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이 내포한 폭력성과 편협한 관점

'청년경찰'은 과연 순수 ‘수사’ 영화일까?

전소현 | 기사승인 2021/12/03

'청년경찰'이 내포한 폭력성과 편협한 관점

'청년경찰'은 과연 순수 ‘수사’ 영화일까?

전소현 | 입력 : 2021/12/03 [09:50]

[씨네리와인드|전소현 리뷰어] '올 여름, 최고의 오락 영화. 청춘 수사 액션'. 영화 <청년 경찰>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다. 이 포스터를 본 관객은 이 영화가 청춘들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쾌한 사건을 다룬 것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포스터에는 그 어떤 진지하거나 무거운 사회적 메세지 혹은 수사의 심각성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수사 과정에 오락적 요소들을 적절히 넣어 완성시킨 작품’이라고만 보기에는 많은 비약과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 '청년경찰'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청년 경찰」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경찰대에 합격한 두 학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우연히 외출을 하는 동안 여성이 납치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 여성을 구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선다. 실제 경찰도 아닌 경찰대 학생 신분으로 범죄를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 가득한 두 학생은 위험한 순간순간을 잘 극복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들으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 미래 경찰관으로서의 직업 정신이 투철하고 열의와 인간애 넘치는 두 청춘을 칭찬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납치 되는 여성은 불임 부부에게 난자를 팔고 돈을 버는 난자 매매 조선족들에게 납치된 것이고, 그 조선족들과 산부인과 의사는 한 패가 되어 여성의 불법 난자 채취를 통해 돈을 주고받으면서 당당하게 거래를 한다. 또한 두 청년이 수사하는 과정을 마냥 패기 넘치고 열정 가득한 청춘 의식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들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해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편견,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일관된 젠더 폭력성, 찍고 붙이기가 중요한 영화라는 장르에서 철저히 배제된 윤리성 등의 여러 요소들을 다섯 가지 측면에서 분석·비판하려 한다.

 

첫째로, 등장인물의 역할에서 남성과 여성이 각각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납치 범죄의 피해자는 ‘여전히 여성’이다. 비단 이 영화뿐만 아니라 어떤 매체에서든 범죄의 피해자는 대다수 여성으로 설정되며, 남성은 그 여성에게 협박을 가하는 강한 권력자이거나, 그 여성을 책임지고 구하는 멋진 영웅으로 등장한다. 힘없고 나약한 남성이 납치되고 여성이 그런 남성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내용은 거의 접하기 어렵다.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 설정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도 성적 역할은 고정되어 있듯이 연출되는데, 엄마가 아들을 구하는 내용보다 강인한 아빠가 여린 딸을 구하는 설정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청년 경찰>에서 고위직의 실력 있는 의사, 가장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 거침없는 난자 매매범, 여성을 구하는 영웅 등 힘과 권력이 집중되는 역할은 다 남성이다. 그리고 쉽게 납치되는 피해자, 클럽 손님, 귀파방의 직원들 등의 수준 이하의 지식을 가졌거나 그저 수동적으로 휘둘리면서 익숙하게 자신의 나약함을 내비치는 역할은 전부 여성이다. 즉, 이 영화가 성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설정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로, 이 영화를 본 여성 관객은 자신이 피해 대상이 되는 상상을 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필연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는 관객의 시각적 영향력을 무시한 폭력적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 여성이 납치되기 전에, 두 경찰대 학생들은 여성을 발견하고 뒤를 밟아 따라간다. 이를 아무리 예쁜 여자를 보고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는 두 청년의 순수한 의도뿐이라 주장할지라도 상당히 위험한 연출이다. 일단 필자 본인부터도, 그리고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 길거리에 혼자 걸어가는 동안 뒤에 길고양이 소리 하나에도 크게 불안함을 느낀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 남자가 여자에게 반해 따라가지 않았으면 그 여성의 납치를 목격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히려 더 큰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면, 굳이 그 목격하는 방법을 밤 길거리에서 몰래 따라가는 방법을 썼어야 했냐고 되묻고 싶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혹은 피시방에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등등 목격 장면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 방법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청년경찰>이 영화라는 장르적 찍고 붙이기의 관점으로부터 윤리적 고찰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 증명된다.

 

남성으로부터 뒤를 밟히는 여성에게는 그 남자가 범인을 잡는 경찰이든, 국민에게 헌신하는 대통령이든, 한 가정의 가장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냥 공포감을 주는 대상 그 자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납치되는 여성은 남성이 한 번 휘두른 몽둥이에 쉽게 쓰러지고, 바로 봉고차에 실려 납치된다. 남성의 힘이 여성보다 태생부터 물리적으로 강하다는 의식에 기반을 두고 연출된 그 장면은, 여성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도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당할 수 있는 일임을 느끼게 함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기 충분하다. 또한 여성을 납치하여 약물 주사를 투입하는 조선족의 모습도 충격적인 설정이다. 저항하는 여성을 힘으로 제압하고 약물을 투여하는 장면은, 여성이 남성과 사회적 지위에 차이가 없음에도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함부로 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 있다는 젠더 권력의 폭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여성을 나약한 존재, 남성을 우월한 존재로 수동적으로 인식하기 쉬워진다. 감독의 연출 의도가 단지 ‘패기 넘치는 두 청춘의 고군분투 수사’ 라면, 수사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들에 굳이 ‘여성’을 넣지 않아도 연출 의도가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 청년 경찰의 정의감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굳이 여성의 납치를 이용해야만 했을까?

