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한여름의 판타지아'

곽주현 | 기사승인 2020/06/11 [12:02]

여름밤에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한여름의 판타지아'

곽주현 | 입력 : 2020/06/11 [12:02]

[씨네리와인드|곽주현 리뷰어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여름의 더위에 쉽게 지쳐버리는 요즘. 하지만 여름은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어 줄 청량함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하늘도, 보통의 나무도 더 짙은 감성을 지닌다. 여름만이 가진 그림 같은 풍경들이다. 무더위에 지쳐 잠 못 드는 밤, 그런 당신을 위한 영화가 있다. 낯선 곳에서의 설렘, 만남, 그리고 마치 누군가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는 '한여름의 판타지아'이다.

 

▲ '한여름의 판타지아' 포스터     ©인디스토리

 

한여름의 판타지아 A Midsummer's Fantasia, 2014

 

▲ '한여름의 판타지아' 스틸컷     ©인디스토리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영화감독 태훈(임형국)’이 조감독 미정(김새벽)’과 함께 새 영화 촬영 준비를 위해 일본의 나라현 고조시를 방문한다조용한 마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은 특별한 장치 없이 낯선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낸다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그러던 중 두 사람은 시청 직원인 다케다 유스케(이와세 료)’를 만나 무더운 여름의 마을을 거닌다여느 곳과 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곳이지만어쩐지 고요하고 쓸쓸해 보인다. 1부는 그렇게 과장 없이 조용하게 흑백의 화면으로 흘러간다하루를 마치고 한밤 중에 잠에서 깬 태훈은 담배를 피우러 밖을 나섰다가갑작스럽게 불꽃이 터지는 밤하늘을 본다여기서 흑백화면은 형형색색의 불꽃놀이를 기준으로 컬러 화면으로 바뀐다그렇게 2부가 시작된다.

 

▲ '한여름의 판타지아' 스틸컷  © 인디스토리

 

배경도, 배우도 같지만 1부와 2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2부는 앞선 1부의 감독 태훈이 고조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1부에서 들었던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2부의 스토리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을 경험한 여자와 감 농사를 짓는 순박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에서 혼자 여행을 온 혜정(김새벽)’은 역전 안내소에 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유스케(이와세 료)’의 길 안내를 받으며 함께 마을을 걷는다. ‘유스케혜정에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가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그에게서 혜정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그러다 마을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다. 하루를 함께 보내고 헤어지기 전 유스케는 불꽃놀이 축제에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혜정은 여전히 주저한다. 아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구성에서 같은 장소, 같은 배우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다. 하지만 완전히 동떨어지지도 않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구성이 우리가 2부의 사랑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에서 우리는 그 외로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덩달아 공허해진 마음은 2부에서 펼쳐지는 낯선 사람과의 짧은 사랑이야기를 더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한다. 빈 마음을 채우고 싶을 때, 불꽃놀이처럼 반짝 터지는 운명 같은 이야기에 스며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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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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