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평] 오시마 요부노리, '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29 [14:41]

나는 오늘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평] 오시마 요부노리, '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김준모 | 입력 : 2020/06/29 [14:41]

▲ '잘해주고 욕먹는 당신에게' 표지  © 푸른숲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프로이트 이후 아들러의 심리학이 주류로 떠오른 이유는 철학과 연관되어 있다. 이전까지 심리학은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원인을 밝히면 무얼 할 텐가. 그 다음에 남는 건 동정과 측은지심뿐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결말은 죽음이다. 때문에 모든 철학의 결말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행복할 것인지로 귀결된다.

 

심리학적으로 불행한 사람의 부류 중 ‘착한 사람’이 있다. 착한 사람이 불행하다는 말은 역설처럼 들린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사회화를 통해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그런데 도쿄 정신의학 종합연구소에서 의존증을 연구한 오시마 요부노리는 착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더 고통을 받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은 직장에서 착한 사람으로 살지만 직장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세 가지 코드를 통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항상성이다. 항상성은 중심으로 되돌아오는 힘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아 기분이 좋은 날에도 우리의 정신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주입시킨다. ‘아, 오늘 너무 놀았다. 하루를 허무하게 보냈어.’ 이는 즐거움이 지배한 감정에 우울함을 통해 균형을 주기 위해서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항상성이 적용된다.

 

착한 사람이 한 무리 안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연인관계에서 한쪽이 헌신적이면 다른 한 쪽은 그 헌신을 알아주고 더 사랑하기 보다는 이용하거나 반감을 표한다. 내가 베푼 호의가 그 선한 의도로 상대를 변화시키는 게 아닌 오히려 반감을 산다. 이는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식에게 잘해줄수록 자식은 엇나간다. 돈이 필요하다 해서 주면 감사해 하는 게 아닌 ‘역시 또 돈으로 대신하려고’라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다. 관계에도 항상성이 있기에 한쪽이 선한 마음을 보일수록 상대는 악한 마음을 보인다.

 

두 번째는 만능감이다. 만능감은 ‘내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상대가 넘어지면 자신의 다리로 일어설 수 있는데 일으켜 주고 싶은 게 착한 사람의 성향이다. 착한 사람은 내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닌다. 직장에서 동료직원이 혼나면 착한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을 상사에게 한다. 내가 그 사람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행복을 위해 내가 베푼 선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만능감에서 비롯된다.

 

만능감은 남을 자신보다 앞에 두는 속성에서 비롯된다. 작품은 ‘쾌/불쾌 스위치’란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에 대해 말한다. 내 기분을 표현하는 이 스위치가 착한 사람은 남을 위해 작동한다. 상대가 기분이 좋으면 쾌를 나빠 보이면 불쾌를 표현한다. 나보다 상대의 감정을 중시하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건데, 이러면 상대는 고마움을 느끼는 게 아닌 가식을 경험한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남에게도 진실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식에 상대는 나쁜 사람이 되어서 반응한다. 도움을 주어도 반감을 사고 이용당한다. 그리고 착한 사람은 왜 내 선의를 몰라주는지 슬퍼한다. 이런 만능감은 자기긍정감을 떨어뜨리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착한 사람은 선의를 반복한다. 이는 원래의 성질로 돌아오려는 항상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죄책감 때문이다. 착한 사람은 도움을 주었을 때 상대가 기분 나쁜 반응을 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도움에 나쁜 반응을 한 상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퍼한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유독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까지 자신이 할 수 있게 노력한다. 가족관계에서도 이 죄책감이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을 키워준 부모의 고생에 집중하는 자식은 그 죄책감 때문에 부모를 위해 살아갈 뿐 본인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아들러의 심리학과 유사하다. 착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미움 받을 용기’다. 작품은 이에 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갈 것을 촉구한다. 중요한 건 타인이 아닌 자신의 행복임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누구나 문제를 겪고 어려워하는 인간관계를 조금은 더 쉽게, 자기중심의 심리학을 통해 풀어내며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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