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계를 넘지 못한 아쉬운 '레벨업'

[프리뷰] '레벨 16' / 12월 1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03

마지막 단계를 넘지 못한 아쉬운 '레벨업'

[프리뷰] '레벨 16' / 12월 1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2/03 [15:03]

 

▲ '레벨 16'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레벨 16’은 올해 초 나온 두 편의 영화를 묘하게 섞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는 10대의 소녀들로 이루어진 기숙사 학교 베스탈리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소녀들은 좋은 곳으로 입양가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 헌데 그 공간이 독특하다. 소녀들은 바깥 공기가 오염되었다는 이유로 지상인지 지하인지도 알 수 없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모여 있다. 수업은 TV가 대신하며 안내방송과 벨소리로 행동을 결정한다.

 

소녀들을 감시하는 건 CCTV.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경비원에게 붙잡혀 벌을 받는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은 잠겨 있으며, 소녀들이 잠을 자는 공간은 밤이면 안에서 열 수 없다. 소녀들은 성장에 따라 단계가 올라가는데, 레벨 16에 다다를 때까지 4개의 반이 매번 바뀐다. 이런 설정은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수직 감옥이란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더 플랫폼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회색의 공간과 레벨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가해지는 벌칙이 어두운 분위기와 독특한 공간설정이란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런 공간 속에서 소녀들은 레벨 16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녀들의 목적은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소녀들은 공통적으로 가족이 없다. 입양가정을 찾기 위해서는 레벨 16 단계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이후에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 '레벨 16'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이를 위해 받는 교육의 핵심은 복종, 충성심, 인내, 청결이다. 중세 여성에게 가해진 신부수업처럼 타인에게 복종하고 충성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분노하지 않고 참는 걸 미덕으로 여긴다. 깨끗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얼굴과 몸은 항상 깨끗해야 한다. 교사 미스 브릭실은 학생들에게 여성답게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수동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을 만들고자 그 주체성을 잃게 만든다.

 

레벨 16에 도달할 때까지 학생들은 글을 배우지 않아 읽지 못한다. 여성에게 지식 대신 예쁜 인형이 되기를 바라는 영화의 모습은 파라다이스 힐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작품 속 파라다이스 힐스란 공간에 초청받은 여성들은 그 섬처럼 아름다움만을 지닌 존재로 개조 당한다. 이 작품이 밝은 영상미에 중점을 두었다면 레벨 16’은 어두움에 초점을 둔다. 밝기만 다를 뿐 메시지에서 유사점을 보인다.

 

이런 흥미로운 지점들을 보여주던 레벨 16’은 결말부에 다다르며 체력을 소진한다. 결승선을 앞두고 지쳐 걷기 시작한 마라토너처럼, 웅장한 긴장감을 주던 영화의 분위기를 단 번에 무너뜨린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각 레벨에 따른 긴장감 유지에는 성공한다. 도입부 어린 시절 비비안이 소피아를 도와주다 벌을 받는 장면과, 성인이 되어서 만난 두 사람이 시설의 비밀을 눈치 채는 장면까지 긴장감의 범주를 천천히 넓혀간다.

 

▲ '레벨 16'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이 시설의 대표인 닥터 미로의 등장 타이밍도 훌륭하며, 그가 비비안과 관계를 맺게 되며 형성되는 새로운 긴장감은 동력이 떨어질 타이밍에 기막히게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 이른 순간, 영화 속 레벨 16이 망가지는 거처럼 영화는 조잡해진다. 초반부의 흥미를 이어가려면 맥거핀이 기막힌 속임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그저 예상했던 범주를 축소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기대감으로 차오른 풍선의 바람을 빼버린다.

 

이는 레벨 16’의 양지 버전인 파라다이스 힐스가 저지르는 실수와 비슷하다. 이 작품 역시 아름다운 미장센과 흥미로운 설정을 선보였으나 스토리의 전개가 미적지근하게 이어지다 결국 조잡한 마무리로 끝나버렸다. 이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수로 초반에는 극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흥미로운 설정을 다 가져오지만, 후반부에는 이를 어떻게 살릴지 길을 찾지 못해 가장 편한 마무리를 택한다.

 

▲ '레벨 16'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과격하게 말하자면 관객이 아닌 작가를 위한 후반부를 택한 것이다. 이런 선택은 관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후반부 소녀들의 우정과 저항이 강조되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그 표현에 있어 조금은 더 강렬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비슷한 주제의식을 지닌 스텝포드 와이브스처럼 주제의식을 강화하면서 충격을 줄 수 있는 결말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다. ‘더 플랫폼처럼 흥미를 자극했으면 이를 충족하는 후반부를 보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일 뿐이다.

 

레벨 16’은 마지막 단계까지 나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처럼 철두철미한 준비로 나아가다 마지막 한 단계를 이겨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주는 영화다. 독특한 느낌의 영화는 그 특유의 향기를 끝까지 가져가기 힘들다. 미로가 막히는 순간 익숙한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충동을 느낀다. 그 충동을 이겨낸 작품만이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다. 마지막 레벨을 넘지 못한 영화의 후반부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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