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의 기억들’, 빛으로 표현되는 소년의 간절한 마음

리뷰|봉준호 감독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들(1994)'

유수미 | 기사승인 2021/01/04

‘프레임 속의 기억들’, 빛으로 표현되는 소년의 간절한 마음

리뷰|봉준호 감독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들(1994)'

유수미 | 입력 : 2021/01/04 [10:00]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누구나 잊고 싶지 않은 기억, 혹은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 기억을 보존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어떤 이는 그때의 마음을 담아두기 위해서 작곡을 하기도 한다. 그 때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나를 회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설령 아프고 시린 기억일지라도 무언가에 담는다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프레임 속의 기억들’은 강아지를 찾고 싶어 하는 한 아이의 간절함이 담긴 이야기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방울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있어서 소소한 영화이지만 큰 울림을 주었던 영화이다.

 

▲ '프레임 속의 기억들' 스틸컷  © 네이버

 

 “방울아” 한 소년의 작은 외침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강아지 집은 까만 어둠이 드리워져있고, 대문 옆 벽면에도 나무 그림자들이 측은하게 드리워져있다. 슬프고 아련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서 소년은 방울이를 찾으러 프레임 아웃을 한다. 초반부부터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또렷하게 보여서 마음이 자연스레 슬퍼지기도 했다. 소년은 아무도 없는 초원을 뛰어다니며 방울이를 찾는다. 이때 시계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데,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표현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언덕 멀리서 앞쪽으로 뛰어오며 소년은 정면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카메라를 향한 소년의 시선 속에서 ‘찾을 수 있어’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가끔 프레임 속에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것은 방울이를 기억하는 소년의 상상의 소리이다. 상상의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곧바로 집 밖으로 나가 방울이를 찾는다. 골목길은 가로등 조명으로 인해 빛과 어둠이 함께 뒤섞여있는데 소년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준 것 같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람의 불안은 희망과 절망 사이의 중간에 끼어있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소년의 불안한 마음이 투영된 조명이 하나 더 있다. 빨간빛을 내고 있는 책상 위의 스탠드다. 빨간색 또한 방울이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실감, 두 가지 마음을 충돌시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상 위에 있는 액자는 클로즈업으로 강조되어 찍히는데 그 액자 속에는 방울이 사진이 담겨있다. 사진이라는 것은 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방울이는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있다’라는 소년의 생각을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 '프레임 속의 기억들' 스틸컷  © 네이버

 

대문을 비추고 있는 첫 장면과 똑같은 구도로 마지막 장면이 전개된다. 첫 장면은 측은하고 우울하게 느껴졌지만, 마지막 장면은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대문 옆 벽면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들이 대문 쪽을 향하고 있었고, 강아지 집 뒤 벽면에는 작지만 분명 빛이 드리워져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소년의 행동인데, 소년은 대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시 돌아와서 대문을 연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문을 다시 열고 가는 행동만으로도 ‘방울아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어’라는 소년의 생각이 또렷이 전해진다.

 

절망과 희망 어디쯤에서 불안해했지만 희망 쪽에 가까워진 소년의 마음을 보며 내심 마음이 놓였다. 영화 속에는 초록색, 빨간색, 회색 등 다양한 색깔이 등장하며 소년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보이지는 않지만 햇빛도 색깔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색깔보다도 소년의 마음이 햇빛처럼 평온하고 여유로워지기를 바라본다.

 

‘프레임 속의 기억들’이라는 타이틀이 떴을 때, 강아지 사진과 함께 ‘1975-1976 ?’이라는 연도가 함께 뜬다. 물음표를 보며 방울이의 행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결국 생각을 접었다. 모르겠는 건 모르는 걸로 남겨 둬야 하지 않을까. 추측은 대부분 상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희망이라는 긍정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이 다시 돌아와서 대문을 열고 간 것처럼.

 

꿈에 어떤 이가 나타나면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것처럼 소년이 방울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방울이에게 잘 전달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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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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