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감독이 믿은 ‘우리 소리’의 힘, 명창 이봉근이 완성시키다

조정래 감독의 판소리 뮤지컬 '소리꾼'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02 [14:44]

조정래 감독이 믿은 ‘우리 소리’의 힘, 명창 이봉근이 완성시키다

조정래 감독의 판소리 뮤지컬 '소리꾼'

김준모 | 입력 : 2020/07/02 [14:44]

▲ '소리꾼' 런칭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 ‘귀향’은 2002년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 무려 14년이 지난 후에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영화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없었고, 이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위안부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그 인식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지의 75,270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 결국 영화제작에 성공했다. 조정래 감독은 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뚝심이 있는 감독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는 해내고야 만다.

 

‘귀향’이 14년 걸렸다면, ‘소리꾼’은 무려 28년이 걸린 영화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고 우리 소리에 감동을 받은 조정래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건 물론, 직접 우리 소리를 배우며 북 치는 고수로서 국악계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의 창작을 꿈꿨다. 뮤지컬의 대중성이 음악에서 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시대극에다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과한 욕심처럼 보인다.

 

▲ '소리꾼'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감독은 뚝심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증거가 소리꾼 학규 역의 이봉근이다. 국악계 명창 이봉근은 노래가 무대 위의 연기라지만 한 번도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 본 적이 없다. 그를 파격적으로 주연에 발탁한 이유는 명백하다. 제대로 된 우리 소리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작품은 소리꾼 학규가 인신매매단에게 잡혀간 아내 간난을 찾기 위해 조선팔도를 유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음 착한 소리꾼 학규는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물론,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만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노래를 한다. 간난이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당하고, 가까스로 도망친 딸 청이가 눈이 멀어버리자 학규는 낙담한다. 소리꾼은 자신의 소리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통해 아내를 찾기 위해 긴 모험을 떠난다. 소리꾼 옆에서 장구를 치는 고수 대봉은 눈 먼 딸과 단 둘이 떠나는 학규가 걱정되어 함께한다.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인상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신분제도의 문제를 통해 말하는 다양성의 가치다. 정치권과 결탁한 인신매매단은 서민들을 짓밟고 괴롭힌다. 그들에게 서민들의 목숨은 가볍게만 느껴진다. 반면 학규 일행은 따뜻한 정과 사랑으로 하나로 뭉친다. 몰락양반, 파계승, 보부상 등은 서로의 신분도, 목적도 다르지만 무리를 지으면서 소리 안에서 하나가 된다.

 

▲ '소리꾼'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두 번째는 고전을 적절하게 활용한 이야기다. 작품은 크게 판소리 다섯 마당인 ‘심청가’과 ‘춘향가’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학규와 청이의 이름을 ‘심청가’에서 가져온 건 물론 청이가 눈이 멀게 되었다는 설정도 여기서 비롯된다. 작품에서 학규가 부르는 판소리 역시 ‘심청가’이다. ‘춘향가’는 학규와 간난의 이별과 암행어사에서 그 코드를 찾을 수 있다.

 

부부 또는 남녀의 헤어짐의 경우 ‘삼국사기’에 수록된 설화 ‘도미전’을 비롯해 다수의 설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코드다. 작품이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던 영조 시대의 경우 조선 후기로, 당시 등장했던 판소리는 양반 계층의 허례허식과 부패함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작품은 이런 풍자의 시선은 스토리를 통해, 고전 이야기의 재미는 판소리와 이를 재연한 화면을 통해 선보인다.

 

▲ '소리꾼'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세 번째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조정래 감독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는 이번 작품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판소리에 바탕을 둔 스토리는 ‘심청가’와 ‘춘향가’가 매끄럽게 스토리에 이입되지 못하는 건 물론, 판소리 장면의 재연 장면은 스토리 몰입에 방해를 준다. 아이디어에 있어서는 우리 것을 살리면서 빠져들 수 있는 다양한 코드를 영리하게 창작해냈으나 이를 섞는 작업이 매끄럽지 않다.

 

때문에 후반부를 향할 때까지 산만한 전개로 인해 작품에 몰입하기 힘들다. 이런 단점은 커다란 무기 하나로 극복된다. 후반부 학규의 소리가 폭발하는 장면에서 왜 감독이 이봉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왜 우리 소리를 뮤지컬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조정래 감독은 과거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던 그 소리의 힘을 믿었다. 학규가 감정을 담은 ‘심청가’를 열창하는 순간, 관객들은 우리 소리가 주는 감동에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적인 완성도만 보자면 ‘소리꾼’은 아쉬움이 많다. 산만한 전개에 많은 걸 보여주려다 보니 집중력 부족한 이야기, 교훈은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소 딱딱한 점이 걸린다. 하지만 판소리라는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의 시도는 핵심적인 과제였던 마음을 울리는데 성공하며 목적을 달성한다. 조정래 감독이 믿은 ‘우리 소리’의 힘을 명창 이봉근이 완성시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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