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아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Review|'수잔 브링크의 아리랑'(Susan Brink's Arirang, 1991)

고부경 | 기사승인 2021/09/30

해외 입양아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Review|'수잔 브링크의 아리랑'(Susan Brink's Arirang, 1991)

고부경 | 입력 : 2021/09/30 [11:16]

▲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씨네리와인드|고부경 리뷰어] 한국 전쟁 이후,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아 수출 1위 국가였다. 영화는 그런 아픔 속에서 생긴 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엄마(김윤경)는 결국 막내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선택을 하게 되며 영화는 시작한다. 스웨덴으로 입양되어 신유숙이라는 이름 대신 수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게 된 수잔 브링크(최진실), 처음엔 양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아래 점차 잘 적응해 나가는 듯했으나 성장해 갈수록 양어머니의 학대는 심해지고, 이러한 학대를 견디지 못한 수잔은 자살기도까지 하며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수잔은 성인이 된 후 양부모로부터 독립했으나 믿었던 남자 친구가 무책임하게도 떠나가며 혼자 아이를 낳고 키워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이후 한국 방송국에서 입양아 프로그램을 해 그녀가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가 방송을 보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한국에서 재회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개 속에서 그 어떤 희망이나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혹하고 차갑게 느껴졌고, 훨씬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실제로 영화의 오프닝에서 입양아들의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솔직한 생각들이 온전히 전달되면서 영화를 가볍게 보겠다는 마음이 그대로 사라졌던 것 같다. 픽션이 아닌 누군 가에겐 인생이었고 현실이었을 입양에 대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영화는 1991년 작이며 그 시절의 스웨덴과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만 영화를 보는 그 시간 동안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켰으며 수잔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된 수잔 브링크씨는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와 가족들을 만났지만 결국 스웨덴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후 향년 46세에 암으로 사망해 짧은 삶을 마감했다. 그녀는 지난 2003년 한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국제 입양 중단을 당부했다고 한다. 감히 헤아릴 수 조차 없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으리라, 짐작해보았고 실제 영화 속에서도 차별과 희롱에 수잔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누구의 잘못이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세 살 난 막내 딸을 먼 타국으로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은 찢어졌을 것이며, 이후에도 딸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하루아침에 가족이 되어야만 했던 수잔의 속내는 불안했을 것이다. 또 자라면서 왜 자신을 보냈어야만 했는지 원망의 마음도 들었을 테지만, 막상 진짜 가족을 찾아 한국에 와서 마주한 그들의 현실에 수잔은 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탓할 수밖에 없는 영화의 전개를 보면서 더 이상 이러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 것 만이 최선의 문제 해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 그 시절의 입양아가 온통 서양인뿐이었을 그곳에서 남몰래 삭히며 견뎌내야 했을 아픔은 아마 영화 속에 모두 담아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인종 차별의 연장선으로 겪는 불편한 시선들과 불이익, 평생 해외에서 이방인이라는 위치에서 살아야만 하는 해외로의 입양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꼭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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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경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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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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