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도 마음이 가는 하이틴 영화의 모범

Review|'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

김혜란 | 기사승인 2021/09/27

뻔해도 마음이 가는 하이틴 영화의 모범

Review|'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

김혜란 | 입력 : 2021/09/27 [09:46]

[씨네리와인드|김혜란 리뷰어] 이따금씩 어떤 영화는 영문도 모르게 마음에 남곤 한다. 대단한 작품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 작품이 된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는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 중 하나이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하이틴 장르의 그것과 비슷하고, 결말도 썩 다르지 않다.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분명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스틸컷 

 

학교의 퀸카인 비앙카는 언니인 이 연애하기 전까진 교제를 금지한다는 아버지의 지시를 받는다. 록 음악을 좋아하고 페미니스트인 은 연애에 관심이 없고, 주변 남자애들한테도 기피 대상으로 여겨진다. ‘비앙카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전학생 카메론은 하지도 못하는 프랑스어 과외를 빌미로 둘만의 시간을 마련하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자, ‘의 애인이 될 사람을 찾아 나선다.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패트릭이 레이더망에 들어오고, 그를 매수하기 위해 비앙카를 좋아하는 학교의 킹카 조이에게 이 애인이 생기면 비앙카와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흘리며 설득한다. ‘조이는 모델로 활동하며 또래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었기에 패트릭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거래를 수락한 패트릭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패트릭의 관계는 우호적으로 발전하지만 ‘카메론비앙카는 조금씩 어긋난다. 바로 비앙카조이를 파트너 삼아 파티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카메론은 둘의 모습을 보고 상처를 받고, ‘비앙카조이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에 크게 실망함과 동시에 카메론이 못내 신경 쓰인다. 파티를 빠져나온 비앙카는 서운함을 털어놓는 카메론에게 키스하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한 발자국 진전한다. 사소한 사건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패트릭과 함께, ‘비앙카카메론과 함께 졸업 파티에 참석한다. 이에 조이비앙카와 파트너가 되지 못한 것에 분노하여 패트릭에게 따지고 결국 패트릭이 자신에게 다가오게 된 계기가 매수였다는 걸 알게 돼 큰 상처를 받는다. ‘패트릭에게 쏘아붙인 후 파티장을 떠난다. 며칠 후 자작시를 발표하는 수업 시간에 패트릭을 향한 사랑이 담긴 시를 발표하고, ‘패트릭에게 진심으로 고백한다.

 

▲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스틸컷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다. 지금은 다들 이름 날리는 배우가 된 그들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당찬 주인공인 을 훌륭하게 소화하여 캐릭터에 강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정확하게 연기하여 마치 영화 속 바로 그 인물처럼 보일 정도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셉 고든 래빗의 초창기 귀여운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단연 히스 레저다. 이 영화는 히스 레저의 연기가 초반 작품부터 뛰어났다는 것을 증명한다. 등장 전 제시되는 무시무시한 소문의 당사자인 패트릭을 관객들에게 불편함 없이 다가가게 할뿐더러 어느덧 호감까지 불러일으키는 그의 로맨스 연기는 적기의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호연으로 보인다. 만약 조커의 히스 레저만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놀랄 것이다.

  

한국 관객에게도 주연 배우들의 얼굴이 낯익은 오늘날, 이 영화를 봤을 때 느껴지는 감상은 색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어느덧 중견이 된 배우들 그리고 하늘의 별이 된 배우의 생기 어린 젊은 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스틸컷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첫 번째 명장면은 화난 에게 체육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고백하는 패트릭이다. 다소 오그라든다고도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때 삽입되는 노래인 ‘Can’t take my eyes off you’의 로맨틱한 가사와 더불어 히스 레저의 재기 발랄한 연기는 저절로 웃음 짓게 한다. 이 장면이 여전히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명장면 중 하나인 것만으로도 하이틴 장르에 으레 나오는 귀여운 로맨스를 기대한 사람들을 위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명장면은 바로 결말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수업 시간에 이 자신의 자작시를 발표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시작한 의 얼굴이 시를 읽으면서 점점 무너지는 모습과 미안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는 패트릭의 모습은 사뭇 애달픈 감정을 선사한다. 시의 내용도 이런 감정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데에 큰 몫을 한다.

  

나는 당신의 말투와 머리 스타일도 싫어요.

당신이 차를 모는 방식이 싫고, 나를 쳐다보는 눈빛도 싫어요.

...(중략)

날 웃게 만드는 것도 싫지만, 울리는 건 더 싫어요.

내 곁에 없는 것도, 전화하지 않는 것도 싫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내가 당신을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조금도, 눈곱만치도 싫어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자신을 속인 패트릭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 전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지만, 감동적인 시와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장면의 역할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강렬한 명장면으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에 감정적 풍부함을 더하여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

 

▲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스틸컷

 

가끔은 조금 현실과는 떨어져서 아무 생각도 없고 싶을 때가 있다. 하이틴 영화는 그럴 때 최적의 도피처가 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하이틴 장르의 모범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무난한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 귀여운 로맨스 등 하이틴 영화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가벼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한 편의 하이틴 영화 속으로 잠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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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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