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F|길고양이 집단에서 찾은 세상의 평화와 공존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피스’ / Peace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11

JFF|길고양이 집단에서 찾은 세상의 평화와 공존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피스’ / Peace

김준모 | 입력 : 2020/12/11 [18:40]

 

▲ '피스' 스틸컷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평화와 공존. 이 두 가지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면 뭔가 거창한 소재가 필요할 것만 같다.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장인어른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놀랍게도 작품은 길고양이 무리에서 시작해 전쟁세대의 아픔까지 담아내며 평화와 공존을 말한다. ‘피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담아내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의 시작은 감독 소다 카즈히로의 장인어른이 길고양이 무리에게 밥을 주면서 시작된다. 이 다섯 고양이 근처에는 꾀죄죄한 고양이 한 마리가 혼자 떨어져 있다. 먹이가 놓이는 순간, 이 고양이는 튀어 올라 무리 사이에서 먹이를 낚아챈다. 장인어른은 그 고양이를 향해 도둑 고양이!’라고 외친다. 감독은 이 순간을 다섯 고양이와 장인어른 사이의 평화가 깨진 시간이라 말한다.

 

세상의 평화는 공존에서 비롯된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 내국인과 외국인, 부자와 거지,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기에 평화 속에 살아갈 수 있다. 감독은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약자의 위치에 선 대상을 조명한다. 바로 장애인과 노인이다. 감독의 장모님은 지역 장애인을 도와주는 시설에서 일한다. 이 인연으로 인해 그는 하시모토 씨를 만나게 된다. 하시모토는 유료 장애 돌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피스' 스틸컷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휠체어를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서비스는 고객을 차에 태우고 산책을 시키거나 시설로 이동해 준다. 말은 유료지만 교통비만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료다. 하시모토는 장애 관련 시설에서 일을 했고, 이 시설을 만들어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는 이들이 사회란 공동체 안에서 유리되지 않게 돕고자 한다.

 

공존과 평화는 하나의 세트처럼 보인다. 다툼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화가 있고 공존이 유지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감독의 장인어른 집 여섯 마리의 고양이는 겉으로만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 그들 사이에 다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그 평화를 깨뜨리려는 순간 강하게 반응하게 된다. 퍼즐에 잘못된 조각이 있으면 다시 맞춰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대충 끼워 넣어 완성했다고 자랑하는 모양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은 이유는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눈앞에 닥친 위험 앞에서만 평화를 걱정한다. 먹이를 빼앗으려 드는 도둑고양이처럼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자국 내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었던 건 자국민들에게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애인 한 명을 보살피는데 필요한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강조해 이들을 위협을 불러오는 혐오스런 존재로 포장했다.

 

장애인과 노인은 사회적인 약자로 도움이 필요하다. 허나 이들에게 들어가는 복지비용이 강조되는 순간 위협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불편과 고통이 있더라도 인내를 강요받는다. 이 인내는 거짓된 평화를 만들고 공존의 모양을 취한다. 더 씁쓸한 점은 이런 약자들을 돕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힘든 사회의 저소득층과 노인들이란 점이다. 하시모토는 센터에 온 이들에게 이곳은 수익을 전혀 벌어갈 수 없는 곳임을 강조한다.

 

▲ '피스' 스틸컷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럼에도 하시모토가 센터를 운영하는 건 사회적 약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평화와 공존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작품은 후반부 인터뷰 장면을 통해 전쟁세대의 이야기도 담는다. 일본은 전범국이자 패전국이다.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이 되었지만 전쟁 세대의 빈곤과 고통은 해결하지 못했다. 이 작품의 장르에 전쟁이 들어가는 건 결국 이들의 전쟁은 평화란 허울 속에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의 진정한 공존과 평화는 가능할까. 작품은 그 해답의 힌트를 고양이를 통해 제시한다. 도둑고양이라 불렸던 고양이는 길고양이 무리에 합류해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존은 약자의 변화가 아닌 집단이 만드는 공간에서 비롯된다. 퍼즐의 조각이 잘못되었다고 강제로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조각을 맞춰나갈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사소한 지점에서 거대한 담론을 잡아낸다. 길고양이 무리 사이의 평화와 공존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시키며 평화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감독의 사상이나 생각을 설명하거나 주입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카야마란 동네를 배경으로 길고양이와 하시모토 씨,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미시적인 시점에서 거시적인 담론을 펼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0.12.11 [18:40]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