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상처가 없는 건강한 성장통

영화 '어쩌다 아스널'

강예진 | 기사승인 2020/05/13 [09:34]

불필요한 상처가 없는 건강한 성장통

영화 '어쩌다 아스널'

강예진 | 입력 : 2020/05/13 [09:34]

 

  © 스마일 이엔티

 

[씨네리와인드|강예진 리뷰어]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있다. 소년의 이름은 테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축구 경기를 펼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봐도 술에 취해 외치는 목소리로, 관중들은 불편한 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눈빛을 흘긴다. 남성은 소년에게 태클을 건 상대 선수에게 엘로 카드를 주지 않는다며 항의했고 소년은 불안한 눈빛으로 남성을 바라본다. 이쯤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둘은 부자지간이며 이들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을 것을.

 

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역할이 서로 바뀐듯한 느낌이 든다. 아빠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어서 늘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니지만 그런 아빠를 둔 테오는 늘 아빠가 친 사고를 수습하고 심지어 아빠를 달래기는 것 까지 한다. 하지만 아빠를 바라보는 테오의 눈에서는 사랑이 느껴지고 아빠 또한 테오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그리고 테오는 아빠의 예전 모습을 알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것임을 굳게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테오가 아스널 스카우트에게 눈에 띄었다는 소문을 듣고 아빠는 테오에게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아빠는 만약 테오가 스카우트될 시, 영국으로 가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며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런 아빠를 보며 테오는 사기극을 준비한다. 아빠의 새 출발을 누구보다도 원하고 바랬던 사람으로서 희망에 부푼 아빠의 모습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결말이 뻔히 보이는 사기극이라도 테오는 해킹의 고수인 친구에게 부탁까지 하며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한다.

 

이 영화는 성장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성장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풀이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그 기반에는 테오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다. 테오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게 쉽게 편견을 갖지 않는다. 자신의 아빠조차 현재는 누가 봐도 알코올 중독에 직업도 없는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테오는 아빠를 그런 단편적인 모습으로 쉽게 재단하려 하지 않는다.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며 최대한 아빠를 믿어준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 사이에는 진심이 담긴 대화가 오갈 수 있었다. 이러한 진심이 담긴 신뢰는 결국 아빠의 변화를 이루어냈고 좋은 결과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 스마일 이엔티

 

테오의 친구도 집에서 나오지 않고 인터넷에만 빠져있는 히키코모리기질이 다분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이다. 그런 친구에게 테오는 처음 사기극의 계획을 전할 때 왜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냐고 물어보자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너도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잖아. 좋은 거래지.”라고 답한다. 그 친구는 자신의 방에서 왜 나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은 사람에게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오만은 그렇지 않았다. 독촉하지도 않았고 비하하지도 않았다.

 

일반 친구들과 다를 것 없이 대했다. 친구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묵묵히 기다려 준 것이다. 결국 친구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테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집 밖으로 용감한 걸음을 내딛는다. 테오는 경기를 보러 온 친구를 위해 감동의 제스처를 취하거나 이유를 묻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경기를 보러 오던 친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 스마일 이엔티


결국 이 영화는 테오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처 없는 성장통을 말하고자 한다
. 테오는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이들에 대해 비난을 하기보다는 믿음으로 기다려 주는 것을 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한 걸음씩 나오기 시작했고 그 믿음이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에게 소중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단편적인 모습이나 주위의 시선을 생각해 그들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려 주는 테오만의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상처를 줄이고 건강한 성장을 이루게끔 한 것이다.

 

누군가 심각한 방황을 겪고 있을 때는 강경한 방법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라면 테오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기다려 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영화는 따뜻한 색채로 전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강예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