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조유경 -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INTERVIEWㅣ'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감독 조유경

이정연 | 기사승인 2021/11/03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조유경 -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

INTERVIEWㅣ'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감독 조유경

이정연 | 입력 : 2021/11/03 [11:55]

[씨네리와인드|이정연 리뷰어] 지난 930일에서 104, 독립영화감독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의 비경쟁 독립 영화 축제 인디포럼이 개최되었다. 많은 관객들과 여러 감독들이 모여 함께하는 축제의 장인 그 곳, 인디포럼에서 신작전 단편으로 선정된 작품 조유경 감독을 만나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영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감독 조유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조유경 감독 © 씨네리와인드 이정연

 

# 영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영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Q.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나.

 

시작은 특정 주제를 이야기 위해서 한건 아니었다. 소재를 생각하고 간단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이해받을 수 없는 다른 환경에 사는 두 인물이 만나서 타인이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근데 분명한 것은 우리가 흔히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관습적인 이해또는 화해따위가 아니라, 그저 일차원적으로 바라보게 하려고 했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 가장 극과 극에 있는 두 인물을 만나게 하려고 했다. 어느 순간에 서로를 바라보게 하려면, 사회라는 원 밖에서 밀려난 인물들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사실 처음에 이렇게 나이 든 남자와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가 등장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할 때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그 부정적인 반응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목격하게 되는,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무례하게 구는 그런 분들 계시지 않느냐. 그런 인식들 때문에 나는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서사를 별로 따라가고 싶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신조어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분들을 틀딱이라고 한다고 하더라. (웃음) 그 틀딱이라는 생각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노인을 편견에 넣고 싸잡아서 표현하는 것 아닌가. 영화를 하는 사람이 이런 부분에서부터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Q. 강사 만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표현하고 싶었던 만희는 어떤 캐릭터인가?

 

앞서 설명했듯이 '모일'과 '만희' 모두 사회라는 원에서 벗어난 인물들이다. 원래 만희는 지금 영화에 나온 캐릭터보다 더 나이가 많았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걸맞은 적령기가 더 지난 거다. 그런 캐릭터를 생각했다만희가 사실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일 모두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자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런 위태로움이 있어야 노인 모일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삶적인 피로감이나, 나이와 같은 것들. 그래서 초반에는 40대 초반의 배우분들을 찾아서 미팅을 해보다가 지금의 배우분을 캐스팅하면서 연령대가 조금 내려갔다.

 

Q. 그렇다면 모일은 어떤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나. (개인적으로 모일이 유튜버라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지금 단편영화에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자가 많지 않냐. 근데 저는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위에 언급했듯이 나이 많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지 않느냐. 아는 척한다, 참견질 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쓰고 싶었던 인물이고 그렇다면 만희라는 여성에게 침범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결론이 잘 나가는 남자여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굳이 만희의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는데 와서 심기를 건드리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신기하게도 그런 혐오가 있다고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 젊은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게 있다고 한다. 특히 미디어로 갈수록 더 심해지고. 그래서 유튜브와 같이 젊게 보이려고 하는 이미지를 이용해 먹고 희롱하는 이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설정했다.

 

  

Q. 가장 알쏭달쏭했던 것은 의 존재였다. 제목도 하필 개를 데리고 여자. ‘의 존재는 무엇인가

 

사실 단편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고, 영화 자체도 하루에 벌어지는 일이기에 만희라는 캐릭터의 상황을 표현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사실 만희의 상황은 만희가 살아온 모든 방식이 축적되어있는 결과가 아닌가. 그러나 그것에 대해 스스로가 불만이 많다. 그러한 불만, 문제점, 위태로움을 표현하는 가시적인 것이 바로 였다. 그렇게 와 비슷한 장치를 하는 것이 바로 만희의 오래된 차. 그렇게 만희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Q. 영화 프로덕션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있나.

 

, 사실 영화를 제작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노인을 다룬 이야기를 쓰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유가 캐스팅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원래 만희라는 캐릭터 설정 자체도 더 사회적 적령기가 지난, 40대의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의 강진아 배우님으로 캐스팅됐다. 강진아 배우님도 물어보셨다. 상대역은 정하셨냐고. 그래서 사실 아직 못 정했다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기주봉 배우님을 추천해주셨다.

