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를 덮은 하얀 눈처럼 시린 로맨스

[프리뷰] '블라인드' / 1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11

붉은 장미를 덮은 하얀 눈처럼 시린 로맨스

[프리뷰] '블라인드' / 1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1/11 [10:00]

 

▲ '블라인드' 포스터.     ©(주)컨텐츠썬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08, 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된 블라인드는 어둠의 경로로 퍼지면서 입소문을 탄 영화다. ‘숨겨진 로맨스 명작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이 영화는 무려 13년이 지난 후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하게 됐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시력을 잃은 한 소년과 세상을 등진 소녀의 사랑을 가슴 아프게 담아냈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루벤은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어머니 캐서린은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해 루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려 하지만, 짐승 같은 울음을 지르며 달려드는 루벤 앞에 지원자들은 오래가지 않아 그만둔다. 체념한 캐서린 앞에 마리아가 나타난다. 21살의 나이에도 흉측한 외모를 지닌 마리아는 한 번도 피어보지 못한 꽃 같이 차가운 느낌이다. 마리아는 울음소리를 내며 반항하는 루벤을 단번에 제압한다.

 

자신이 반항하면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마리아는 끈질기게 루벤을 붙잡고자 한다. 그런 마리아의 목소리에 루벤은 어느새 귀를 기울인다. 마리아의 기품 있는 목소리와 단호한 행동은 루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루벤은 눈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마리아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단 생각에 행복한 루벤과 달리 마리아는 절망을 느낀다.

 

▲ '블라인드' 스틸컷  © (주)컨텐츠썬

 

영화는 마리아가 루벤에게 낭독해주는 책을 눈의 여왕으로 설정한다. 동시에 눈의 여왕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면서 상징적인 소재로 사용된다. ‘눈의 여왕에는 게르다와 카이라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악마가 천사의 모습을 비추려고 하늘 위로 거울을 가져가던 중 거울이 깨지고, 그 조각이 사람들의 가슴에 박힌다. 거울조각이 박힌 사람들의 마음은 차가워진다. 카이 역시 가슴에 거울조각이 박히면서 게르다와 함께 가꾸던 장미꽃밭을 버리고 떠난다.

 

카이는 눈의 여왕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왕국으로 가게 된다. 게르다가 카이를 구하기 위해 눈의 여왕의 왕국을 찾아가는 내용이 중심이 된다. 작품이 동화에서 차용한 소재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거울이다. 마리아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다. 그녀의 엄마는 마리아를 괴롭히던 중 얼굴을 거울에 박게 한다. 이때 거울이 깨지면서 그 조각은 마리아의 얼굴을 흉측하게 바꾼다.

 

이때 깨진 거울의 조각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박힌 것인지, 사람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마리아를 바라본다. 마리아에게 온정을 품는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 루벤이 유일하다. 거울은 모습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루벤이 시력을 상실했다는 설정은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거울이 마음에 박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뜻한 루벤의 마음을 상징하는 건 두 번째인 붉은색이다.

 

▲ '블라인드' 스틸컷  © (주)컨텐츠썬

 

루벤은 마리아에게 머리카락 색깔이 무엇인지 묻는다. 마리아의 머리카락은 하얀색이다. 사람의 머리색깔이 하얀색이 되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노화, 두 번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때다. 마리아는 후자에 해당된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머리색이 장미처럼 붉은 색이라 답한다. 장미는 동화 속 게르다와 카이가 함께 키우던 꽃이다. 이 꽃은 차가운 세상과 상반되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의미한다.

 

하얀 머리카락의 마리아는 동화 속 눈의 여왕과 같다. 타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차가운 존재다. 루벤은 카이처럼 눈의 여왕을 따라가고자 한다. 허나 어머니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외로운 눈의 여왕 마리아는 남들처럼 생명력 넘치는 붉은 머리를 지니고자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장미는 겨울에 피지 않지 때문이다. 이 비극적인 사랑을 관통하는 단어는 영원이다.

 

▲ '블라인드' 스틸컷  © (주)컨텐츠썬

 

세 번째인 영원은 눈의 여왕이 성을 비운 뒤 카이에게 얼음 조각으로 맞추게 하는 글자다. 카이는 그 글자를 맞추면 이 세상 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여왕의 말을 듣는다. 동화 속 영원은 변하지 않는 가치인 사랑을 의미한다. 마리아는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은 영원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카이와 게르다는 영원을 찾았지만 루벤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는 거울조각이 너무나 깊게 박혔기 때문이다.

 

세상을 못 보게 된 소년과 세상을 등진 소녀가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며 영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붉은 장미를 덮은 하얀 눈처럼 시린 로맨스를 선보인다. 두 사람의 영원을 향한 사랑은 장미와 같은 정열을 보여주지만, 눈으로 가득 덮인 세상은 지독하고도 냉혹하게 두 사람에게 그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겨울의 색을 간직한 이 작품은 동화 같이 아름답고도 잔인한 사랑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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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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