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에서 되새기는 "스크린 속의 여름색(色)"들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

양재서 | 기사승인 2020/09/04

여름의 끝에서 되새기는 "스크린 속의 여름색(色)"들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

양재서 | 입력 : 2020/09/04 [14:35]

[씨네리와인드|양재서 리뷰어]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이 뜨거울수록 기억은 청량해진다. 달갑지 않은 더위도 바다가 있어 좋았고, 짜증 나는 모기도 평상 위의 수박을 이기진 못한다. 매년 이맘때 돌아본 여름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하지만 올여름 우리의 나날은 그리 뜨겁지도, 청량하지도 못했다. 막연한 공포와 더운 숨을 막는 마스크, 매일 들려오는 암울한 비 소식이 녹(綠)빛 대신 여름을 뒤덮었다.

 

비록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간 여름이지만, 추억할 영화들은 남아있다. 익숙한 냄새로 잊힌 기억이 떠오르듯, 여름을 닮은 영화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속 푸르고 뜨거운 여름을 볼 때면, 우리가 누리던 보통의 여름날이 떠오른다. 마스크 없이 맞이할 내년 여름을 기대하며 여름의 끝자락에서, 스크린 속 여름을 되새겨본다.

 

 


 

 

(1). 「Call Me By Your Name」: "한여름을 닮은 첫사랑"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여기선 뭘 하고 지내?”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죠

그럼 겨울에는? 여름이 오길 기다려?”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중)

 

여름의 생명력이 아름다운 까닭은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두 남자의 특별한 사랑을 그려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상실의 아픔마저 일부로 간직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탈리아의 여름 안에 담긴, 열일곱 소년 엘리오의 첫사랑은 영원하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첫사랑 역시 엘리오와 올리버의 여름 안에서 되살아난다.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이미지의 힘은 강렬했다. 눈부신 햇볕과 반짝이는 수영장, 잘 익은 복숭아와 원색의 수영복들. 다채로운 여름의 이미지는 엘리오의 첫사랑을 시각화한다. 그 뛰어난 색감과 영상미로 인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개봉 이후 "여름을 대표하는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뜨거운 여름을 닮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매년 여름, 그 계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2). 「귀를 기울이면」: "여름은 성장의 계절"

 

▲ '귀를 기울이면' 스틸컷  © 대원미디어(주)

 

여름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방학이 있어서가 아닐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쉼 없이 달려온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단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은 휴식과 불안, 그 어딘가에 위치한다. 이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누리는 자유시간이 자 미래에 대한 걱정이 닥칠 시기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 <귀를 기울이면> 속 시즈쿠의 여름방학은 우리 모두의 여름이었다.

 

▲ '귀를 기울이면' 스틸컷  © 대원미디어(주)

 

당찬 소녀의 성장 여정은 한여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소년 세이지를 만나며 진로에 대한 고민과 사랑을 하게 된다.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그 시절의 풋풋함과 향수를 일깨운다. 푸르른 여름의 교정 안, 시즈쿠와 세이지의 첫 만남은 우리의 첫사랑을 조작하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시즈쿠의 모험이다. 사람과 식물 모두에게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 속 더욱 단단해진 시즈쿠는 우리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건넨다.

 


 

 

(3). 「중경삼림」: "푸른 빛의 여름"

 

▲ '중경삼림' 스틸컷  © (주)앤드플러스미디어웍스

 

겪어본 적 없는 시대를 그립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힘이다. 1995년 작인 영화 <중경삼림>은 감각적인 연출과 OST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양조위와 왕페이 주연의 "2번째 이야기"는 당대 홍콩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푸른색이 감도는 영상은 후덥지근한 홍콩의 여름마저 청량하게 만든다. 매일 같은 샐러드를 먹는 경찰 663과, 어딘지 엉뚱한 종업원. 사소한 만남에서 시작된 인연은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무더운 여름 속, 일상의 감흥을 잃은 사람들에게 <중경삼림>은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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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서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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