 

모일이란 인물은 참 어려웠다. 처음에는 성가신 노인이어야겠고, 나중에는 지혜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인물이 필요했는데 이걸 호감 있게 표현해줄 사람이 너무 필요했다. 사실 이게 학생 영화고,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게 많다. 우선 가장 페이의 문제가 있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좋게 좋게 임해도 촬영이 시작되면 불만이 나오고 스태프들도 대하는 걸 참 어려워한다. 경력이 있으면서도 뭔가 마법같이? (웃음) 호감을 줄 수 있는, 설득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는데 강진아 배우님께서 얼마 전에 단편을 하나 봤는데 기주봉 선생님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다. “해주실까요?” (웃음) 정말 영화작업을 많이 하신 분이시고, 그래서 학교 선배님께 부탁을 드려서 연락처를 받아서 거의 구애를 했다. (웃음) 가서 편지도 쓰고, 술도 몇 번 마시고, 제가 이런 걸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정말 턱없는 페이에도 불구하고 후배 대하듯이 해주시더라.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기주봉 선생님이 배역을 맡아주셔서, 내가 모일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정말 많이 덜었다. 기주봉 배우님이 풍기는 무게감과 따뜻함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영화감독 조유경

 

 조유경 감독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이미 여러 OTT 사이트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다양했다. 2018년에 제작한 영화 <로스트앤파운드>는 왓챠에서, 2019년에 제작한 영화 <언데이터블 우먼>은 퍼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며 과연 영화감독으로서의 조유경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Q. 어떻게 영화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나.

 

, 사실 어렸을 때 꿈이 뮤지컬 배우였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이 그때 당시엔 흔하지 않은 꿈이었다. 뭔가 특이해 보이지 않나. 그런데 막상 그렇게 써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3이 되었고, 대학은 가야 되는데 어디로 가지, 뮤지컬 배우를 할 기량은 전혀 안되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분명한 건 관련한 과를 가고 싶긴 했다. 친구가 다니는 연출 입시 학원을 따라갔는데, 그때가 입시를 시작하기에는 사실 늦은 시점이었다. 그러니 학원 선생님이 연극 연출은 사람을 적게 뽑는다. 그러니 영화연출을 해라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렇게 영화에 접어들긴 했다. 영화연출 입시는 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글 쓰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렇게 중앙대 영화과에 합격을 했다.

 

그렇게 합격하긴 했는데 나는 동기들처럼 영화에 미쳐있지는 않았다. 그냥 유명한 영화를 보러 가는 정도?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니 동기들이 모두 영화 얘기만 하더라. 나는 이 친구들이랑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그렇게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영화를 보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2학년 때 한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보다는 이야기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는 게 행복했다. 사실 지금도, 현장보다는 이야기 쓰는 걸 더 좋아한다. (웃음)

 

봤던 영화중에 가장 충격적인 영화가 있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인데 그걸 새벽에 봤었는데 다 보고 나서 공포감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라 정말 실질적인 공포감이랄까. 정서적인 동요나 감동, 이런 것들이 아니라. 내 존재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었고, 이상한 기분, 충격을 느꼈다. 한 영화가 나에게 이런 존재일 수 있구나. 그 영화가 나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

 

Q. 지향하는 영화의 방향이 있나.

 

분명한 것은 나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일은 나와 종자가 다르다 (웃음) 좀 더 적은 사람이 보더라도 울림을 주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설득력이 떨어질 때도 있겠고, 공감을 못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관습적인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끝이 제대로 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볼 수 있게 하고 스킵되지 않거나, 잘 보여주지 않는 순간을 좋아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다.

 

Q. ‘감독 조유경의 미래가 기대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인데, 대학원에 진학을 한 것은 사실 현장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싶어서 선택한 것도 있다. 대학원에 오면 어쨌든 영화를 계속 찍어야 하니까 찍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그래서 최근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를 찍으면서 얻게 된 트라우마를 깨보려고 모든 것을 반대로 했다준비 기간도 없고, 스태프도 딱 7명만. 현장에 가서 바로 로케이션을 정하고, 스크립터 없이 말 그대로 대충대충해봤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물론 적은 사람이라 많은 고생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연습을 하는 단계라 영화를 찍는 방식을 다르게도 도전해보고 있다. 내 영화는 대사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대사 없이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로드무비를 찍고 싶기도 하다. 내가 드라마광이라 자꾸 드라마 장르를 쓰는데 SF, 코미디 모두 써보고 싶다. 참고로 드라마는 안 하는 게 내 목표다 (웃음).

 

길게는 장편을 하나 찍어야지 않겠나. 장편을 찍을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 작은 영화더라도 장편을 하나 해보고 싶다. 존경하는 감독들을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계속 하는 것 같다. 그게 상업적 요구에 맞지 않더라도, 그게 분명하면 사람들은 언젠가 알아봐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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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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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1.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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