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삶의 무게

Review|'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김명진 | 기사승인 2021/09/27

'혼자'라는 삶의 무게

Review|'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김명진 | 입력 : 2021/09/27 [10:20]

 

▲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 (주)더쿱

 

[씨네리와인드|김명진 리뷰어] 결혼을 당연히 여기던 과거에는 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었다면, 시간이 흘러 현재에는 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 나날이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추세이고 가까운 미래에 1인 가구의 주거 형태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될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제 혼자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다.

 

혼자에 익숙해지는 사람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가 된다. 혼자이기를 원해서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함께이기를 원하나 아직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 혼자인 사람도 있다. 돈 때문에 혼자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직장 때문에 혼자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함께였다가 혼자가 된 사람도 있다. 또 상처 받는 일이 무서워서 애써 혼자가 되려는 사람도 있을 테다. 영화에서 주인공 진아의 활동 반경은 집과 회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진아의 마음에 세워진 문은 굳게 닫혀서 열릴 줄을 모른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혼자이기를 원하는 그녀의 삶에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된다. 진아는 신입사원 교육을 맡으면서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고 옆집 남자의 죽음을 통해 과거 엄마의 죽음을 떠올린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콜센터 직원인 진아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과 마주한다. 특히 진상 고객을 마주할 때면, 말도 안 되는 요구에도 죄송합니다가 먼저 나와야 하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진아는 잠시 신입사원 수진의 교육을 맡게 된다. 진아는 수진에게 고객으로부터 막말을 듣는 상황에서도 일단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라고 교육한다. 그런 진아에게 수진은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제가 왜 죄송하다고 해야 해요? 저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어느새 진아는 자신의 감정을 중요히 여기지 않고 기계처럼 일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고객은 진아에게 카드 명세를 다 읽어달라고 한다. ‘절대 틀리지 말 것이란 메모가 적혀 있으나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감정이 있고, 사람이니까 실수를 하는 것이다.

 

▲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 (주)더쿱

 

타임머신이 있다면

 

콜센터에서 진아와 수진은 고객으로부터 본인이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다며 2002년으로 가고 싶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전화를 받기도 한다. 그때 두 사람의 대응 방법은 완전히 대조된다. 진아는 시간여행을 하시는 고객님에 대한 상품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며 콜센터 직원으로서 형식적인 친절함을 유지한다. 반면에 수진은 황당한 전화로 치부하지 않고 고객의 말에 공감하며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한다.

 

근데 2002년으로는 왜 가시려는 거에요?”

2002년의 한국은 한일 월드컵으로 뜨거웠다. 한일 월드컵 시절로 돌아간다면 사람들 속 안에 들어가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함께 즐길 수 있을 테니까. 혼자일 필요도 없고 외롭지도 않은 세상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기억은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소망할 만큼 행복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따뜻한 끝맺음

 

진아는 옆집 남자가 자살로 죽었는데도 일주일 이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성훈이 옆집에 이사 오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성훈은 제사에 함께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전단지를 이웃들에게 돌리는데 진아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의 죽음 후, 교회 사람들과 추모 예배를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와 겹쳐 보였던 건 아닐까. 진아는 성훈과 아버지의 행동이 산 사람들끼리 편하기 위해 하는 의식 같은 느낌이 들어 못마땅하다. 그러나 진아는 고인이 된 옆집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여 진심을 다해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뀐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이왕 해야 하는 이별이라면 조금 더 좋은 이별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진아는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둔 신입사원 수진에게 용기 내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건넨다.

 “수진 씨, 잘 가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못 챙겨줘서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혹여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마지막 단추를 잘 끼어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이별의 순간에 대해 고찰해 볼 기회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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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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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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