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F|백색의 소녀와 어둠의 짐승이 만들어낸 '환상동화'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바깥 나라의 소녀’ / The Girl from the Other Side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14

JFF|백색의 소녀와 어둠의 짐승이 만들어낸 '환상동화'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바깥 나라의 소녀’ / The Girl from the Other Side

김준모 | 입력 : 2020/12/14 [11:15]

 

▲ '바깥 나라의 소녀' 스틸컷  © 프로덕션 I.G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재팬 필름 페스티벌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작품성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덕션 I.G.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닌 높은 수준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앞서 공개된 단편 거미 소녀’ ‘킥 하트’ ‘피그테일’, 장편 도쿄 마블 초콜릿이 국내에 개봉한 작품이라면, ‘서랍속의 아이들바깥 나라의 소녀는 공개되지 않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에 노미네이트 된 나가베 작가의 동명 인기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한 바깥 나라의 소녀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소녀와 짐승의 모습을 그려낸다. 소녀의 이미지는 백색이다. 옷부터 머리까지 새 하얗다. 반면 짐승의 이미지는 검은색이다. 그는 신사 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망토부터 얼굴, 뿔까지 검은 짐승의 이미지를 풍긴다. 숲속에 혼자 있던 소녀는 짐승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간다.

 

숲속이 짐승의 공간, 그밖의 도시가 소녀의 공간이란 건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바깥세상의 소녀는 짐승이 있는 숲으로 왔다. 반대로 소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는 도시와 떨어진 이 숲이 바깥세상이다. 바깥 나라라는 제목은 묘한 느낌을 준다. 짐승의 입장에서는 소녀가 바깥 나라에 속한 존재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짐승이 바깥 나라에 위치한 존재다.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기에 우리는 그밖에 위치한 존재들을 바깥에 있다 치부한다.

 

▲ '바깥 나라의 소녀' 스틸컷  © 프로덕션 I.G

 

집안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게는 반려동물이란 애칭이 붙지만, 창밖의 동물은 들짐승, 산짐승 등으로 불린다. 그런 외부의 존재에게 지니는 이미지는 어둠이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지닌다. 이 작품에서 관객이 느끼는 두려움은 짐승에 의해 소녀가 검게 물들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짐승의 손에 앉은 하얀 새가 검게 변하는 모습에서 비롯된다. 작고 귀여운 새는 마치 까마귀처럼 검은 짐승으로 돌변한다.

 

반면 짐승이 지니고 있는 두려움은 소녀가 바깥 나라로 떠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짐승의 몸에 닿으면 검게 변한다는 건 앞서 새를 통해 보여줬다. 숲속에서 짐승은 모든 존재를 검게 만든다. 그래서 숲의 이미지는 어둡다. 세상에 자신과 같은 사람만 있다면 인생은 지루하고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름을 알아가고 매력을 느끼는 게 삶이다. 짐승은 소녀만큼은 자신과 다르게 있어줬으면 한다.

 

이런 짐승의 바람은 소녀의 몸에 손을 대지 않음으로 드러난다. 소녀와 짐승이 함께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물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짐승이 소녀를 안고 있다. 허나 실제로는 멀리 떨어져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짐승은 소녀를 좋아하지만 자신에게 물드는 걸 원하지 않는다. 바깥 나라에 존재하는 소녀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고자 한다. 이런 소녀와 짐승의 모습은 사회가 지닌 어둠에 순수한 가치가 매몰되길 원치 않는 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를 선보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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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2.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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