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할 수 없는 진심에 관하여

리뷰|영화 '립반윙클의 신부(2016)'

노윤아 | 기사승인 2021/01/06

재단할 수 없는 진심에 관하여

리뷰|영화 '립반윙클의 신부(2016)'

노윤아 | 입력 : 2021/01/06 [10:00]

  '립반윙클의 신부'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씨네리와인드|노윤아 리뷰어] 당신은 얼마나 SNS와 친밀한가. 이미 인터넷을 비롯한 SNS 서비스는 항상 우리의 곁에 있다. 미나가와 나나미는 플래닛이라는 SNS의 유저로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고 사소한 거짓말을 섞은 일상을 업로드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는 나나미처럼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과 그 삶을 조명한다. 나나미는 처음으로 시작한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결국 거짓말은 눈 불어나듯 늘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나나미는 SNS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소개해준 아무로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아무로는 돈만 받는다면 모든 일을 해결해주는 심부름꾼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거래에 대해 어떠한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 모습이 도덕적으로 결여된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의뢰인에게 사람 대 사람의 공감이 기반이 된 태도가 아닌 일의 완수와 수금을 위한 기계적 태도를 취하는 아무로는 인간적으로 비치지 않는다. 상황에 대한 가치 판단 없이 일을 수행하는 점 때문에 꼭 인터넷의 의인화처럼 보인다.

 

 '립반윙클의 신부'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인터넷은 만남과 헤어짐을 포함한 모든 것을 쉽게 만든다. 그렇게 맺은 관계는 때로 얄팍하기 그지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어떤 관계보다 애틋하다. 진짜와 가짜, 그리고 무엇이 진심인지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는 감정과 관계의 피상적 측면에 집중한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나나미의 삶은 SNS에 자신의 삶을 과시하는 허영심과 닮아있다. 인터넷으로 시작된 진실과 거짓 유무, 그리고 진심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아무로의 등장 이후로 더욱 심화된다. 그가 돈만 지불한다면 모든 일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지며 모든 일이 다른 누군가의 사주가 아닐지 의심하게 한다. 일련의 예시로 나나미는 아무로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결혼을 올리고 아무로가 완수한 의뢰로 인해 이혼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나나미가 다시 아무로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하다.

 

영화의 전반부가 나나미라는 인물의 결혼과 아무로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후반부에 진입해서는 마시로가 중요한 인물로 부상히며 마시로와 나나미의 관계에 집중한다. 마시로는 <립반윙클의 신부>가 던지는 질문을 부각하는 인물이다. 마시로 덕분에 나나미는 이혼의 충격에서 차츰 벗어났고 점점 마시로와 친근한 관계로 발전한다. 아무로가 소개해준 사람에 그쳤던 마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알게 되고 또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마시로임을 짐작하게 된 나나미는 아무로에게 사실을 묻는다. 친구가 필요했다는 의뢰에 적합한 사람이 나나미였을 뿐이었다는 아무로의 말을 수긍하며 나나미와 마시로는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곧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추억을 쌓는다.

 

  '립반윙클의 신부'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나나미와 마시로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누워서 하는 대화는 주제 의식을 관통한다. 거저 주어진 행복이 무서워서 값을 치른다는 마시로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따스한 호의와 사랑이 사라진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주고 그 값을 지불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는 마시로의 말은 대가 없는 사랑이 무섭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마시로가 아무로에게 의뢰한 것은 동반자살을 함께 할 사람이었지만 마시로는 나나미를 살리는 선택을 내린다. 그는 진심으로 나나미를 사랑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심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나와 함께 죽을 수 있냐는 마시로의 질문에 긍정한 나나미는 진심이었을까. <립반윙클의 신부>는 무엇이 진심인지 질문을 던진다. 한순간의 치기도 진심의 한 종류일까. SNS에서 매일 같이 보는 진짜와 가짜를 교묘히 섞인 거짓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무엇이 진심인지, 무엇이 가식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무로는 그러한 의심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무로가 마시로의 어머니에게 딸의 죽음을 전하며 감정에 동화되는 모습은 그의 그동안의 행적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아무로의 오열은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피눈물도 없이 의뢰 수행만을 최선으로 둔 사람이 누군가의 죽음과 그 죽음을 부모에게 전하는 일로 이렇게 울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흡사 미래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일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아무로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처럼 느껴진다.

 

나나미는 모든 일이 끝나고 아무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나나미의 시도는 그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마시로와 장난스럽게 투명한 반지를 나누어 끼었던 손가락에 자리한 반지를 보는 나나미는 그 전과 달리 확연하게 성장한 모습이다.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은 숨겨진 진심을 깨달은 사람의 모습이다. 마시로를 통해 의심을 뒤로하고 진심을 진심으로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용기를 찾아낸 나나미를 통해 <립반윙클의 신부>는 모든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피상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진심을 탐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편리하고 유용한 인터넷이 되려 눈을 가릴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알려주는 영화는 진심이 비록 어린왕자의 상자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그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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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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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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