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의 경이로운 시도, 새로운 '시간'을 지닌 영화를 창조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테넷'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8/26 [17:05]

놀란의 경이로운 시도, 새로운 '시간'을 지닌 영화를 창조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테넷'

김준모 | 입력 : 2020/08/26 [17:05]

▲ '테넷' 메인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올해 첫 텐트폴 영화인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참으로 흥미로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색다른 소재와 독특한 전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도를 선보여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스파이 장르에 그 뿌리를 두면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그의 이 시도는 물리학적인 호기심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인류의 역사와 감정을 말하며 이성과 감성의 영역을 오가는 매력을 보여준다.

 

동생 조나단 놀란과 함께 인터스텔라의 각본을 쓰면서 물리학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시간이란 개념을 더 깊게 파고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과거의 연장이자 미래의 이전이며 현재란 이름을 지닌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가 한 공간에 펼쳐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란은 이런 호기심을 인버전(inversion)’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참고로 이 단어는 위치나 순서의 도치를 의미한다.

 

▲ '테넷'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버전의 의미 현재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

 

테넷이 보통의 스파이 장르와 다른 점은 인버전이란 개념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주도자는 임무 중 벽에 박힌 총알이 거꾸로 튀어 오르는 걸 목격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진행된다. 이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때문에 총을 쏘면 총알이 나가지, 총알이 총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인버전은 이런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다. 총알에 손을 대면 거꾸로 손 위로 올라간다.

 

주도자는 이런 인버전이 입력된 물건들이 현재로 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물건을 보낸 장소는 미래다. 작품 속 인버전을 일으키는 물체는 미래에서 온 것이고, 이를 통해 미래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과거는 소통할 수 있다. 사토르는 이 미래와의 소통을 통해 현재의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다. ‘테넷이란 이름으로 묶인 단체는 이런 사토르를 막고자 하고, 주도자는 그 대상으로 선정된다.

 

이 인버전의 개념은 과거와 미래가 존재하는 현재를 만든다. 놀란 감독은 이 개념이 생소하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보내는 이메일은 미래의 어떤 대상이 보길 바라고 보내는 것이다. 이메일이란 매개체를 통해 현재와 미래는 연결된다. ‘밥을 먹는다라는 말을 예로 들면 이 한 말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먹기 시작한 시점은 과거가 될 수 있고 먹는 중은 현재이자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개념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면 한 공간에서 시간의 진행이 반대로 진행되는 것도 가능하다. 한쪽의 시간은 앞으로 가지만, 다른 쪽의 시간은 반대로 간다. 이런 인버전의 효과는 새로운 액션 장면을 창조해낸다. 벽 또는 유리에 박힌 총알 자국을 보고 위험에 미리 대처한다. 반대로 이 자국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위협에 당한다. 인버전은 개념 자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다.

 

▲ '테넷'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파이 장르의 매력 007 시리즈의 향수 자극

 

낯선 인버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건 익숙한 스파이 장르의 매력이다. 도입부 주도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스파이 장르가 지닌 매력을 하나씩 보여준다. 첫 번째는 뛰어난 동료의 조력이다. 사토르의 목적을 알아내는 임무를 맡게 된 주도자는 파트너로 닐을 소개받는다. 닐은 인버전에 대한 개념을 지니고 있는 건 물론 작전에 딱 맞는 인력과 활약으로 든든한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두 사람의 우정은 결말부에서 가슴 찡한 감정을 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금단의 사랑을 유발하는 여성 캐릭터다. 007의 본드걸처럼 스파이 옆에는 그의 냉철한 마음을 움직이는 여성이 존재한다. 주도자는 작전에 의해 사토르를 만나고자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 캣에게 접근한다. 시작은 이용이란 목적이었지만 사토르에 의해 억압된 삶을 살아가며 아들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캣의 모습에 그의 마음은 움직인다. 어느새 작전의 목적 중 하나는 캣의 행복이 되어버린다.

