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짓는 선, 경계를 허무는 것에 대하여

알리 아바시, 「경계선」

권유진 | 기사승인 2021/10/28

경계를 짓는 선, 경계를 허무는 것에 대하여

알리 아바시, 「경계선」

권유진 | 입력 : 2021/10/28 [19:38]

▲ 영화 '경계선'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권유진 리뷰어영화 「경계선」은 트롤인 주인공 티나가 또 다른 트롤인 보레를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티나는 출입국 세관 직원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감정을 냄새로 판별할 수 있는 특이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어딘가 의기소침해 보이는 티나. 그런 티나는 보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보레는 티나가 자신과 같은 트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동안 인간에게 박해받은 트롤의 역사에 관해 설명한다. 자신이 트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티나는 보레와 사랑에 빠진다. 티나는 그동안 몰랐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깨달으면서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티나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경찰을 도와 아동 포르노를 제작하던 범죄자들을 체포하게 된다. 티나는 보레가 인간에 대한 환멸과 복수심에 히시트(보레가 주기적으로 낳는, 아이처럼 생겼지만, 수정이 되지 않은 난자)를 이용하여 소아성애자 비디오를 찍어 팔아넘기는 데에 가담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티나는 자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삶을 대하는 보레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보낸다.

 

▲ 영화 '경계선'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다소 충격적인 스토리에 강렬한 영상미가 더해져 영화는 왠지 모를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불쾌한 골짜기현상처럼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어딘가 다른 주인공들의 외적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또한 티나와 보레가 뛰어놀던 숲의 이미지는 트롤이라는 그들의 신비감을 더욱 극대화하기에 충분했고, 그 속에서 티나의 손 움직임이나 등장인물의 표정 변화를 천천히 포착하는 카메라 구도와 진행은 관객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준다. 사건의 변화가 극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이미지와 카메라 워킹은 보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렇게 영화에서 표현된 시각적 요소들은 후각으로까지 이어진다. 주인공 티나가 사람들의 감정을 냄새로 파악한다는 설정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티나가 맡는 냄새, 후각적 이미지에 집중했다. 물에 젖은 나무와 진흙의 냄새, 호수의 쾌쾌한 안개 냄새가 나는듯 했다. 연출은 그림자와 불빛, 짙은 녹색과, 푸르스름한 색감으로 전반적인 후각적 분위기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각적 요소들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후각적 요소에까지 이어져 공감각적 입체성이 나타난다.

 

앞서 말했듯, 티나는 냄새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냄새와 감정,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보이는 냄새나 감정은 티나가 겪는 차별의 모습과 유사하게 작동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 영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이러한 설정들과 잘 맞닿아있다. 감독은 티나와 보레를 통해 다름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 영화 '경계선'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티나와 보레의 정체는 트롤이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인데, 현대에 와서는 게임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트롤은 단순히 신화 속 괴물이 아니라, 영화의 제목처럼 경계선에 서 있는 무언가이다. 경계선이라는 것은 경계를 구분 짓는 을 뜻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단순히 선이라는 것 때문에 안과 밖이 섞일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그 선은 누가 그어놓은 것이며, 누가 지키는 것일까. 영화는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경계선에 서있는 티나와 보레가 각자의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레가 트롤에 대해 밝히기 전까지 티나는 지극히 인간처럼 살아간다. 사람의 음식을 먹고,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보레의 말 한마디로 티나는 사람이 아닌 트롤이 된다. 스파게티를 먹으면 평범한 사람인 것이고, 애벌레를 먹으면 트롤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장면이 현대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차별은 단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규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와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를 다르다고 구분 짓는 것,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와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름을 규정짓는 사회 속에서 살아온 티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궁금해한다.

 

그렇다면 남자 성기를 가지고 있는 티나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아이를 낳는 보레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또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 무엇인가. 현재 많은 종류의 젠더 의식 속에서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을 물리적 수술을 이용하여 선택해 살아간다. 그들 중에는 여성처럼 보이지만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남성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남성의 모습이지만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는 경계선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티나와 보레처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 영화 '경계선'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티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고 보레와 함께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보레의 선택에 반대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를 선택한다. 이것은 단순히 티나가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수의 차별과 폭력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켜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레는 인간의 박해를 받던 트롤의 역사와 차별 속에서 소수 집단의 강박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아이를 훔쳐 팔고, 사람을 죽이는 등 복수를 위한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러나 티나는 다수의 폭력 속에서도 소수의 자신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선착장에서 보레와 만나 티나는 누구도 해치기 싫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인가요?’라고 묻는다. 티나에게 인간과 트롤이라는 구분과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아무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신념만이 가슴 속에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개인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악의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아이를 사 포르노를 제작하는 범죄자가 등장하고, 아이를 훔쳐 파는 보레가 있다. 또한 트롤을 실험하던 인간과 티나를 데려와 거짓으로 키우던 티나 아빠의 모습. 악이라는 것은 어떻게 결정되고, 선은 어디까지일까. 그에 대한 영화의 대답은 앞서 말한 누구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티나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결국 이 영화는 다수가 아닌 소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고 있다. 트롤이라는 신화 속 괴물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해낸 것이 효과적이었다. 또한 충격적인 시각적 이미지들 덕분에 마치 그들이 핀란드 시골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껏 소수의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들은 충분히 많았다. 그러나 이 경계선이라는 작품이 유독 특별한데에는 소수의 이야기를 단지 소수로써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티나, 그 개인 자체로 바라본다는 것에 있다. 소수나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은 개인이고, 소수와 다수를 결정짓는 것도 개인이다. 필자는 티나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후,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그 누구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가치관과 집단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하나의 개인을 집단으로 판단하고 결정짓기도 한다. 모든 트롤이 같은 생각을 하고 모든 인간이 악마가 아니듯, 본인은 한 개인이 집단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단지 소수의 집단적 목소리만을 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티나처럼 스스로의 가치관과 목소리를 찾아가길, 또한 소수에 대한 다수의 이해가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해지길 희망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권유진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10.28 [19:38]
  • 도배방지 이미지

경계선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