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곳

'레이디버드(Lady Bird, 2018)'와 '브루클린(Brooklyn, 2016)' 속 고향의 의미

김도연 | 기사승인 2021/09/30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곳

'레이디버드(Lady Bird, 2018)'와 '브루클린(Brooklyn, 2016)' 속 고향의 의미

김도연 | 입력 : 2021/09/30 [11:40]

[씨네리와인드|김도연 리뷰어]

 

▲ '레이디버드'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레이디버드가 다시 크리스틴이 되기까지

 

크리스틴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가 찾아오자 찾아온 대학 진학의 고민과 함께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한다. 일상과 일상적인 모든 것에 싫증을 느끼는 크리스틴은 자신이 사는 지역 새크라멘토의 지루함에서 싫증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보금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크리스틴과 새크라멘토 내의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엄마 마리온의 갈등은 심화된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고 신기한 것에 국한지어 찾게 되고, 평범한 새크라멘토에 있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의 딸 크리스틴을 거부하며 스스로를 레이디버드라 칭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뉴욕 지역의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크리스틴은 고향을 떠나자 비로소 성숙의 상태에 이른다. 진절머리 나게 싫었던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레이디버드에서 크리스틴으로 돌아간다. 그녀에게 '새크라멘토’와 ‘크리스틴’은 충분하지 않지만 ‘뉴욕’과 ‘레이디버드’는 이질적이다. 크리스틴은 뉴욕에서 늘 새크라멘토를 그리워하겠지만 돌아갈 순 없다.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언젠가 벗어나야 할 공간은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회귀하기 힘든 법이다. 

 

▲ '레이디 버드'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고향에 돌아간 일리스의 한마디,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잊고 있었네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면전에서 악담을 하는 사장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일을 하는 일리스는 뉴욕의 신부님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된다. 언니와 어머니를 뒤로 하고 뉴욕으로 떠난 일리스는 차차 뉴욕 생활에 적응해 간다.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을 하고 야간에는 꿈꿔왔던 회계공부를 하며 바쁘게 지내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고향의 그리움과 타지 생활의 고단함은 익숙해지지않는다. 그러던 와중 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고 잠시 고향으로 돌아간 일리스는 평생 살아온 곳이 주는 안락함에 흔들리게 된다.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희미해질 때 즈음, 전에 일하던 빵집의 사장과 조우하게 되고 여전히 무례한 말을 던지는 사장을 보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 뉴욕임을 깨닫고 비로소 뉴욕으로 돌아가게 된다. 

 

긴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나의 삶을 어디서 무엇을 하며 개척해 나갈 것인가. 살아가는 도시 혹은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여러 문제들과 부딪히며 도전하는 삶에는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고된 타지생활에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져도 그리운 곳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함과 동시에 요람의 그리움을 짊어지고 표류하는 모든 이민자와 타지 생활을 견디는 사람들이 언젠가 표류를 멈추고 근사한 정착지를 찾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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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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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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