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고양이 탐정(7) -최종화-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20

[단편/소설] 고양이 탐정(7) -최종화-

김준모 | 입력 : 2021/01/20 [10:00]

양남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툭하면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공원설립이 예정된 부지가 종교시설로 바뀌었으니 이에 대해 반대 서명을 촉구하며 입주민 전원의 서명이 필요하단 내용이다. 현재는 공사가 멈춘 그곳에 한 사람이 참치캔을 들고 나타난다. 그 사람은 참치캔을 두고 멀찍이 떨어져 기다린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고양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참치캔에 입을 댄다. 조금씩 참치캔은 사라져 가고, 고양이는 고개를 파묻는다. 포대를 들어 고양이를 덮치려고 든다. 그때 손전등 불빛이 그 사람을 비춘다.

 

-역시 너였구나. 불행하게 예측이 맞아버렸네.

 

고양이는 재빨리 뒤돌아 수풀 사이로 사라진다. 포대를 바닥에 내친 범인은 너털웃음을 내뱉는다.

 

-, 진짜. 역시 똑똑하다, 똑똑해. 이러다 걸릴 줄 알았지만, 이왕이면 너한테 잡히길 바랐는데 소원이 이뤄졌네. 그나저나 내가 여기 올 줄은 어떻게 안 거야?

 

진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니, 네가 여기 올 줄 알았던 건 아니야. 네가 여기 있다는 걸 듣고 온 거지. 빌라 고양이는 경계가 심해서, 고양이를 잡으려면 이 공터 말고는 장소가 없겠더라고. 범인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올 곳은 여기뿐이니까. 그래서 이 지역 고양이 전체의 협조를 구하느라 참치캔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온다. 과외로 근근이 번 얼마 안 남은 돈 나 날리게 생겼거든? 그러니까 돈 좀 보태주시죠, 갑부 도식씨.

 

도식은 깔깔 웃으며 박수를 친다. 진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다.

 

-네가 웃을 상황은 아닐 텐데. 지금 범죄를 저지르다 걸린 거라고요.

-웃기잖아. 너무 웃겨. 진짜, 진짜 너무 웃겨. 그래, 좀 진정하고. 어떻게 내가 범인인 줄 알았는지 좀 들어보자.

-네가 납치한 고양이 기억하지? 그 털 회색인 애. 처음에는 걔도 죽일 생각으로 납치한 게 아닌가 싶었어. 그런데 아파트 고양이는 건드리지 않던 범인이 잡은 건 물론이고 심지어 놓치는 실수를 했다? 뭔가 이해가 가질 않았지.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든 거야. 고양이가 차에서 사체를 봤다고 말할까봐 납치한 게 아닐까.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사고회로가 꼬여 실수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 능력을 아는 사람이 그런 걸 텐데. 이걸 아는 사람은 두 명, 그 중에 차가 있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더라. 그래서 스케일 크게 준비한 거지. 널 잡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이 쓰레기 새끼! 그 능력이랑 노력으로 취업을 하라고. 겨우 고양이 살해범 하나 잡겠다고 시간과 노력을 그렇게 들여?

-까불지 마라. 넌 살해범이야. 빌라에서 고양이 죽였던 것도 너지? 대체 왜 그런 거냐? 이유 좀 알자.

-진석이 넌 모를 거야. 일도 안 해본 녀석이 창업한 CEO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어떻게 알겠어. 어느 날 밖에서 담배를 피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오더라. 귀여워서 만지려는데 그 새끼가 내 손을 할퀴는 거야. 화가 났지. 화가 나서 유인했어. 참치캔으로 유인한 뒤에 붙잡아서 두들겨 팼지. 걔를 두들겨 패고 나니까 네 생각이 나더라. 너 참 고양이 좋아하는데. 널 패는 느낌이라 기분 좋더라고. 너도 고양이도 사회에 1도 도움 되지 않으면서 기생하는 존재잖아. 죽어도 아무 상관없잖아.

 

도식은 진석한테 달려진다. 덩치가 큰 도식에 밀려 진석은 넘어진다. 두 손이 목을 조른다. 진석은 있는 힘을 다해 도식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고양이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다. 사방에서 튀어나온 고양이가 도식을 덮친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온몸에 상처를 낸다. 순식간에 도식의 살점은 사방으로 튀고, 바닥에는 피가 흐른다. 진석이 신호를 주고서야 고양이들은 물러선다. 큰형은 대표로 앞으로 나서 도식의 얼굴을 손톱으로 긁는다. 도식은 얼굴을 감싸고 울부짖는다.

 

-조금만 기다려라. 119랑 함께 경찰도 올 거다. 죗값은 받아야지. 안 그래, 자랑스런 선배님?

 

*

 

진우는 못 이기는 척 진석을 따라간다. 어젯밤, 진석은 주말에 약속이 있냐고 물어봤다. 진우가 없다 답하니 갈 데가 있다며 혹시 모르니 장갑을 챙기라 말했다. 진석을 따라간 곳은 빌라 단지다. 진우는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동네다. 초등학생 때부터 빌라 사는 아이랑은 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때문에 진우는 5단지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처음 걸어봤다.