 

세 번째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스파이의 강인함이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의 제임스 본드가 능숙하고 능청맞은 건 물론 뛰어난 능력을 지닌 타고난 스파이의 모습이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부터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스파이가 겪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공허함과 좌절을 표면에 드러내며 육체적인 강인함에 초점을 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육체적인 강인함은 정신적인 고통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테넷역시 도입부에서 주도자가 큰 좌절을 경험하는 장면과 그가 육체를 단련하는 모습을 통해 내적인 고민과 이를 이겨내는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카체이싱 장면과 비행기 사고를 동원한 창고 습격 장면, 결말부의 대규모 액션 장면은 장르적인 매력을 통해 쾌감을 자아낸다.

 

▲ '테넷'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슈뢰딩거의 고양이

 

인터스텔라를 만들기 위해 조나단 놀란이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거처럼, 크리스토퍼 놀란은 작품에 있어 무조건적인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양자역학을 통한 시간여행과 함께 할아버지 패러독스의 개념을 작품 안에 집어넣는다. 이 개념은 만약 어떤 사람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 자기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그 자신은 태어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로 일종의 모순에 해당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의 경우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자기 조상을 죽이면 자신이 사라지는 설정을 넣는다. 이런 개념을 테넷은 이렇게 말한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된다고 말이다. 테넷(tenet)의 제목 자체가 교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운명론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개념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어떤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으며 한 시간이 지나면 50%의 확률로 죽거나 산다는 실험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삶과 죽음이 함께 있다고 본다. 한 마디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개념이 중첩되어 있는 상태가 상자 안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테넷에서도 이런 개념이 사용된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인버전을 통해 동시에 진행된다.

 

동일한 공간에서 한쪽에서의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고, 다른 쪽에서는 미래에서 현재로 이동한다. 공간(상자)은 같지만 펼쳐지는 상황은 다르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된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상자를 열어 본 결과라는 것이다. 이 결과는 가정이 아닌 진실이며 과거와 현재가 입증한 미래다. 때문에 할아버지 패러독스는 가정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그 증거다.

 

때문에 이 영화의 결말부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지점이 놀란이 보여주고자 했던 논리와 이성을 갖춘 전개와 감정이 갖춰진 감상이다. 물리학이 사물의 이치를 알아가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학문이라면 감정은 인류가 만들어 온 역사다. 감정이 있기에 인류는 생존을 위한 공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작품은 이런 감정을 통해 구성 못지않은 멋진 결말을 보여준다.

 

▲ '테넷'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 관객에게 던지는 한 마디

 

테넷n차 관람을 요구하는 영화다. 그만큼 이해하기 쉽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의 한국 흥행 후 한국 관객들은 수준이 높다는 말을 한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하고자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석을 하고자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좋은 영화는 극장 문을 나선 후에 더 많은 생각을 지니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말처럼 이 영화가 던진 수수께끼에 골머리를 앓기도 할 것이다.

 

주도자는 거꾸로 손위로 튀어 오르는 총알을 보고 인버전을 알게 된다. 그는 이 현상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연구원은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말한다. 때로는 이해에 매달리다 정작 중요한 감정을 놓치게 된다. 예술은 감정의 영역이다. 학문과 다르다. 학문의 영역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예술을 잘하는 사람은 철학가일 것이다. 그만큼 깊은 의미와 해석의 여지를 작품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작품을 보고 느낄 감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은 새로운 시도와 이를 통해 예기치 못한 감정을 보여준다. 그 경이로운 순간을 느끼고 따라가는 것만으로 감독이 의도한 방향을 충분히 따라갔다고 볼 수 있다. 삶에 있어 미래를 계획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 지다. 나의 미래는 현재처럼 결국 일어날 일이며 지금을 느끼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방향성임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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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지 2020/10/19 [10:43] 수정 | 삭제
  • 친구놈이 한턱내라길래..여기서 놀면서 알게된 여자사람회원이랑..참치집에서,,
    노래방에서,,그리고 3차? 까지..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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