibangforev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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