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판 위의 전쟁을 통해 말하는 난민 문제와 승리를 향한 투쟁

[프리뷰] '파힘' / 1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15

체스판 위의 전쟁을 통해 말하는 난민 문제와 승리를 향한 투쟁

[프리뷰] '파힘' / 1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1/15 [10:00]

 

▲ '파힘'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체스 신동의 이야기를 다룬 파힘은 어드벤처와 코미디, 감동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묵직한 드라마로 무게감을 갖춘 영화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어른들의 사정을 바탕으로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와 에너지를 심어준다. 영화의 시작은 방글라데시다. 2006년부터 약 2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정을 실시한 방글라데시는 내전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이 생겨났다.

 

누라는 체스에 재능을 보이는 아들 파힘을 데리고 프랑스로 망명을 시도한다. 이런 누라의 모습은 처음에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부정(父情)처럼 보인다. 허나 그 이면에는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시위에 참여한 누라는 정부군에 의해 반군으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정부군은 아들 파힘의 납치를 시도한다. 파힘은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꼭 성공해야 하는 부담을 지닌다.

 

누라가 프랑스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프랑스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국가다. 우리나라에서도 군 문제로 프랑스에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적 있다. 그만큼 폭 넓게 인권 문제를 받아들인다. 다음은 실뱅의 존재다. 체스를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마스터 실뱅의 교육을 받으면 파힘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 누라는 실뱅에게로 향한다.

 

▲ '파힘'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실뱅과 파힘 부자의 만남은 캐릭터와 문화로 인한 충돌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괴짜 선생인 실뱅은 어린 아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치면서 호통을 치고, 벽을 계속 때린다.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반복되는 그의 행동은 학생들의 답답함에 표출하는 악의 없는 분노라는 점에서 코믹함을 준다. 파힘은 실뱅의 괴팍한 모습에 겁을 먹고 처음에는 수업을 거부하지만 점점 적응해 간다.

 

여기서 웃긴 점은 실뱅이 파힘 부자에게 적응하는 과정이다. 누라는 파힘을 데리고 1시간 늦게 도착한다. 늦게 도착했다는 실뱅의 말에 아니라고 답하는 누라는 방글라데시에서는 1시간은 늦은 게 아니라 말한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는 실뱅을 당황시킨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체스 경기장에서 핸드폰 벨소리를 켜두고 큰 소리로 떠드는 누라의 모습은 웃음을 익살맞은 웃음을 유발한다.

 

체스는 네모난 판 위에서 장기말을 지니고 펼쳐지는 전쟁이다. 이 전쟁은 방글라데시의 상황과 연결된다. 실뱅은 체스에서는 비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길 때 받는 점수 0.5점이 우승의 행방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파힘은 타협을 볼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누라는 언제든 추방될 수 있고, 파힘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의 가족은 프랑스로 올 수 없다.

 

▲ '파힘'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파힘의 모습은 실뱅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실뱅은 과거 챔피언이 걸린 경기에서 패한 후 체스 기사의 길에서 내려온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타협을 택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파힘이 타협(무승부)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지는 것보다 비기는 게 낫다는 그의 마음을 지더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로 바꿔 놓는다.

 

여기에 작품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탄탄한 주제의식을 부여한다. 바로 인권의 의미다. 작품은 파힘의 성장과 체스 대회보다 더 큰 비중을 난민 문제에 다룬다. 이 난민 문제는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인권의 가치를 제청했던 나라다. 그들은 국민의 손으로 왕정을 무너뜨렸고, 나폴레옹에 의해 이 세 가지 가치를 유럽 전역에 퍼뜨린다.

 

▲ '파힘'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허나 제국주의 시대 당시 프랑스의 모습은 인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의 다른 열강들처럼 식민지 개척에 앞장섰다. 영화는 마지막에 프랑스는 인권을 추구하는 나라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난민 문제에 대한 강한 사회적 인식을 촉구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인들은 난민이 되었다. 난민은 타국의 문제가 아닌 세계 모든 국가가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실뱅은 어린 시절부터 체스에 두각을 나타낸 기사들을 언급하며 그들과 파힘을 비교한다. 동시에 이들 중 몇 명은 난민의 신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들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말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처럼 재능은 기회 위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실뱅을 비롯한 체스 학원의 식구들이 진심으로 파힘에게 마음을 열면서 극적인 감동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힘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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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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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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