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무너진 신뢰와 사랑, 짐승과도 같은 이들의 사투

[프리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05 [09:23]

돈 앞에 무너진 신뢰와 사랑, 짐승과도 같은 이들의 사투

[프리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준모 | 입력 : 2020/02/05 [09:23]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의 경우 그 스토리적인 완성도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화차>를 비롯해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X> 등의 영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성공공식을 따른 영화라 볼 수 있다. 원작이 지닌 매력적인 스토리를 담아내며 예측 불가능한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크게 네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출입국관리소에서 일하는 태일이다. 그는 여자친구 때문에 큰 빚을 지게 되고 박 사장에게 빚을 갚을 것을 종용받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탈출구를 찾던 중 불법적인 일로 큰돈을 쥐게 된 동창을 꼬드겨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큰 호구 하나 물었다고 좋아하는 그이지만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룸살롱의 사장인 연희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럴 돈이 없다. 허벅지에 새긴 상어 문신처럼 연희는 샌드타이거란 상어의 삶을 따라가고자 한다. "샌드 타이거는 50마리 정도의 알을 품는데 뱃속에서 상어들은 형제들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마리가 가장 무서운 포식자가 된다"고 말했던 연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꼭대기에 서는 포식자를 꿈꾼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한 집안의 가장인 중만은 목욕탕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간다. 치매인 어머니를 돌보며 공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아내와 대학 등록금 낼 돈이 없어 휴학을 결정한 딸을 보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 어머니가 아내를 괴롭힌다는 점이다. 자신의 힘으로 가게를 세웠던 아버지에 비할 때 그 길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중만은 현실이 힘겹게만 느껴진다.

 

술집에서 일하는 미란은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한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남자들에게 시달리는 그녀에게는 탈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으로 조선족 진태가 오고 진태는 미란에게 관심을 보인다. 진태는 미란과 관계를 맺던 중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위험한 제안을 미란에게 건넨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작품은 이 늪에 빠진 네 사람 앞에 돈 가방을 던진다. 이 돈 가방은 그들을 구해줄 열쇠다. 하지만 돈 가방은 하나고 늪에 빠진 사람은 넷이다. 자연스럽게 이 네 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달려든다. 돈 앞에 이성도 의리도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큰돈이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으면 안 돼'라는 연희의 말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이들은 점점 짐승 같은 모습을 보인다.

 

옴니버스의 형식으로 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전개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원작이 지닌 힘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소네 케이스케를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만든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욕망을 미스터리한 트릭과 짙은 느와르적인 분위기로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의 구성을 있는 그대로 영화로 가져올 수는 없다는 점에서 감독은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한다.

 

소설의 시점에서 표현이 가능한 이야기를 영화적인 구성으로 바꿔낸 건 물론 좀 더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밑바닥들의 사투를 그려내기 위해 캐릭터에 현실감이란 색을 덧입혔다. 이런 노력은 이야기에 더 깊게 빠져들고 몰입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특히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옴니버스 구성을 교묘한 트릭을 통해 하나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플롯이 지닌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구차하고 추한 꼴을 다 보여주는 태영과 귀여운 얼굴에 섬뜩한 내면을 지닌 연희 역의 전도연은 물론 평범한 남자가 욕망에 빠지는 과정을 표현한 중만 역의 배성우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란 역의 신현빈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선족 진태 역의 정가람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 사람 좋아 보이는 척 하지만 나쁜 짓은 다 하는 박사장 역의 정만식 역시 매력적인 조연 연기를 선보인다.

 

제목 그대로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처절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느와르와 블랙코미디의 색을 지니고 있다. 지독하게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지만 미스터리의 구성으로 흥미를 더하며 희망을 지닌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펑키한 리듬감을 지닌다. 돈 냄새가 가까워질수록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짐승과도 같은 내면의 욕망을 보여주며 극적인 몰입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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