진석은 손짓한다. 빌라 뒤편에는 조그마한 화단이 있다. 그 화단 아래 종이상자에는 쿠션을 깔아둔 고양이 집이 있다. 그 고양이 집에는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가 있다. 진석은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쯤 올 때가 됐는데. , 저기 온다.

 

검은 털에 노란 눈을 가진, 한쪽 다리를 저는 고양이가 다가왔다. 고양이는 다소곳하게 앉아 진우를 쳐다본다.

 

-진우야, 인사해. 진봉이야.

 

진석은 큰형과 작은형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5년 전, 가정집에 들어갔다가 버려진 기억이 있는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참치캔과 츄르에 이어 연어를 약속했다. 이미 죽었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진봉이는 살아있었다. 경비가 자신이 사는 빌라로 데려가 키웠던 것이다.

 

-진봉이가 미안하지만 네 기억이 나진 않는대. 자기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면 자기랑 자기 손자들 보러 와도 괜찮대.

 

진우는 진봉이의 머리를 만진다. 진봉이는 눈을 감으며 그 손길을 느낀다. 휴대폰이 울린 진석은 잠시 자리를 피한다. 일진의 이름이 떠 있다.

 

-오빠, 뉴스에서 봤어요. 도식 오빠가 고양이 연쇄 살해범이라고. 오빠 괜찮아요?

-나야 뭐, 멀쩡하지. 도식이가 공격하긴 했는데 고양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도식이를 공격했지, 뭐야. 덕분에 살았지, . 근데 일진아, 네 말이 틀린 거 같다. 도식이가 나 엄청 싫어하더라. 죽이려 했다니까 글쎄.

-아뇨, 그 오빠는 오빠를 좋아한 게 틀림없어요. 아마 고양이를 오빠라 생각하고 죽였을 거예요. 길고양이 신세가 오빠랑 비슷해 보였을 테니까요. 오빠의 망가진 모습을 보기 싫었겠죠. 스스로 망가질 바에야 자기가 망치자고 생각했을 거예요. 오빠가 범인 찾아다닌 거, 그 오빠는 알았을 걸요? 그래서 더 자극하고 싶었겠죠. 어쩌면 오빠가 자길 잡아주길 바랐을지 몰라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작고 약한 동물을 죽이지, 잡기 힘들고 사나운 길고양이를 죽이려 들지는 않아요. 오빠처럼 고양이가 좋아하는 소리를 배운 사람이라면 모를까.

 

진석의 머리에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때도 느꼈지만 일진이는 정말 고집이 세다.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만약 일진이와 결혼했다면 평생 붙잡혀 살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정말 도식이가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 이다. 참치캔을 길가에 두고 고양이를 기다렸을 그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진석은 다시 진우 곁으로 간다. 진봉이의 손주들에게 진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다. 너희를 만나 정말 기쁘다고.

 

*

 

대학에 입학했을 때 느낀 게 있다. 끝났다 여긴 순간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고. 사건은 끝났다. 도식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병원에 입원했다. 도식의 사업은 문을 닫았고 지훈이 형은 이사를 갔다. 그리고 난, 참치캔과 츄르를 들고 5단지 뒤뜰을 향한다. 평생 큰형과 작은형의 급식 아저씨로 살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난다. 어서 돈을 벌어서 독립해야지. 이곳을 떠나야지.

 

-오빠! 진석 오빠!

 

뒤를 돌아보니 윤주가 보인다. 윤주는 단 번에 달려와 숨을 헐떡인다.

 

-오빠, 아까부터 불렀는데.

-미안, 미안. 다른 생각 하느라.

-뉴스 봤어요. 오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런 계획이 있었으면 저한테도 알려줬어야죠.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네가 따라왔다가 지난번처럼 망치면 어쩌냐.

 

내가 고양이랑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네가 고양이 마음을 열었다는 생각이 사라질 수 있잖아. 윤주는 화를 내며 정강이를 걷어찬다. ... 꽤 아프다.

 

-오빠야 말로 삐쩍 말라서, 혼자 다니면 위험한 건 오빠면서. 앞으로 같이 다녀야 해요. 알았죠? 고양이 보러 가는 거죠? 같이 가요.

 

윤주가 손을 잡는다. 큰형과 작은형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렇게 뚱뚱한 고양이는 처음 봤다며 놀라지 않을까.

 

-저기 윤주야.

-?

-중간에 실망시켜서 미안해. 앞으로 더 멋진 오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오빠, 방금 엄청 밥맛이었던 거 알죠? 그냥 지금처럼 있어줘요. 오빠랑 고양이만 있으면 외롭지 않으니까.

 

펜스가 보인다. 입을 모아 소리를 낸다. 조그마한 방에 숨어서 스스로를 작다 여기며 나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는 순간이 펼쳐진다. 내게 주어진 건 특별한 능력이 아닌 기억이다. 이름을 지어줄 고양이가 있기에 기억은 피어난다. 기억이 없으면 오늘은 오지 않는다. 나의 오늘은 너의 이름에서 시작된다.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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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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