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아홉 스님의 극한수행, 이들이 말하는 종교의 진정한 가치

[프리뷰] '아홉 스님' / 5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5/26 [09:08]

한겨울 아홉 스님의 극한수행, 이들이 말하는 종교의 진정한 가치

[프리뷰] '아홉 스님' / 5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5/26 [09:08]

▲ '아홉 스님' 티저 포스터     ©(주)퍼스트런, (주)키다리이엔터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학창시절 조별과제가 정말 싫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모여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들을 모아서 조별과제를 시켜보고 싶다고. 한 번 해보면 자기들도 얼마나 힘들지 느낄 거라며 키득거렸던 기억이 있다. 이 말이 괜한 투정인 이유는 교수의 일은 학생이 하는 조별과제보다 몇 배는 힘들며, 연구와 수업, 대외적인 활동을 함께하는 극한의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점 때문이다. 나무 아래에 있는 사람은 그 위에서 숲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

 

종교인에게 지니는 편견 중 하나가 ‘돈을 정말 편하게 번다’일 것이다. 말만 잘 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인에게는 믿음을 전하는 예배와 함께 꼭 행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믿음의 수양이다. ‘아홉 스님’은 자승, 무연, 진각, 호산, 성곡, 재현, 심우, 도림, 인산 아홉 스님의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의 천막 동안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 '아홉 스님'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키다리이엔티

 

불교에서 안거(安居)는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을 의미한다. 2019년 11월 15일, 아홉 스님은 겨울 석 달 동안 행하는 동안거(冬安居)에 천막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7개의 수칙을 더한 도전을 시행했다. 이 도전의 의미는 평화와 화합이란 세계 공통의 가치를 이룩하기 위한 수행이다. 정치인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된다는 사명이 있다면 종교인에겐 세상에 숭고한 가치가 있음을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

 

평화, 사랑, 화합 같은 가치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며 많은 이들이 이 가치에 관심을 지녀야만 세상은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종교인은 세속에 물들지 않아야 하며, 종교가 지닌 엄격한 율법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홉 스님은 산속이 아난 하남 위례 신도시를 수행 장소로 택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보여주기 위함이다.

 

천막 안에는 ‘천막결사 청규7항’이라는 규약이 정해진다. 이 7개의 규약은 과연 세 달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먼저 하루 14시간 이상을 정진해야 한다. 정진은 수양이다. 공부도 하루 14시간 하면 힘든데 온종일 정신을 부처님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이 과정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음은 고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공부를 할 때면 밥은 물론 간식에 밤참도 먹는다. 그런데 하루 한 끼라니. 극한의 일정이다.

 

▲ '아홉 스님'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키다리이엔티

 

14시간 정진과 하루 한 끼만 해도 힘든데 3달을 옷 한 벌로만 버티고 삭발과 목욕은 금지된 일정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외부인과 접촉은 금지고 천막을 벗어나서도 안 된다. 수행 후 인터뷰에서 스님들은 이 시간이 준 고통과 상대를 바라보는 존경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추위와 하루 한 끼의 식사, 신체적인 청결을 챙기지 못하는 일상은 고통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진에 힘쓰는 모습은 존경과 경의를 이끌어낸다.

 

이들의 동안거가 더 대단한 이유는 묵언수행이기 때문이다. 말을 할 수 있다면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고, 서로의 의지를 북돋아주며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기에 그들은 함께 뭉쳐있지만 따로 떨어져 고독한 싸움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칠판에 서로를 향한 메시지를 적으며 도전에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그 글귀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이 고난을 이겨낼 용기를 준다.

 

이 도전의 가장 가혹한 점은 말이 도전이지 사실상 인생을 건 수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규약은 이 규약을 어길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하는 것이다. 즉, 포기하는 순간 그들이 걸어온 숭고한 삶이 한 순간 사라지게 된다. 대체 스님들은 왜 그들의 삶을 부정당할 수도 있는 이 무모한 도전을 택한 걸까. 그 이유는 종교가 행하고자 하는 가치는 그 자체로 위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 '아홉 스님'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키다리이엔티

 

우리는 사랑, 평화, 화합 등을 말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매 순간 다툼이 존재하고 타인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이 있으며, 화합이 필요할 때도 편을 가른다. 입으로는 숭고한 가치를 말하지만 이 가치를 실현하는 건 힘든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교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종교인은 교사처럼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이 위대한 가치를 품어야 한다.

 

위대한 가치는 세속과 멀어진 삶에서 비롯된다. 아홉 스님은 인생을 걸고 세 달간 그 삶을 살아가며 종교적인 깨달음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작품은 종교인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최근 종교인이 세속적인 가치를 말하고 세속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이 작품은 진정한 종교의 가치를 말하며 혼란스런 현대에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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