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어서 좋았던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8/04 [09:08]

아무것도 없어서 좋았던

유수미 | 입력 : 2020/08/04 [09:08]

 

▲ '파수꾼'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CJCGV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고교시절부터 윤성현 감독님의 영화를 제일 좋아했다. ‘아이들’, ‘여행극’, ‘파수꾼’, ‘바나나 쉐이크까지. 2010년까지 찍힌 감독님의 영화에는 시각적인 cg 효과도, 특이한 촬영기법도, 다채로운 색감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이 그저 좋았다. 촬영, 미술, 편집 등의 요소들을 최소화시키니 영화에는 연기만이 남았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마치 일상의 단면을 보는 듯했고 배우들이 진짜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리얼리티가 확 다가온 순간이었다.

 

거실에서 TV로 파수꾼을 볼 때마다 언니는 묻는다. “넌 똑같은 걸 왜 자꾸 봐?” 그러면 나는 이야기한다. “몰라. 나도.” 하지만 자꾸 묻는 언니의 물음에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느껴져. 그 사소한 게 아주 크게 다가와.”라고. 언니와 대화를 하고 난 뒤, 마음을 울리는 사소한 게 뭘까 하고 계속 생각했다. 후에 생각한 건데 그건 바로 '진심'이 아니었을까.

 

이런 적이 있다. 몸이 아팠을 때 친구들이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내주거나 책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선물보다도 엄마가 나를 꼭 안아주었을 때가 더 머릿속에 인상이 남았다. 정말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포옹 하나가 선물들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감독님의 영화도 이러한 것이 아닐까. 예쁘지도 않고 색깔도 빛바래 보이지만 맛은 정말로 좋은 과일같이 말이다.

 

지금껏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일관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관성이란 아무것도 없어도 마음을 울리는 진심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앞으로도 리얼리티의 연장선을 보고 싶고 쭉 그래왔듯 물 흘러가듯 수다를 떠는 대사 연출을 마주하고 싶다. 촬영은 영화의 꽃이야.”, “미술이 예뻐야 영화가 살지.” 등 많은 말이 있지만 그 무엇이라도 진심을 이기진 못할 것 같다.

 

작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파수꾼'을 상영했을 때 관객들이 전 좌석을 채운 것과 같이 다시금 그 자리가 생겨나길 빌어본다. 감독님의 영화를 떠올리면 진심이라는 단어 하나가 떠오르는 것처럼 앞으로도 쭉 관객들에게 그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 '바나나 쉐이크' 스틸컷  © 인디스토리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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