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그 사이의 사랑

Review|'추억의 마니'(When Marnie Was There, 2014)

조유나 | 기사승인 2021/09/27

만남과 이별, 그 사이의 사랑

Review|'추억의 마니'(When Marnie Was There, 2014)

조유나 | 입력 : 2021/09/27 [10:23]

▲ '추억의 마니' 포스터  © 이수 C&E

 

[씨네리와인드|조유나 리뷰어] 자신을 미워하는 12살의 어린 소녀 안나는 이 세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의 고리가 있다. 그 고리는 안과 밖이 있고 저 사람들은 안쪽 세계 사람, 그리고 난 바깥쪽 세계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천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또래의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며 입양아인 자신을 새엄마 요리코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며 부조금을 받기 위해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녀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요리코는 그녀의 요양을 위해 시골에 거주하는 세츠 아줌마네로 내려가자고 제안한다. 도착한 안나는 처음에는 어색해 하지만 그녀에게 큰 간섭을 하지 않는 세츠 아줌마의 가족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새엄마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기도 하는 등 다소 안정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인다.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을 가던 그녀는 또래 친구를 발견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아 도망치다 어느 늪지에 도달한다. 그 늪지 저편에는 낡은 저택이 있었다. '저 저택 어디서 본 것 같아'라고 말한 그녀는 물을 가로질러 저택에 도착해 그곳을 관찰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갑작스레 잠에 들었다 깨어난 안나는 늦어진 시간에 놀라 돌아간다. 그 뒤 금발 머리 소녀가 저택에 있는 꿈을 꾸며 안나의 일상은 변화를 맞이한다.

 

▲ '추억의 마니' 스틸컷  © 이수 C&E

 

'마니'가 누구이며 그녀는 실재하는 것인가란 대한 의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어지지만 사실은 영화 말미에서 알 수 있다. 마니는 안나의 할머니였으며 마니와 안나가 함께 한 시간은 안나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할 수 있다.

 

요리코는 안나에게 보조금에 상관없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진심을 전한 뒤 자신에게 입양되었을 때 같이 동봉된 사진이 있었다며 건넨다. 그 사진은 습지 저택의 사진이었고, 그 뒤에는 마니의 이름이 적혀 있다. 마니는 결혼을 한 뒤 딸 에미리를 갖게 되었지만 일찍이 시작된 기숙사 생활로 인해 딸은 비뚤어진 독립심이 생긴다. 마니와 에미리는 결국 화해하지 못하고 에미리는 집을 떠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에미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부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마니는 손자를 데려와 키웠고 그 아이가 안나였다. 하지만 딸의 죽음과 갖은 고통으로 마니 또한 다음 해에 죽게 되어 요리코에게 안나가 보내진 것이었다.

 

▲ '추억의 마니' 스틸컷  © 이수 C&E

 

영화는 이러한 사실을 후반부에 밝히며 그전까지는 마니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마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안나는 꿈을 꾸다 깬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며 기억을 잃기도 하고 환상적인 일을 겪기도 한다. 작은 균열은 곧이어 커다란 틈을 만드는데, 마니가 학대를 당했던 창고에 가 트라우마를 극복하자고 말하고 창고에 도착했을 때 마니는 안나를 보며 카즈히코라고 부른다. 카즈히코는 마니의 남편의 이름으로 이때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시공간의 균열이 가속화된다. ‘믿을 수 없는 화자로서 영화를 이끌어가던 안나, 그리고 안나의 시점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안나는 마니가 자신을 두고 갔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마니는 저택의 방에서, 안나는 습지에서 서로 재회하고 그렇게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마니는 안나에게 안나. 사랑하는 안나라고 외친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은 곧 떠나야 한다고 말하며 용서해 달라고 부탁한다. 안나가 울며 그녀를 용서한다고 소리치니 폭풍우가 몰아치던 하늘이 금세 개고 따뜻한 햇살이 비친다.

 

그렇게 안나는 마니에 대한 궁금증을 마니의 옛 친구인 히사코에게 듣게 되고 자신과 그녀의 관계에 대해 재정립하게 된다. 마지막에 마니는 안나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대해 용서받고 안나는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끝없는 고립에서 진실된 친구를 만나 사랑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둘은 서로의 용서이자 사랑이 되어 찬란한 이별을 맞이한다.

 

▲ '추억의 마니' 스틸컷  © 이수 C&E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 는 얼핏 보면 사랑스러운 두 소녀의 우정 이야기처럼 비춰지지만 초반부터 착실히 쌓인 암시와 사건들이 후반부에 폭발하듯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해 단순한 스토리의 정형을 넘어선다. 복잡한 시공간의 배치와 꿈과 현실, 거짓과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스토리라인은 영화를 모두 시청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영상미와 OST가 훌륭하다고 평가 받는 <추억의 마니>는 여름이 끝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 밝은 빛을 선사해줄 영화이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조유나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9.27 [10:23]
  • 도배방지 이미지

추억의마니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