 

▲ '청년경찰'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셋째로, 이 영화는 무겁고 다루기 난해한 내용에서 진지한 대응보다는 코믹으로 희화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이 혼자 길거리를 걷고 뒤에서 남성이 쫓아가는 것은 굉장히 마음을 무겁게 하는 장면이다. 관객은 그 장면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이 때 두 주인공은 마냥 즐거운 듯 가위·바위·보게임을 하고 있다. 또한 납치된 여성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갔던 귀파방에서, 본래의 방문 목적은 잊은 듯 주인공도 그 곳을 즐긴다. 귀파방에 들어간 자신의 친구(희열)를 망보면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라면과 소시지를 먹는 철없는 기준의 모습 또한 우스꽝스럽게 나타났다. 분명히 이 부분은 수사의 주가 이루어지는 진지하고 핵심적인 장면이다. 그럼에도 코믹 요소를 억지로 넣어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통해, 관객은 불안한 심리의 정착지를 찾지 못해 혼란스럽게 된다. 여성 범죄를 다루는 무거운 영화가 사건 해결의 진지성 보다는 두 청년의 우정과 코믹한 성장이 주가 되어 연출된 것은 그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거운 소재를 희화화하여 가볍게 엮는 것은 기만이다. 애초에 영화 의도를 ‘수사 과정에서 피어난 청년의 우정’이라고 전제한 후, 그 수사가 발생한 계기는 다른 가벼운 사회적 소재에서 찾았어야 했다.

 

넷째로,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남성과는 차별화 된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귀파방 여직원의 의상은 신체가 다 드러나는 붙는 원피스였고, 굳이 필요 없는 여성의 가슴 클로즈업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여성을 관음의 대상으로 여기게 의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미장센이 의도된 것도 남성의 성적 욕망 충족을 목표로 한 시각적 보수성이 투영된 것이며, ‘성’이라는 프레임 안에 여성의 모습을 정형화시켜 가두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Man 이라는 단어는 사람이자 남자라는 뜻을 가졌지만 Woman은 그저 여자이듯이, 여성은 관음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반면 남성은 인간에 대한 고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인적 소재로 작용한다.

 

이 의견을 더 뒷받침하기 위한 예시로 다른 영화와 비교하여 언급하자면, 영화 <국가대표>의 남자 주인공 넷은 끈기 있고 인내심 강한 대표 선수들로서 관객들에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는 경찰이 지녀야할 자본과 권력에 대한 경계심과 투명한 수사에 대한 도덕심을 관객들에게 일깨운다. 이러한 것들이 남성에 대한 계급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왜 이러한 역할들의 다수는 남성에게 국한되는 것일까? 또한 <청년 경찰>의 두 남자 주인공들이 샤워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근육질의 상체는 남성성을 부각하기 위함이다. 여성이 샤워를 하는 장면이라면 분명 아래에서 위로, 즉 발 끝에서 다리와 허리를 지나 목 뒤의 선까지 카메라의 앵글이 이동할 것이고 이러한 카메라의 상향적 시각도 여성의 지위가 아래고 남성의 지위는 그 여성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을 복종의 시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남성을 촬영 할 때는 이러한 카메라 앵글의 이동이 거의 없고 대부분 우람한 상체나 마초적으로 머리를 감는 장면이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을 찍는 카메라는 여성의 다리나 가슴, 엉덩이와 같은 부분에서 성적 욕구를 유발하도록 신체 윤곽을 부각에 애쓴다는 점이 비판하고 싶은 연출가의 의도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성적인 욕구가 여성의 성적인 욕구보다는 드러냄에 있어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여성은 성적인 욕구나 요구를 표출하는 데에 제한을 받는다. 이는 미디어에서 여성과 남성이 차별받는 방식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다섯째로, 여성의 미의 기준을 획일화된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여성성, 즉 여성에게 덧씌워져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인 ‘코르셋’이 영화 전반에 드러난다. 클럽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불편한 구두를 신은 모습, 미를 부각한답시고 덧발라진 과한 화장, 현란한 장신구, 날씬한 몸매, 찰랑거리는 긴 머리 등은 여성에게 갑갑한 코르셋을 씌운다.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보다 인위성이 가해진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는 사람들의 미의 기준은 대부분 꾸밈에 노력을 쏟은 그들에게 맞춰져 있고 한번 형성된 시각은 좀처럼 바뀌기가 쉽지 않다. 태어나서부터 자신에게 규정된 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정형화된 젠더를 그대로 수행하고 반복 재생산하는 모습은 자유로운 여성의 면모에 태클을 거는 것이다. 성적 관념과 같은 모든 사상과 현상들은 우연에 의해서가 아닌 편의에 의하여 역사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져 왔고, 그 편의란 것은 권력층의 입맛이다. 하지만 여성은 그들의 편의에 맞춰 꾸미고 미를 표출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과거부터 조성되어온,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에 맞춰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청년경찰'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러한 많은 문제점들이 담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딱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경찰대 학생들을 지휘 감독하는 관직에 여성(박하선)이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대 전체에서 제일 높았던 자리는 물론 남성이었지만, 매 순간 경찰대생들을 훈련시키는 자리에 여성이 존재하여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입지를 넓혀가는 진취적인 여성을 보는 것 같아 젠더 차별로부터 억압받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아 후련했다. 다만 아주 조금.

 

영화 「청년 경찰」은 내 인생에서 접한 최악의 영화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관객들에게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본 의도와는 달리 젠더 권력을 휘두르고 성적 불쾌감을 야기했다면, 이것은 관객이 개별적으로 느끼는 주관적 평가로만 치중하여 간주할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폭력성에 대해서 감독과 관객 모두 진지하게 되짚어 보아야 한다. 우리 관객은 좀더 능동적이고 윤리적인 주체로서 작품이 가하는 폭력-본래의 악의성과는 무관하게-에 대해 곱씹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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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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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2.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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