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의 무대를 넓히러 온 불완전한 수호자들

[프리뷰] '이터널스' / 11월 3일 개봉 예정

송상호 | 기사승인 2021/10/29

MCU의 무대를 넓히러 온 불완전한 수호자들

[프리뷰] '이터널스' / 11월 3일 개봉 예정

송상호 | 입력 : 2021/10/29 [14:50]

▲ '이터널스'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씨네리와인드Ⅰ송상호 리뷰어] 태고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수호자 집단인 이터널스가 처음으로 MCU 세계관에 등장하여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살아 있는 유기체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포악한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지구로 파견된 이터널스 멤버들은 인간들 틈에 섞여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우정, 사랑, 정체성에 관한 고뇌 등 다채로운 감정을 쌓아가면서 인류사에 흔적을 남긴다.

 

이터널스’(2021)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 빛나는 노매드랜드’(2020)의 클로이 자오가 마블 스튜디오와 만나 작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영화다. 마블을 지휘하는 케빈 파이기는 자오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고, ‘이터널스에서 테나역을 통해 처음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시리즈에 입성한 안젤리나 졸리 역시 자오가 연출을 맡았다는 데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이터널스는 지금까지 쌓아 왔던 MCU의 거대한 세계관을 다시 한번 여러 층위로 확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 '이터널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올해 국내 개봉했던 MCU 페이즈 4의 영화들 가운데, ‘블랙 위도우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단독 영웅 서사에 주목했던 데 반해, ‘이터널스는 집단적 서사를 매끄럽게 구축해야 하므로 기존 마블 영화와는 사뭇 다른 존재감을 뿜어낼 수밖에 없다. 매우 성공적인 팀업 무비였던 어벤져스’(2012)조차도 영웅들 각각의 서사와 세계관을 여러 편의 영화로 몇 년에 걸쳐 충분히 구축한 뒤 가동해야만 했던 고난도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자오는 MCU에 입성하면서부터 상당히 어려운 작업을 떠안은 셈이다.

 

게다가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터널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팬데믹으로 인한 개봉 연기 상황과 맞물리면서 여러모로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국내에서 2814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이터널스를 둘러싼 베일이 걷혔다. ‘이터널스의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과연 자오가 마블이라는 거대 공룡의 간섭에도 마냥 휘둘리지 않으면서 작가 의식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균형 잡힌 영화를 내놓는 데 성공했을지 가늠해 보는 데에서 시작된다.

 

▲ '이터널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터널스에서 눈에 띄는 서사적 설정이 있다면, 멤버들의 인종과 연령, 성별과 젠더 그리고 신체 특성 등이 각기 다른 층위로 섬세하게 고려되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다양성 확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이 많이 생성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로 인해 이터널스의 멤버들은 문명의 태동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초월적 존재들이라는 권위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불완전한 면모를 떠안은 인간적인 속성에 노출됨으로써 그들은 신화적인 지위에서 자연스레 벗어난다. 그리고 인간들과 함께 호흡해 온 존재들로 묘사되기에도 더욱 적합해진다. 이건 단순히 시의성의 측면에서만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이터널스 멤버들을 완전무결한 절대자로 취급한 채 단편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려는 자오의 의중이 반영된 셈이다. ‘이터널스는 사실 정치적인 담론을 만들어냈던 마블 스튜디오의 지난 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블랙 팬서’, ‘캡틴 마블등에 이어 또 다른 쟁점을 소환할 이터널스가 관객과 평단에게 어떻게 인식될지 지켜볼 일이다.

 

▲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실 자오가 이터널스의 감독으로 내정된 뒤 노매드랜드이터널스의 촬영을 병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두 영화는 스타일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공명하는 지점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터널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철저한 상업 영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가 클로이 자오의 연출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독특한 감성을 품은 영화가 된다. 감독과 제작진들은 작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요 고대 문명지를 촬영하기 위해 그린 스크린 대신 다양한 로케이션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아프리카 해안 근처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두 섬 푸에르테벤투라와 란사로테였다. 이런 장소들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비주얼, 원시적이면서도 신비한 무드는 인류의 역사를 훑는 대서사의 장엄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구현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 요소로 기능할 수도 있다.

 

▲ '이터널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터널스에선 자오만의 스타일도 묻어나고, 마블의 의중이 반영된 액션과 스펙터클도 일정 수준 느껴진다. 다만 이 영화는 전개에 있어 감독의 성향 탓인지 아무래도 드라마를 풀어나가는 데에 방점을 찍은 채 진행되다 보니, 두 시간 반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방대한 서사를 압축적이면서도 꼼꼼하게 풀어나가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을 깊이 있게는 다룰 수 없으므로, 여러모로 절충과 타협이 느껴지는 구간들도 많다. 분명 이터널스는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액션과 드라마를 균형감 있게 배분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평단 또한 기존 마블 영화와 확연하게 다른 이 영화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구만의 문제를 넘어서 우주의 초월적 존재들까지 개입되는 대규모의 서사를 비교적 무난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은 분명 클로이 자오의 탄탄한 역량에서 비롯됐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다. 마지막으로 조금 덧붙이자면, 이 영화 속 마동석의 길가메시는 우리가 한국 영화에서 봐왔던 그 마동석을 보는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마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이터널스113일 개봉 예정이다.

 

▲ '이터널스' 스틸컷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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