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닿는 온기

서평|박상영 作, 「대도시의 사랑법」

권유진 | 기사승인 2021/12/08

우리의 삶에 닿는 온기

서평|박상영 作, 「대도시의 사랑법」

권유진 | 입력 : 2021/12/08 [12:10]

▲ '대도시의 사랑법' 표지  © 창비

 

[씨네리와인드|권유진 리뷰어] 책 「대도시의 사랑법」은 네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집이다. 네 편 모두 동성애자인 이 주인공이다. 첫 단편 재희에서 영은 재희의 결혼식에 참석해 재희와 함께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청춘의 시절을 떠올린다. 서로 누구보다 아꼈고, 사랑했고, 대신 아파했던 그 시절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린다. 한편으로는 재희가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재희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두 번째 단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2019 10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기도한 박상영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6년 전, 엄마의 암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회사를 때려치우고 엄마의 병수발을 들던 영. 영은 인문학 강좌에서 을 만나게 된다. 형과의 마음을 확인하고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결국은 헤어지게 된다. 엄마의 병이 재발하고,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형에게서 온 편지. 영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영이 규호라는 인물과 동거를 시작하게 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간다. 마지막 단편인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는 새로운 애인 하비비와 함께 바캉스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영은 그곳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던 규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외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 소설은 리드미컬한 재즈 음악과 같다. 유쾌하고, 즐겁다. 박상영 특유의 재치와 농담이 잘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술성을 놓치지 않았다. 박상영이 전하고픈 농담에 감춰진 이야기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낙태, 동성애, 에이즈, 청춘, 가족. 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재희에서는 주인공 재희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하게 된다. 영은 재희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찾아가 낙태 상담을 받게 되는데, 의사는 재희에게 피임과 정결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재희는 그런 의사에게 저 같은 애도 있어야 선생님이 먹고살죠.’라고 대답한다. 덧붙여 여자 몸에는 임신이랑 출산이 제일 나쁘다던데요?’라며 일장 연설을 펼친 의사의 뒤통수를 보기 좋게 날린다.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함구해왔던 사회적 현실이 박상영의 재치 덕분에 제대로 까발려진 대목이었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주인공은 자는 애인()의 컴퓨터를 훔쳐본다. 그는 애인이 동성애의 질병적 근거, 사회적 근거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해 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사과받고 싶어진다. ‘아무 데나 동성애를 갖다 붙이는 등신 같은 자들에게? 이딴 말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구절을 모으며 자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못난 그에게?......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나에게? 어쩌면, 그 모두에게.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에게주인공은 그 순간 처음으로 엄마에게 사과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영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정신병원에 데려가고, 하느님 앞에서 영을 고쳐달라며 울고불고 애원했던 엄마. 주인공은 그런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소설은 굳이 우리에게 동성애나 낙태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지 않는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단지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이것이 왜? 낙태가 왜? 동성애는 왜? 가족은 왜 단란해야만 하고, 에이즈는 왜 질병의 시선뿐 아니라 혐오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로 청춘은 아파야만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조차 힘든 사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예민한 주제들이 별거 아닌 농담처럼 툭 툭 던져지면서, 사람의 인생에는 동성애나 낙태의 중요성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말해준다.

 

쉽게 읽히는 문체와 웃음이 새어 나오는 문장들. 그런데도 그 속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아픔이다. 재희에서 영은 청춘 때문에 아팠고,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는 엄마 때문에 아팠고,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는 에이즈 때문에 아팠으며,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는 사랑 때문에 아팠다. 소설은 아프기만 한 이 삶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청춘의 사랑, 육체적 사랑, 가족의 사랑이다. 결국은 영이 엄마를 용서하고, 규호와의 좋은 시간을 추억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 박상영은 말한다. ‘일상을 살아가며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 때, 가끔은 손끝에 닿는 온기가 있다. 작가는 그것을 감히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말한다. 나만의 삶을, 나를 살게 하려면, 우리는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손끝에 닿는 희미한 온기를 사랑이라고 믿으며, 나 자신과 내 삶을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일지 모른다. ‘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박상영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복잡한 대도시 속에서.

 

▶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창비 펴냄│2019.06.28 출간│344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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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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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2.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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