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봉준호 서스펜스를 엿보다

'기생충'과 '마더'에 담긴 봉준호 서스펜스의 매력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1/16 [12:09]

'기생충'은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봉준호 서스펜스를 엿보다

'기생충'과 '마더'에 담긴 봉준호 서스펜스의 매력

김준모 | 입력 : 2020/01/16 [12:09]

 

▲  '기생충' 골든글로브.     ©CJ 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한국영화사 100년을 맞이했던 지난 해 <기생충>은 이를 기념하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한국영화사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건 물론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에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 한국영화가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는 건 물론 수상 역시 기대하게끔 만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의 흥행 열풍은 물론 HBO에서 드라마화가 결정되며 해가 바뀌어도 식지 않는 열풍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기생충>의 열풍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그 주제의식이다. 주제의식은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영화가 던지는 숙제며 오랜 시간 영화를 각인시키는 힘이다.

 

두 번째는 런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재미를 준 핵심요소인 서스펜스다. <기생충>이 높은 오락적인 만족도를 보여주며 흥행에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스펜스에 있다. <마더>에서 훌륭한 서스펜스로 관객들에게 높은 스릴감을 선사했던 봉준호 감독인 만큼 영화에 담긴 오락요소인 서스펜스를 <마더>와 엮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생충>의 오락요소인 서스펜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의 서스펜스가 극대화된 장면이라 한다면 다들 초인종 장면을 뽑을 것이다. 동익에 집에 과외선생으로 취업한 기우가 백수신세인 가족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작전을 펼치면서 운전기사와 가정부 문광은 쫓겨난다. 서로가 가족임을 숨긴 채 동익 집에 취업한 기택 네 가족의 모습은 악랄하지만 발랄한 사기극을 보는 듯하다.

 

▲ '기생충'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이 분위기가 급변하게 되는 순간은 동익의 가족이 캠핑을 떠난 날이다. 기택 네 가족은 빈 저택에서 파티를 벌이며 난장판을 벌인다.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동익 네 가족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헌데 도어폰에 비친 건 비를 맞고 서 있는, 얼굴이 부은 문광의 기이한 모습이다. ‘무언가를 두고 왔다는 그녀의 말은 극적인 서스펜스를 높인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서스펜스를 세 가지 장면에서 더 극대화시킨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도어폰에 비친 문광의 모습이고 두 번째는 집에서 쫓겨나기 전 지하실 벽면에 기이한 자세로 매달려 있던 문광이다. 이런 기이함은 세 번째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돈이라도 숨겨놨을 줄 알았던 지하실에서 발견된 게 문광의 남편 근세라는 점과 퀭한 얼굴과 젖병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은 기이한 느낌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강화시킨다. 봉준호 감독의 서스펜스는 타이밍과 변형을 통해 형성된다.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서스펜스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경우 관객은 단지 놀라기만 할 뿐이죠. 나는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이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 시간이 다 돼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이 무의미한 대화라도 관객의 주의를 더 끌 수 있죠.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차나 한잔 하지'하는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이는 서스펜스의 핵심 요소는 상황과 타이밍임을 보여준다. 긴장감이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관객들이 긴장감이 극한에 오른 타이밍에 그 풍선을 터뜨린다. <기생충>의 초인종 장면은 동익의 캠핑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집안이 극도에 난장판에 이르는 타이밍에 풍선을 터뜨린다. 다만 그 풍선은 관객들이 예상했던 동익의 귀가가 아닌 문광의 등장으로 예기치 못한 전개를 택하며 극적인 긴장을 높인다.

 

▲ '마더'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봉준호식 서스펜스는 <마더>를 통해 그 진가를 보여준 바 있다. 정신지체가 있는 아들이 살인범으로 몰리자 진범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에서 서스펜스가 가장 극한에 달하는 지점은 진태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아들의 도준의 친구 진태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엄마는 증거를 잡기 위해 그의 집을 향한다. 집 안에서 증거를 찾던 엄마는 집에 돌아온 진태 때문에 숨게 된다.

 

진태는 여자친구 미나와 정사를 나누고 엄마는 꼼짝 없이 갇혀 그 모습을 지켜본다. 진태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긴장을 유발할 줄 알았던 장면은 진태와 엄마를 한 공간에서 분리시킨다. 진태는 격렬한 정사에 집중하고 엄마는 나갈 타이밍만 바라본다. 관객들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정사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엄마가 물을 쏟지만 아슬아슬하게 물이 잠든 진태의 손끝에서 멈추는 장면 역시 서스펜스의 연장이다.

 

그리고 감독은 전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서 이 서스펜스를 터뜨린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아들의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도준을 바라본다. 관객들은 이 장면이 경찰에 잡혀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슬픔을 표현한 장면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뒤돌아 선 아들의 얼굴이 진태로 변하고 자신을 범인으로 의심한 엄마를 추궁하기 위해 방문한 걸 알게 된 순간 앞서 긴장의 끈을 풀었던 서스펜스는 변칙적인 타이밍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런 변칙적인 타이밍이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기생충>에서도 보여줬던 기이함에 있다. 미남배우 원빈이 연기한 도준은 그 외모가 돋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을 시도하였다. 정돈되지 않은 긴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축 쳐진 어깨와 나 바보 아니거든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보이는 모자란 말과 행동은 전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웃음보다 기묘함을 준다. 이는 도준의 과거와 연결된다.

 

▲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과거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일을 기억하고 이를 엄마에게 말하는 도준은 마치 감옥이 해방의 출구이며 죽지 않기 위해 기억력이 모자란 바보 행세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바보 도준이 엄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말을 할수록 작품이 지닌 기이한 느낌은 강해진다. 그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만으로 서스펜스가 형성되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관객들이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기생충>은 근세를 통해 이런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지하에서 오랜 시간을 산 근세는 행동과 반응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등장만으로 극은 발랄한 블랙코미디에서 어두운 범죄 장르로 색을 점점 변모시켜 나간다. 때문에 이후 전개에서는 더 강한 충격을 주지 않고도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적절한 타이밍을 알고 그 타이밍에 새로운 걸 줄 수 있는 게 봉준호의 서스펜스다.

 

<기생충>은 히치콕식 스릴러에 부합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동익의 가족은 기택 네 가족과 근세 네 가족의 일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짜파구리를 만들어 달라는 먹방에서 어울릴 법한 대화가 극적인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이런 서스펜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과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 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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