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에서 'She'로

영화 '그녀'의 성장 이야기

임다연 | 기사승인 2020/12/22

'Her'에서 'She'로

영화 '그녀'의 성장 이야기

임다연 | 입력 : 2020/12/22 [13:46]

 

▲     ©임다연

 

[씨네리와인드ㅣ임다연 리뷰어] 나의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나의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영화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가짜 감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그는 사람들을 대신 해 편지를 써주며 그들의 감정을 모방하고그들이 느껴야 하는 감정을 대리하여 느껴준다그렇다면 테오도르 자신은 그의 감정을 진정한 의미로 느끼고 소유하며그를 기반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테오도르는 이혼 과정 중에 있는 독신의 남성이다그는 아내와 소통의 부재로 관계가 어그러졌다고 생각하며별거 이후 익명 채팅방을 전전하며 짧은 관계를 맺고 끊기를 반복한다그러던 중 그는 OS를 구입하게 되고그 안의 사만다와 만나게 된다그리고 그는 그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만다와 마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테오도르가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결혼의 실패 이후 또 다른 관계를 맺기가 두려워 익명의 만남을 전전하던 테오도르는 실패할 수가 없는 관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OS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만들어진 관계로테오도르의 취향과 의사가 반영된 설정은 그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OS를 형성했음이 당연하다그는 그의 아내가 했던 말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감정을 다룰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그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은 타인의 감정을 모방했거나 자신에게서 엇나가지 않는 맞추어진 감정 뿐이다일정한 설정 안에서 그를 모방하고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틀린 것이라 인식하고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역시 일종의 OS이자 인공지능과 비슷한 인간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목에서 OS 사만다는 소유격과 목적격으로 사용되는 her로 지칭된다이는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소유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테오도르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이야기는 그녀가 her일 때까진 문제 없이 굴러간다하지만 그녀가 주격인 she가 되고자 하는 순간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발전하는 인공지능으로서 테오도르의 설정 그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하고테오도르는 자신의 설정을 뛰어넘는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거리를 두게 된다사실 테오도르의 인간 관계의 문제는 언제나 이 지점에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는데아내 캐서린과의 관계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그는 캐서린과의 관계에 대해 서로 발전하는 관계였다고 이야기 하지만그 발전과 성장은 어디까지나 테오도르의 영역 안이었던 것이다캐서린이 그것을 넘어가 주체로 성장하려고 할 때테오도르는 그녀에게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는 캐서린과 사만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객체가 존재하는데이는 에이미이다에이미는 오랜 기간 동안 교제한 남자친구 찰스의 객체였던 인물이다그는 에이미가 하는 말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면서 그녀의 행동을 조종하고자 한다결국 그의 통제를 견디지 못해 헤어진 그녀는오랜 기간 동안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진 것에 대해 후련하다고 이야기 한다

 

비록 이후에 OS를 친구 삼아 다시 그 관계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지만여전히 테오도르를 챙기는 모습과 찰스와의 관계에서 벗어난 것을 보았을 때 그녀는 등장 인물 중 누구보다 먼저 객체에서 주체로 위치를 바꾼 인물이다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완벽한 주체가 된 것은 아니지만그녀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사람에게서 벗어난 그녀의 모습을 통해 테오도르는 또 다른 캐서린과 사만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후 영화의 마지막에서 사만다를 떠나보내고 친구 에이미와 그 슬픔을 나누며 캐서린에게 전화해 사과를 하는 모습은 테오도르역시 자신의 감정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의 관계와 감정에 손을 뻗기 시작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자신의 설정 안에 있는 객체들을 벗어나 주체로 존재하는 존재들에게 손을 뻗기 시작한 것이다나아가 이 영화는 테오도르에 의해 소유 되었고 그의 목적으로 여겨졌던 캐서린과 사만다의 성장 역시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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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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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2.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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