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때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냥 춤을 추는 것

[프리뷰] '조조 래빗' / 2월 05일 개봉 예정

한재훈 | 기사승인 2020/01/23 [13:00]

<조조 래빗> 때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냥 춤을 추는 것

[프리뷰] '조조 래빗' / 2월 05일 개봉 예정

한재훈 | 입력 : 2020/01/23 [13:00]

 

▲ '조조 래빗'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씨네리와인드|한재훈 에디터] 무엇을 기대하든 생각했던 것보다 보고 나서 기대 이상으로 훨씬 좋았던 영화들이 있다. 필자에게는 '조조 래빗'도 그러한 영화였다. 마치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천천히 감정을 자극하더니 마지막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하는 듯한. 

 

'조조 래빗'은 풍자의 효과가 매우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잊고 싶은 과거처럼 어두운 내용을 직시하지 않더라도 풍자를 통해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고 표현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조조 래빗'은 상상 속 히틀러가 유일한 친구이며 나치의 상징에 푹 빠져 있다. 그토록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고 놀림만 받는다. 그런 조조가 집에 몰래 숨어 있던 의문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10살 정도의 아이라면 누구나 한 명쯤 있을 법한 상상 속의 친구가 조조에게는 히틀러인 이유는 독일에 살고 있는 조조가 나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치를 좋아하지만 조조는 10살이다. 그래서 순수하다. 유태인을 머리에 뿔난 괴물로 알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참혹한 전쟁의 모습과 이 속의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어둡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때론 웃음도 나온다. 조조는 나치의 상징에 푹 빠져 있지만 조조는 나쁜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누군가를 죽이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족을 사랑하고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아이일 뿐이다. 10대 아이들이 아이돌을 좋아하고 무언가 모으는 걸 좋아하며 선과 악을 크게 나누지 않는 것처럼 조조에게도 '나치'란 그냥 순수한 관심일 뿐이었던 것이다.

 

조조 역을 맡은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라는 배우는 아역 배우답지 않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혼란스러운 10대 사춘기를 겪어내는 소년의 감정선을 수준 높게 표현해냈으며,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 <조조 래빗>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영화 '토르'를 만든 감독으로 크게 인지도를 얻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조조의 상상 속 친구인 '히틀러' 역으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연기도 좋지만 역시 와이티티 감독은 감독으로서 정말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조 래빗'을 통해 나치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과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조의 성장기를 그려냄으로써 조조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조조의 엄마 역시 정말 인상적인 캐릭터다. 출연 비중이 조조에게 집중되어 있어 엄마의 출연 비중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조조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캐릭터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조조의 엄마는 아들인 조조가 나치를 신봉하고 나치 소년단에 들어가도 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기를 기다리며, 늘 멋지게 차려입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나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한 편에 서서 대놓고 '나는 어느 편이야'라고 편 가르지 않는다. '자유 독일'이라는 전단물을 몰래 뿌리고 집의 벽 속에 유대인을 숨겨주는 등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지만 독일군이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하거나 기피하지 않는 용감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조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인물이다.  

 

▲ <조조 래빗>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또한 독일 소년단의 훈련관 클렌첸도프 대위를 연기한 샘 록웰도 되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클랜첸도프 대위는 독일 군인의 잔혹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준다. 나치 독일군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 인간 그 자체를 보여준다. 악랄함으로만 가득 찬 사람이 많지 않은 인간의 본성처럼. 조조의 집에 유태인 수색대가 불시에 왔을 때 숨어 있던 엘사가 말한 생년월일이 주민등록증의 생일과 달랐음에도 눈 감아주고, 전쟁에서 패배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잡혀 있는 조조를 구해주기도 한다. 또한 조조의 친구 요키와 벽 속에 숨어 있는 유태인 엘사 등 모든 캐릭터가 하나하나 인상적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점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끔찍한 제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인상 깊게 읽었던 ‘갇힌 하늘’을 유쾌하게 각색했다고.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유머와 공포 그 사이에서 균형 있게 완성된 '조조 래빗'은 관객을 따뜻하게 안아주기 충분한 가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재훈 에디터 jiibangforev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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