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뷰|영화 '라이언', 가스 데이비스 作

백서연 | 기사승인 2020/12/15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뷰|영화 '라이언', 가스 데이비스 作

백서연 | 입력 : 2020/12/15 [15:11]

[씨네리와인드|백서연 리뷰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은 건강, , 사랑 등으로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금껏 나라고 생각했던 나의 존재가 부정당할 때, 확신했던 나의 삶과 정체성이 불확실해질 때 가장 큰 혼란과 좌절감을 느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 라이언을 소개한다.

 

▲ 영화 '라이언' 포스터  © (주)이수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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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과거

인도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단란한 가족이 살고 있다. 5살 사루와 그의 형 구뚜, 어린 막냇동생 셰킬라와 어머니다. 형제는 석탄을 훔쳐 팔며 돈을 번다. 사루가 먹고싶어 하는 조그마한 과자 젤러비하나 사주지 못할 만큼 집은 가난하지만 형제간 사이는 돈독하고 서로를 아낀다. 어느 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야간 작업을 하러 떠나는 형 구뚜에게 사루는 자신도 따라가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어쩔 수 없이 둘은 함께 집을 나선다.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루는 잠투정을 부리며 이동해야 하는 기차역에서 일어나지 않고, 결국 구뚜는 잠시 사루를 두고 자리를 비우게 된다.

 

▲ 영화 '라이언' 스틸컷  © (주)이수C&E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사루가 정신을 차렸을 때 구뚜는 보이지 않았다. 겁먹은 사루는 우왕좌왕하며 형을 찾아 열차에 탑승하고 잠에 들어버린다. 다시 눈을 뜨자 열차는 이미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사루는 홀로 1200km 남짓 떨어진 대도시 캘커타에 도착하게 된다. 방황하던 사루는 우연히 한 선한 시민의 도움을 받아 겨우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간다. 이후 사루의 이름과 사진을 담은 공고가 신문에 실렸지만 가족들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결국 사루를 마음에 들어한 호주의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된다. 사루는 호주에서 친절한 부모 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수와 존을 만나고 살며시 미소짓는 사루를 보여준다

 

▶ 그의 현재

이제 영화에서는 20년 후 훌쩍 커버린 사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루는 경영학과 대학생으로, 부모님의 듬직한 아들이자 같은 학교 학생 루시의 다정한 남자친구가 되었다. 사루는 그간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대학교 수업에서 크로켓 경기가 열리면 인도와 호주 중 어느 나라를 응원하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사루는 단호하게 당연히 호주라고 답한다. 인도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파티에서도 손으로 식사하는 방법이 서툴러 혼자만 포크를 사용해 식사한다. 사루는 인도에서 불행하게 지내다가 따듯한 가족들 덕분에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25년간 전혀 가족을 그리워한 적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 파티에서 사루는 과거 형에게 사달라고 졸랐던 과자 젤러비를 보게 된다. 과자를 보자마자 형의 얼굴,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르며 사루는 주저앉고 만다. 자신을 25년간 기다렸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이제서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사루는 가족을 잃었을 당시의 열차 속도와 사루가 기차를 탔던 시간을 역산해서 어떤 기차역에서 출발했는지 찾고, 구글어스로 주변의 모습을 보며 고향 마을과 집을 찾아보기로 한다

 

▲ 영화 '라이언' 스틸컷  © (주)이수C&E

 

하지만 이 때 다시금 이성을 되찾은 사루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가족을 찾아보겠다고 의연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파티 이후 사루는 여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소홀해지고,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사루는 매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진짜 형과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 그들의 고통스러움이 떠올라 너무나 괴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루가 괴로워했던 이유가 단지 이것뿐일까? 사루는 지금까지 호주에서 살아온 날들이 자신을 이루고 있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사루는 지금껏 기억해왔던 20년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어린 날을 마주치게 되었다. 인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함께 살던 진짜 어머니와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지금의 자신을 이루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고민에 빠진 것은 아닐까?

 

사루는 몇 개월에 걸친 끈질긴 조사 끝에 형을 잃어버린 기차역과 기차역 근처의 작은 마을, 그 마을 속 집을 발견한다. 그리고 행복과 긴장이 뒤엉킨 표정으로 인도로 떠난다. 집에 찾아가 다 잊어버린 인도어로 가족의 이름을 떠듬떠듬 말하는 사루의 간절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사루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진짜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고, 형은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루는 인도에서 호주에 있는 부모님께 진짜 부모님을 찾았다고 해도 제게 부모님의 의미는 전혀 변하지 않아요.’라는 연락을 남기고, 과거 자신과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 영화 '라이언' 스틸컷  © (주)이수C&E

 

▶ 그의 미래

자신은 누구인지,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간의 삶을 돌아보는 사루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라이언은 어찌보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가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사루의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루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 결국 답을 도출해냈다앞으로 사루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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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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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2.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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