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가 아닌 휴먼 다큐, 영화 '12번째 솔저'

[프리뷰] 생존을 위한 그들의 독립투쟁사

장세영 | 기사입력 2019/04/10 [10:01]

전쟁 영화가 아닌 휴먼 다큐, 영화 '12번째 솔저'

[프리뷰] 생존을 위한 그들의 독립투쟁사

장세영 | 입력 : 2019/04/10 [10:01]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하고 ‘노르웨이 요새’를 구축한다. 연합군 구송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이 요새를 폭파시키기 위한 ‘마틴 레드 작전’에 12명의 노르웨이 군인이 투입된다. 그러나 첩보가 새어나가 작전은 실패하고, 11명의 군인이 현장에서 체포된다.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고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 12번째 솔저. 바로 ‘얀 볼스루드’이다.

 

 보편적인 전쟁영화들이 그리는 피 튀기고 참혹한 전투 장면이 이 영화에는 없다. 얀이 스웨덴 국경을 넘기 위해 126km의 길을 걷는 동안 관객들도 그저 그를 따라 걷는다. 좁혀오는 독일군의 포위망과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에 공감하고 따라 걸으며, 그렇게 영화가 흘러간다. 마치 한 편의 로드무비 같기도 하다.

 

 

▲ 영화 '12번째 솔저' 스틸컷     ©엣나인필름

 

 얀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 북유럽의 추위, 즉 눈. 그것은 오히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설산을 비추는 금빛 석양과 바위 밑에서 은신하며 마주친 밤하늘의 오로라, 설산을 가로지르는 순록 떼까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얀의 상황이 한순간 아름답게 비치기까지 한다. 동시에 끝없는 재앙 속에서 그가 이토록 좇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연출을 해럴드 즈워트 감독은 다른 수많은 제2차 세계 대전 영화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시각적으로 완전히 예술적인 접근을 한 전쟁영화다”라고 답한 바 있다.

 

▲ 영화 '12번째 솔저' 스틸컷     © 엣나인필름

 

 <12번째 솔저>는 전쟁의 처참함보다도, 전쟁 속에서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총상을 입어 괴저하는 발가락, 포위망을 좁혀오는 독일군,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꾸만 덮쳐오는 죽음의 그림자까지. 모든 것이 얀을 미치게 한다. 자신을 도운 누군가가 자신으로 인해 죽었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은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 또한 얀을 괴롭게 한다.  이 모든 것보다 두려운 것은 고난을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르는 자신이다. 이러한 세세한 감정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얀이 느꼈을 고통에 공감하게 만들며 극의 몰입도를 더한다. 즈워트 감독은 “전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보편적인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육체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인물 중심의 액션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을 전쟁 서사이기에 앞서 인물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또한 즈워트 감독은 “이 영화는 얀 볼스루드의 생존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를 도운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그 이타심과 어떻게 볼스루드가 노르웨이의 저항의 상징이 되었는지가 영화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에는 얀을 돕는 노르웨이 민간인들이 그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산속 바위 동굴에 은신한 얀을 만달렌 주민들이 찾아와 보살피는 장면에서, 이들이 조국의 군인인 얀에게 느끼는 책임감과 나라를 빼앗긴 이들이 느끼는 어떠한 감정에 대해 강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아픔을 공유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휴먼 드라마인 것이다.

 

 발가락은 썩어들어가고 몸은 뼈 가죽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들이 내던진 목숨과 수많은 노르웨이 국민들의 염원이 그를 버티게 한다. 마지막을 함께한 동료는 ‘우리의 뜻이 헛되게 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을 위해 그는 죽지 못한다. 노르웨이 국민들 또한 목숨을 걸고 얀을 돕는다. 그의 생존만으로도 노르웨이 국민들은 힘을 얻기 때문이다. 얀은 노르웨이 사람들의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죽음을 무릅쓰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감정의 고조 끝에, 얀에게 지도를 그려주었던 소녀 마르게리타가 나타나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의 뜻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 영화 '12번째 솔저' 스틸컷     ©엣나인필름


  해럴드 즈워트 감독은 “이 작품은 내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연대나 우리 스스로의 한계에 계속 도전하는 것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런 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 영화를 관람할 이들이, 얀이 설원 위에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며 즈워트 감독이 말한 연대와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씨네리와인드 장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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