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 누군가는 상승세, 나는 하락세

이은희 감독, '비밀보장'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8/07 [09:37]

'비밀보장', 누군가는 상승세, 나는 하락세

이은희 감독, '비밀보장'

유수미 | 입력 : 2020/08/07 [09:37]

 

▲ '비밀보장' 스틸컷  © 유수미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나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내 옆의 누군가는 승승장구 해나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질투심, 비참함 등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평등한 시선이 아닌 위를 향하여 상대방을 쳐다봐야 하는 마음,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상대방은 점점 위로 올라가는데 나는 하강선을 타고 쭉 내려갈 때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비참함이 든다. 이렇듯 '비밀보장'의 주인공 은채를 통해 우리는 하강곡선을 타고 내려갔던 삶의 단면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다.

 

오늘은 내가 쏠게.” 화려한 원피스에, 핸드백, 그리고 컬러풀한 화장까지. 1차 시험에 합격한 신애는 웃음꽃 한가득이다. 식사를 하며 신애는 폭포처럼 수다를 늘어놓지만, 은채는 별 입맛이 없다. 조촐한 티셔츠 하나에 가방 하나를 걸친 자신을 보며 은채는 얼굴을 찌푸린다. 예전부터 함께 컵밥을 먹었던 친한 사이였지만 신애의 삶은 점점 상향세로, 은채는 면접에 여러 번 탈락하며 하향세로 내려간다. 이처럼 반대의 정점에 있는 두 인물을 옷차림을 통해서, 말주변을 통해서 명확한 대비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극과 극으로 두 인물의 외견상을 표현해내어 신애라는 인물에게선 우월감을, 은채라는 인물에게선 비참함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 '비밀보장' 스틸컷  © 유수미

 

한 번만 잘 얘기해 주면 돼.” 신애는 은채에게 회사 측의 연락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회사 측에서 요구하는 신애에 관련된 질의응답이다. 은채는 알겠다고 응하지만 이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질투로 변화한다. 면접장으로 향하던 중 지하철에서 졸고 말아 면접 시간을 놓친 후, 은채는 큰 상실감을 맛본다. 때 마침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혹시 신애님 지인되시나요?” 전화를 받는 순간 은채의 눈빛이 돌변하기 시작하고 정장의 검은 색깔처럼 은채의 마음도 까맣게 물들어간다. 은채의 뾰족한 하이힐은 날이 선 은채의 질투심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좋은 것보단 나쁜 것이 기억나는 법이죠.” 은채는 교묘히 신애를 비꼬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후덥지근한 날씨처럼 은채의 마음속에서 미움이란 감정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면 친구분이 경찰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과 함께 시끄러운 전철의 경적소리가 울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열린 결말이지만 전철의 경적소리는 분출될 것만 같은 은채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네.", "아니요."의 갈림길에서 은채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묻는다면 "아니요."를 선택했을 거라고 본다. 떠나가는 전철처럼 신애에 대한 은채의 마음도 함께 떠나보낸 것 같아 보였기에.

 

▲ '비밀보장' 스틸컷  © 유수미

 

은채처럼 이도 저도 안될 때가 있었다. 아르바이트 면접도 탈락, 사람들과의 트러블, 이 때문에 떨어진 낮아진 자존감까지. 그야말로 하향세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때 SNS로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못 지내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네.'라는 생각에. 세상의 모든 고통은 나 혼자서 짊어질 것 같은 기분에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들이 많았다.

 

이때를 떠올리니 은채의 감정에 더욱 잘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항상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못난 모습, 그리고 인간의 본성까지 영화는 은채라는 캐릭터를 통해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은채의 모습을 통해 나와 같은 존재가 한 명 더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밑바닥을 경험해본 나로서 은채의 초조함, 비참함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와닿았다. 이처럼 영화 속 은채는 단순히 영화 캐릭터가 아니라 나와 우리들을 대변하는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인다. 그로 인해 영화는 캐릭터를 통해 공감의 지대를 확보시켜 준다.

 

네가 잘 되면 그럼 나는?’이라는 마음. 누구나 한 번쯤은 품지 않았을까.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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