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스토리, 하나의 공간 안에서 활력이 넘치는 호러 연출|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배드 헤어'
곽은비 | 입력 : 2020/07/29 [11:38]
▲ '배드 헤어'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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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곽은비 리뷰어] 단 15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단순한 스토리와 한정된 하나의 공간 안에서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공포를 유발하는 주된 방식은 약을 사용하면서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여러 신체적 고통이 관객에게 이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탈모의 한 남성이 택배 포장을 뜯자 머리가 수북한 사람 그림이 그려진 약이 나온다. 머리를 자라게 해주는 약이다. 남자는 약을 사용하기 전에 면도기로 적게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미는데 다 밀고 나자 두피 곳곳에 상처가 났는지 피가 묻어 있다. 이때부터 관객은 이미 남자의 신체적 고통이 이입되어 다소 불편해진다. 동시에 화면에는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한다.
검고 진득한 고체 제형의 약은 생명력을 가진 듯 남자가 머리에 바르자 그의 두피에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는다. 머리가 자라날 때도 새싹이 움트듯 두피에서 머리카락이 삐져 나온다. 실수로 눈에 튄 약 때문에 눈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 남성이 끝내 그것을 잘라내자 잠시 후 폭발적으로 눈에서 훨씬 많은 머리카락들이 자라난다. 그의 두피나 머리카락을 클로즈업 할 때에는 씩씩대는 숨소리 같은 효과음도 들린다. 이렇게 폭력성을 가진 미지의 존재인 새 머리카락이 공포감을 계속 상승시킨다. 영화는 자주 뿌연 거울을 통해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불안감을 더한다.
중간중간 실소가 터지는 유머, 주인공의 생동감 있는 표정 연기와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강렬한 배경음악. 그리고 인물을 얼굴만, 상반신만, 몸 전부를 보여주는 등 각각의 씬들을 흥미롭게 배치하여 리드미컬하게 이어 붙이는 편집까지 이런 요소들로 인해 활력이 넘치는 호러 단편영화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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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2020.07.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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