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사라진, 방관과 외면의 시대

신정목 감독 '엘리트'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8/06 [11:30]

미소가 사라진, 방관과 외면의 시대

신정목 감독 '엘리트'

유수미 | 입력 : 2020/08/06 [11:30]

 

▲ '엘리트' 스틸컷  © 유수미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어느 날 교실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수진이가 자살시도를 해서 지금 혼수상태래.” 학원 아이들은 시시각각 수진이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수진의 일기장에는 은정 선생님이 무섭다.’라는 등 학업 스트레스에 대한 글들이 가득 적혀있다. “어떻게 책임질 거에요?” 수진의 엄마는 선생님을 붙들고 설움을 쏟아낸다. 하지만 은정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볼 뿐.

 

뉴스기사를 보면 학업으로 인해 자살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여럿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이렇듯 한 개인의 고통이 구경거리로, 일차원적인 사건으로 치부되는 현 사회 문제를 <엘리트>는 한데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은정의 뒷모습을 시종일관 팔로잉 하는데 이러한 뒷모습은 사회문제에 대한 방관과 외면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입을 닫으려는 모습,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치부하는 모습을 뒷모습을 통해 비판하는 것 같이 보인다.

 

▲ '엘리트' 스틸컷  © 유수미

 

영화의 중반부에서 은정의 과거가 나타난다. 은정은 공부를 잘했지만 새로운 장학생 아영으로 인해 1등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그 후 은정은 아영을 서서히 시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영은 은정에게 악감정을 품지 않고 포용해준다. 아영은 은정을 위해 자기는 가끔 하늘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면서 책 한권을 건네준다.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진심 어린 조언도 해준다

 

선한 1등 캐릭터와 악의를 품는 2등 캐릭터라는 명확한 대조는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2등의 입장에선 1등을 경쟁상대로 느끼지만, 1등 입장에선 2등은 자신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그로인해 2등의 질투심, 설움, 초조한 감정은 더욱 배로 느껴진다. 1등과 2등으로 등수가 갈림으로써 현시대에 1등지상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아영이 은정에게 책을 건네주었을 때 은정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궁금해진다. 아영의 말을 곧 대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아영의 말을 듣지 않고 온전히 숫자라는 등수에만 매달렸을까.

 

▲ '엘리트' 스틸컷  © 유수미

 

아영의 말에 대한 대답은 은정이 선생이 된 후에 나타난다. 은정은 어른이 될 때까지 아영의 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거, 아영이 앉았던 책상 위에 책을 두고 유유히 떠난다. 이는 아영의 말을 거부하고 온전히 자신의 가치관대로 살 것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도,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은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1등이라는 숫자를 위해서, 아이들을 엘리트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는 의미인 듯하다. 1등이 되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은정은 공부에 열중했고 그 결과 선생님이 되어 똑같이 자신의 모습처럼 아이들을 가르친다. 오직 엘리트가 되어야만 현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영화 속 내내 은정은 웃는 표정을 보이질 않는다. 남들 다 짓는 그 흔한 미소조차. 은정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어쩐지 무거워 보이기만 하다. 그녀의 말투조차 자연스러운 인간미가 묻어난 것이 아니라 절제되어 있는 기계 같은 말투다. '과연 은정은 행복했을까?' '엘리트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경쟁만이 성장의 답이었을까?'라는 의문을 남긴 채 영화는 현 시대의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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