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팅힐'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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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ㅣ김수현 리뷰어] 사람들이 오래된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ost가 될 수도 있고, 명대사가 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부터 영화 ‘노팅힐’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중 제일의 이유는 ‘캐릭터’이다. 나는 노팅힐 속 인물들의 개성이 어떤 드라마, 영화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범 택시’, ‘빈센조’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의 개성이 더 강하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전체적인 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사회적, 문화적 코드로 영상 이미지를 해석하기 때문에, 장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노팅힐은 로맨스 드라마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무겁지 않은 톤이라고 느낀다. 이에 반해 '모범택시', '빈센조'의 경우는 범죄 오락드라마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긴박하고 무거운 톤이라고 느낀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상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노팅힐’ 속 캐릭터의 개성을 망각하곤 하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노팅힐’을 기억하고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 '노팅힐'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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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남자 주인공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톱스타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을 사랑한다. 처음에는 톱스타라는 이유로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을 사랑하는 듯해 보이지만,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점점 사람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발견한 것은 남자 주인공이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친구가 사고를 쳐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헤어지게 될 때에도,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이는 단지 남자주인공이 너무 착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는 장면들이 가장 안타까웠다. 내가 느끼기에 그가 화를 내지 않았던 이유는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결국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확실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속 현실 연애의 갑과 을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마냥 이 둘의 사랑이 판타지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로맨스 영화를 보면 화를 내지 않는 주인공 캐릭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갈등 상황에서는 항상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별 후에는 자신과 힘겹게 싸우고 울고 하는 모습 등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많이 표출하는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이 모습들 모든 것이 내면적으로 이루어진다. 애나 스콧의 호텔방에 그녀의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도,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와 헤어지게 되고 혼자 지낼 때에도,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자신의 감정을 깊은 내면 속에 쌓고 있는 듯 보인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의 장면들은 그가 울고 술 마시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이 장면 속에서도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는 미소만을 지을 뿐이다. 나는 이런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굉장히 낯설었지만 동시에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으며, 신선하다고도 생각했다.
▲ '노팅힐'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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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는’
이 영화에서 남주, 여주뿐 아니라 그들의 친구들 또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제일은 스파이크(리스 이판)라는 인물이다. 사실 흔히 말하는 ‘빌런’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캐릭터이다. 고의는 아니지만, 둘의 사랑을 방해하게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캐릭터가 이 영화에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역으로 이 영화에 등장했던 것일까? 로맨스라는 장르의 이데올로기인가? 하지만 이내 생각하게 된 것은 스파이크(리스 이판)는 ‘솔직함’의 캐릭터화라는 것이다. 스파이크(리스 이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때에도, 자신의 감정을 말할 때에도 말이다.
마지막에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에게 갈지 말지 고민을 하는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에게 당장 달려가라고 처음 말한 것도 이 스파이크(리스 이판)다. 나는 그래서 스파이크가 이 영화에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아픔을 속으로 삭히는 어쩌면 자신을 속이고 있는 태커(휴 그랜트)에게 스파이크(리스 이판)는 솔직함을 이끌어주는 존재였다.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에는 스파이크(리스 이판)를 제외하고도 버니, 벨라, 맥스 등 많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재미를 이끌어주는 존재이며, 윌리엄 태커의 감정이 되어주는 인물들이다.
이렇듯 ‘노팅힐’ 속에는 개성 강하고, 인상 깊은 캐릭터들이 다수 출연한다. 이 영화 속 각 캐릭터들이 매력있는 이유는 ‘수단’으로써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영화 속에서 이루고자하는 목적이 있었으며, 그 목적들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 '노팅힐'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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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점에서 만난 톱스타와 일반인의 사랑’, 어쩌면 너무나도 클리셰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팅힐’ 속 캐릭터들은 클리셰적인 이야기 속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주었고, 그 개성을 느낀 사람들은 ‘노팅힐’이라는 영화 자체를 굉장히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로맨스라는 장르가 가지는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볼 때, 우리는 ‘사랑’, ‘갈등’, ‘위기’ 등을 떠올린다. 그러한 면에서 ‘노팅힐’은 로맨스라는 장르의 이데올로기를 적극 수용한 듯 하지만, 그 이데올로기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가져온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사랑받을 것이다. in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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