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l ‘뉴 오더’ – 초록 물감의 공포[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뉴 오더’ / New Order
몸 곳곳이 초록 물감 자국으로 물든 사람들이 병원에 몰려온다. 환자를 돌보아야 할 간호사는 되려 ‘환자 분, 저희 좀 도와주세요. 저희가 더 좋은 곳으로 데려 갈게요.’ 라며 기존에 있던 환자들을 옮긴다. 갑자기 들이닥친 환자들로 인해 결국 갈 곳을 잃게 된다. 여기서부터 좋은 곳, 즉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시작임을 나타낸다.
이 중 상류층 마리안의 유모였던 한 여자가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아픈 유모를 대신하여 그 남편은 결혼식을 앞둔 마리안을 찾아간다. 병원비가 필요해서 찾아갔지만 신부의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만 받고 충분한 도움은 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래서 마리안은 아픈 유모를 돕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간다. 마리안이 사라진 뒤 초록 물감의 계속된 발견으로 불길한 기운이 시작된다. 바이러스 혹은 재난을 연상시키며, 결국 초록 물감의 정체가 밝혀진다. 낯선 이들의 침입으로 초호화판 집은 초토화된다. 돈 될 만한 것은 다 빼앗기고 초록 물감과 빨간 피가 뒤섞인다. 설상가상 군부대의 쿠데타까지 발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간다.
선의를 베풀기 위한 마음으로 유모의 집에 간 마리안은 군인에게 속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사람들은 발가벗겨진 채 이름 대신 이마의 번호로 불리는 암흑 같은 곳에서 온갖 수모를 당한다. 이때 아무리 반란을 일으켜도 상류층의 돈을 차지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협박 뿐인 장면들은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앞부분에서의 줌 인(Zoom in)된 그림은 이 상류층 가족의 집에 걸려 있는 미술품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 여성이 몸에 초록 물감이 잔뜩 뿌려지는 장면도 마리안에게 일어날 일과 연결 되어있다. 잠깐 비춰진 장면들이 영화 내용으로서 연결되는 것은 강렬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런 부분에서 감독의 고뇌가 충분히 느껴진다.
초반의 장면이 복선 또는 총정리라면, 전쟁은 죽은 자만이 끝날 수 있다는 마지막 메시지는 영화를 현실로 확장한다. 눈에 보이는 무기만 없을 뿐,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쟁은 계속 진행중이다. 미셸 푸랑코 감독이 영화 속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한 말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의 모습과 사회의 가치가 <뉴 오더>에 반영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 상영기록 ◆ 2020/10/21 13:3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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