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뷰 | 영화 '1917(2020)'

백유진 | 기사승인 2021/01/15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뷰 | 영화 '1917(2020)'

백유진 | 입력 : 2021/01/15 [10:00]

[씨네리와인드|백유진 리뷰어] 

 

회복(回復)이란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영화 중간에 한 병사가 부르는 노래, 저는 아버지를 뵙기 위해 그곳으로 갑니다. 더 이상 헤매지 않아도 되는 그곳으로.. 요단강을 건너 집을 향해 갑니다.” 이 노래의 구절처럼 영화는 내가 떠나온 처음의 자리, 본질, 본향,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 '1917' 스틸컷 © ㈜스마일이엔티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14년에서 1918년에 걸친 1차 세계대전인데 영화는 왜 하필 1917년을, 그것도 가장 중요한 영화 제목으로 쓸 만큼 이 연도를 강조한 걸까? 그것은 1917년은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아주 지긋지긋한 해였기 때문이다. 처음 전쟁이 터질 때만 해도 이 싸움이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되리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반의 사기와 애국심은 사라지고, 오직 삶의 권태와 죽음의 체념만이 깔린 채 사람들은 이 지독한 전쟁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쟁 병사라면 살면서 꼭 한 번은 받길 바라는 훈장 메달을 와인 한 병과 그냥 바꾸는 사람이었다. 동료인 블레이크(-찰스 채프먼)는 메달을 집에 가져가면 다들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겠냐며 그를 나무라지만, 스코필드는 그저 쇳덩이일 뿐이라며 냉소적으로 받아친다. 사실 스코필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끝날 줄 모르는 전쟁으로 인해 삶을 거의 포기한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혼돈의 전쟁터가 스코필드를 시체와도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 '1917' 스틸컷 © ㈜스마일이엔티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스코필드는 다시금 삶을 꿈꾸게 된다. T.S. 엘리엇은 우리의 모든 탐색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처음으로 다시 발견하는 것.”이라 말했다. <1917>은 원래의 자리, 떠나왔던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세상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탕자처럼 스코필드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다시 한번 귀향을 꿈꾸게 된다.

 

영화의 첫 시작이 나무에서 죽은 듯 자고 있던 스코필드였다가, 삶의 희망을 꿈꾸며 역시나 나무에 기대어 편히 쉬는 스코필드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처음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영화의 주제적 측면이 수미상관의 형식미와도 맞닿아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 '1917' 스틸컷 © ㈜스마일이엔티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나온다.

 

떠나온 동안, 우리의 본래 정체성과 선한 본성을 잊은 채 살아가게 된다. 어느새 나를 잊어버리고 삶의 권태에 찌들어가는 요즘 같은 때가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마치 전쟁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이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더니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것이 바뀌었고 우리의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삶의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다. 그런 시기에 영화 <1917>의 메시지는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꽃을 피우기 직전 썩어 죽어버린다는 체리나무처럼, 가장 암울한 터널 끝에 만개하는 체리 꽃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오른다.

 

이제 먼 방황을 끝내고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본래의 내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방황하던 나를 따스히 맞아주는 아버지가 계신 나의 집으로.. 그곳에선 우리의 지친 영혼과 육신을 편히 쉬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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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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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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