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 나에게는 일상,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 The Blind Man Who Did Not Want to See Titanic

한수진 | 기사승인 2021/10/21

BIFF | 나에게는 일상,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 The Blind Man Who Did Not Want to See Titanic

한수진 | 입력 : 2021/10/21 [19:35]

[씨네리와인드|한수진 객원기자] 아주 어릴 적, 위인전에서 헬렌 켈러라는 여성의 일생을 접해본 적 있다.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그럼에도 배움을 놓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훌륭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하버드 대학교라는 세계 제일의 명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등, 그녀의 업적의 위대함에 대해서만 기억했던 것 같다. 장애를 딛고 역경을 극복해 내었기에 위인이 된 그녀의 삶은 다시 생각해보아도 위대하다. 하지만 이렇게 위인전에 기록되어야만 그들의 삶이 대단한 것일까? 위인전에 가려져,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마저 도전인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우리는 얼마나 고려해 왔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싶지 않았다>는 특별한 영화다. 먼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구도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야코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로, 시력을 잃었고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영화는 내내 야코의 시선 - 모든 것이 흐릿해보이는, 초점이 나간 듯한 화면 - 으로 전개되며, 그렇기에 진행되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실제로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시력과 하반신을 잃은 야코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 언제나 휴대폰을 몸에 소지하고 있어야만 하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비상호출벨을 갖고있어야 한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연인인 시르파와의 통화. 하지만 그녀 역시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그들의 만남은 온라인에서만 허락된다. 야코의 일상은 철저한 루틴에 따라 돌아간다. 오후 세시 쯤 대마초를 피우고, 자신을 욕하는 이웃 부부의 음성을 듣고, 곧이어 울리는 아버지로부터의 전화벨소리까지. 그는 이렇게 완벽하게 틀에 박힌 일상을 수십년째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새장 속의 새만으로는 살 수 없는 법.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절망하는 연인을 위해, 야코는 전에 없던 모험을 결심한다. 낯선 이의 도움 5번만 받으면 그녀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는 아주 오랜 만의 외출과 자유를 만끽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거의 도착할 무렵 야코의 장애인 연금을 노리는 깡패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만다. 목숨을 건 그의 화려한 외출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일까?

 

▲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싶지 않았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가 존재한다. 그것의 구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일 수도,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일 수도 있다. 보통 '절대 다수'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누군가는 그 반대 쪽에 위치하는 누군가의 처지를 쉽게 동정할 뿐,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 반대에 있는 누군가의 삶이 매 순간 도전이라는 것은 쉽게 간과한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싶지 않았다>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그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걸어야 할 만큼 처절한 것임을, 노골적인 카메라 워킹과 연출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나와 시르파는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 싸워 왔다'고 울부짖는 야코의 모습은 그렇기에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상영이 결정된 만큼, 꼭 극장에서 이 영화의 감동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Director 티무 니키

Cast 페트리 포이콜라이넨, 마르야나 마이야라

 

■ 상영기록 

2021/10/10 16:3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2021/10/11 18:3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2021/10/14 15:0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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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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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0.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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