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 인사이드' 포스터.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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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조유나 리뷰어]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우진과 이수, 두 인물이 등장한다. 특이한 점은 우진을 연기한 배우가 123명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배역을 백 명이 넘는 배우가 연기한 것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영화의 설정을 따라가기 위함이며 그 설정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노출시켜 우진의 애인 이수와 관객들로 하여금 감당할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이다.
외모를 바꾸는 건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염색을 하거나, 살을 빼거나, 성형수술, 액세서리, 각종 부가적인 것까지 현재 우리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들이 외모를 바꾸고 가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분전환을 한다거나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 우진은 이유가 없다. 그는 자신의 외면이 바뀌는 이유도 모른 채 하루아침이면 모든 게 바뀌어버리는 삶을 살게 된다. 이유가 없는 변화이기에 멈출 방법조차 없다. 정도를 정할 수도 없으며 그날 아침의 자신의 상태에 따라 일희일비할 뿐이다.
외모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다. 타인도 수많은 경험과 하루하루의 사건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외모는 유일하게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정해진 것 하나 없는 예측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유일하게 예측할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을 잃었다. 더불어 애인 이수는 자신의 애인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잃었다. 생김새는 상대방을 인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며 개인 고유의 정체성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땐 믿음의 문제로 전락한다. 외모는 개인의 정체성과도 같기에 계속 바뀐다는 건 고유의 모습을 확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며 연인 사이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 몰래 다른 이와의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게 이수 또한 많은 것을 잃고 연애를 시작하며 이미 무언가를 잃은 채 시작하는 연약한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은 영화를 이끈다.
▲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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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가구
영화의 두 인물이 친밀해지는 과정에 도움을 준 요소 중 하나는 ‘가구’이다. 우진은 알렉스라는 가구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이수는 가구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친구 상백이의 말을 듣고 사람마다의 맞춤 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우진은 이후 이수와 함께 하게 된 첫 데이트에서 이수의 말을 듣고 스피커가 내장된 탁자를 만들어 낸다. 우진과 이수가 헤어졌을 때도 이수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맞춤 의자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우진이 맞춤 가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에는 우진만의 특성 때문이다. 그는 매일 아침 어제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보며 새롭게 단장해야 한다. 성별부터 나이, 체형, 시력 등 사람 한 명은 독보적인 그만의 것이 있으니 매일 같이 변화한 외면에 적응해 나간다. 그런 그의 경험이 맞춤 가구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이는 연인인 이수에게까지 뻗는다. 맞춤 가구는 개인의 요구에 맞추기에 각각 다른 모양을 띠며 그 가구를 받은 사람에게는 유일한 가구가 된다. 그것은 이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애인인 우진은 가구처럼 매번 같은 모양(외면)을 유지할 순 없지만 그 안(내면)은 같았다. 우진이 이수에게 만들어 준 의자처럼 그가 보내는 사랑의 재료와 안락함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모두에게 동일한 모양으로 전달되는 제품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반영한 가구를 만드는 것, 그것은 이수와 우진의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에 꼭 맞춰진 한 사람. 그 한 사람의 외면은 비록 혼란스럽게 가지각색의 모양을 하지만 내면만은 그대로 남아 이수에게 맞춰진다. 수많은 사람이 우진으로 등장해 이수는 혼란을 겪지만 그럼에도 그와 헤어졌을 때 후련함보다 후회가 남는 것은 그가 그녀에게 만들어준 단 하나의 의자처럼 자신에게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 '뷰티 인사이드' 스틸컷.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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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과 내면
외면과 내면을 다룬 영화는 외면의 변화가 내면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성별도 나이대도 정해지지 않은 우진은 그런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며, 그를 사랑하는 이수는 더욱더 확실히 변하는 외면을 감당하며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의 사랑에 외면은 완벽히 배제되지 못한다. 잘생긴 남자가 되어야 떳떳하게 이수 앞에 서는 우진이나 매일 모습이 바뀌는 애인으로 인해 회사 사람들에게 여러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기도 하는 이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반쪽을 마음 놓고 사랑하기 힘들어한다.
물론 이 모든 게 우진의 변화하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 거 아닐까”라는 이수의 독백처럼 외모가 바뀌는 건 우진이지만 그것을 보며 혼란을 겪는 건 이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사랑은 믿음의 문제이다. 변화는 완성되지 못한 믿음을 흔들어 불안을 야기한다. 그렇게 그들은 온전하지 못한 믿음에 흔들리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결국 서로를 그리워하던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이수는 변화하는 우진의 얼굴이 아닌, 불변하는 그와 자신의 마음을 믿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이수가 택한 건 우진이었다. '우진1'도, '우진123'도 아닌 그저 우진이었다. 외면은 내면을 압도하는가. 이들의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기에 확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내면의 힘, 그 아름다움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의 당사자인 우진이 자신의 변화를 이수와 함께 할 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의 부족과 결국 둘의 사랑이 사람 간의 사랑보다는 남녀의 사랑이라는 시각에 초점이 맞춰진 점은 아쉬웠지만, 신선한 소재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 영화였음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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