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feel my '하트비트'?

노윤아 | 기사승인 2020/08/31

Can you feel my '하트비트'?

노윤아 | 입력 : 2020/08/31 [10:42]

[씨네리와인드|노윤아 리뷰어] '하트비트'는 자비에 돌란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로 2010년에 개봉했다. 마리와 프랑시스, 그리고 니콜라의 삼각관계를 조명하며 니콜라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영화는 세상의 유일한 진실은 이성을 잃은 사랑이다라는 알프레드 드 뮈세의 말을 인용하며 의 사랑을 하는 모든 이를 응원한다.

 

▲ '하트비트' 스틸컷  © AT9 ㈜씨에이엔

 

1. 오드리 헵번과 제임스 딘의 찌질한 러브 스토리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을이다. 혼자만의 사랑이기에 상대에게 화답을 강요할 수도 없고 그저 혼자 사랑을 키울 뿐이다. 상대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앞선 마음에 실수를 저질러 자책하는 일도 다반사다.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고 상대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접을 수 없는 게 짝사랑이다. 그리고 오드리 헵번과 제임스 딘 역시 이에 예외가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 아는 지루한 동네의 새로운 얼굴인 니콜라를 두고 서로를 견제한다. Dalida의 'Bang Bang'을 배경 음악 삼아 한껏 치장하고 니콜라를 만나러 가는 두 사람은 서로가 니콜라에게 관심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술래잡기 도중 니콜라가 프랑시스를 잡았을 때 사용되는 슬로우 모션과 강조되는 숨소리는 섹슈얼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프랑시스는 자신의 발과 맞닿은 니콜라의 발도 의식하고 그의 방식을 따라 어색하게 마시멜로를 먹는다. 프랑시스는 여자 친구가 있는 니콜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도 없어 니콜라가 벗어놓은 옷의 냄새를 맡으며 짝사랑을 달랜다.

 

마리는 니콜라가 좋아하는 오드리 헵번처럼 머리를 올리고 진주 목걸이와 드레스를 걸친다. 그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대사를 읊고 프랑시스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니콜라에게 프랑시스에 관해 얘기하는 치사한 모습도 보인다.

 

프랑시스와 마리는 짝사랑의 억울함이 치솟아 땅바닥을 구르며 싸우고 니콜라는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로 그들을 지켜보다 한마디를 던진다. ‘날 사랑한다면 따라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되어 프랑시스와 마리는 니콜라를 따라간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낙엽 더미에서 구르고 싸우는 추한 모습을 보인 그들은 직감적으로 가망 없음을 느낀다.

 

▲ '하트비트' 스틸컷  © AT9 ㈜씨에이엔

 

2. *근데 솔직히 조금은 헷갈리게 만든 네 책임도 있는 거 아냐

 

생일 파티에서 춤을 추는 니콜라를 보며 프랑시스와 마리는 다비드상과 장 콕토의 그림을 떠올린다.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데이트 신청도 했으면서 사랑에 빠진 책임은 지지 않는 니콜라는 옴므파탈이다.

 

마리와 프랑시스는 니콜라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는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채워진 베드신은 인물의 감정을 원색 조명으로 은유한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냐는 남자의 질문에 마리는 정열적인 빨간색 조명으로 답하고 여자 친구가 있는 니콜라를 좋아하는 프랑시스의 마음은 질투를 뜻하는 초록색 조명으로 나타난다. 마리는 시골에 오면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는 니콜라의 말을 담배로 치환해 똑같이 말한다. 담배 없이는 못 살고 담배 덕에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는 마리의 말은 사랑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무관하다. 그녀를 비추는 노란 조명은 니콜라와 프랑시스 때문에 불안해하는 마음을 대변한다.

 

프랑시스와 마리는 이미 들켜 버린 마음을 고백한다. 니콜라는 그들의 사랑에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다고 회피한다. 사랑을 받아주지도, 소중하게도 여기지 않는 니콜라의 무례한 거절은 그들이 함께한 시간들이 마리와 프랑시스에게만 의미 있었음을 보여준다.

 

3. To. Heartbreaker, From. Heart-Broken

 

니콜라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한 프랑시스는 슬픔과 우울을 상징하는 파란 조명 속에서 이름 모를 남자에게 기대 울음을 터트린다. 분명 그를 사랑한 건 잘못이 아니었고 똑같은 질량의 사랑을 그에게 보답받길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니콜라는 필요 이상으로 잔인했다.

 

이들의 이야기와 개별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명은 자신이 사랑했던 건 실체가 아닌 개념이라고 말한다. 장거리 연애 중, 그가 사랑했던 건 상대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커피, 담배, 착륙하는 기분을 사랑했던 것이라고. 사랑의 대상은 개념일까? 어쩌면 마리와 프랑시스는 니콜라가 아닌 다비드상과 장 콕토의 그림이라는 개념을 사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트비트'는 사랑을 받아줄 것도 아니면 사랑스럽지 말라고 외치는, 짝사랑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을 위한 영화다. 선을 긋는 상대로 인해 아파하고, 사소한 것 때문에 들뜨고, 그를 의식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약속 시간에 늦는 상대를 미워하다가도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그를 용서하는 마음에 공감하는 절대적 약자다.

 

누군가는 사랑의 과정을 이메일로 비유하고 마리의 머리를 해주던 미용사는 20년 동안 절망에 빠진 사람을 수두룩하게 보았다고 말한다. 실패한 짝사랑의 대열에 합류하며 마리와 프랑시스는 연적이 아닌 나쁜 놈을 사랑했던 짝사랑의 동지가 되어 우산을 나눠 쓴다.

 

1년 후, 니콜라를 다시 마주친 프랑시스는 뻔뻔하게 말을 붙이는 그를 역겨워하며 소리를 지른다. 마리는 그 옆에서 니콜라를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다. 자비에 돌란은 이 장면을 통해 의 짝사랑으로 서러웠던 이들과 연대하며 모든 하트브레이커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인다. 너 정말 별로였다고, 마음의 가치도 모르는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통쾌하고 속 시원한 괴성으로 그간 이었던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아이유, Voice Mail (2013)의 가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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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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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8.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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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짝사랑러 2020/08/31 [16:08] 수정 | 삭제
  • 재밌는 글이네요 제 짝사랑..경험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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