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아름다운, 꽃 같은 동화 한 편

Review|'무드 인디고'(Mood Indigo, 2013)

박효진 | 기사승인 2022/01/17

슬프지만 아름다운, 꽃 같은 동화 한 편

Review|'무드 인디고'(Mood Indigo, 2013)

박효진 | 입력 : 2022/01/17 [13:35]

▲ '무드 인디고' 포스터  © 프레인글로벌

 

[씨네리와인드|박효진 리뷰어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있다. 연초의 밤이 특히 그러하다. 지나간 해에 대한 여운과 새로운 해에 대한 긴장과 설렘은 우리의 마음을 잠 못 들게 만든다. 그럴 땐, 따끈하게 데운 침대 위에서 마치 아름다운 동화책 같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밤에 홀로 보기에 딱 맞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로맨스 영화 『무드 인디고』를 소개한다. 이 영화는 세월의 거품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로 2013년에 개봉했다. 복잡하게 흘러가는 영화를 파헤치는 것도 매력 있지만, 밤에는 조금 더 편안한 영화가 끌리는 법이다. <무드 인디고>남녀 주인공 콜랭과 클로에가 파티에서 만나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즐기다 클로에가 병에 걸리면서 비극을 맞이한다.’라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면 되는 영화라고 해두겠다. 그러나 슬픈 결말을 갖고 있고, 영화 초반과 후반 극의 분위기가 밝음과 어두움으로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마음이 아린다.

 

한 권의 동화책 같은 영화

 

▲ '무드 인디고' 스틸컷     ©프레인글로벌

<무드 인디고>의 공간은 주인공 콜랭 및 주변 인물들의 공간, 그리고 그런 콜랭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많은 사람이 타자기로 기록하고 있는 공간으로 나뉜다. 사실 그들의 기록에 따라 콜랭이 움직이는지, 콜랭의 행동에 따라 그들이 기록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콜랭의 일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콜랭의 세계가 현실 세계가 아닌, 동화 속 가상 세계인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동화적인 느낌은 콜랭의 공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셸 공드리 감독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가득 응축된 사물과 인물의 모습들이 그 예이다. 콜랭의 집에서 요리 및 집안일을 돕는 니콜라의 독특한 음식부터 원두 그라인더가 되어버린 LP 플레이어, 건반을 누르는 대로 제조되는 칵테일 피아노, 그리고 큐브를 돌리며 일정을 확인하는 모습까지. 특히, 중간중간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한 장면들은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처음 영화를 재생하고 근 몇 분간은 쏟아져나오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로 인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느라 바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영화 속 세계에 스며들어 그들의 세계를 함께 즐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거름과 꽃의 사랑

 

▲ '무드 인디고' 스틸컷  © 프레인글로벌

 

<무드 인디고>에서 콜랭과 클로에는 구름 모양의 기구를 타고 함께 하늘도 날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며 낭만적인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클로에의 폐에서 수련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수련을 없애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꽃이 필요했고, 콜랭은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콜랭은 인간의 온기를 흡수해 무기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이 일을 하는 콜랭의 모습을 보며 마치 콜랭이 클로에에게 줄 꽃을 피우기 위한 거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렇게 쌓여있는 흙 위에 알몸을 내려놓고 자신의 온기를 내놓는 모습은 꽃을 위해 자신의 영양분을 내어놓는 거름의 모습과 흡사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꽃들은 클로에의 몸에서 활짝 피어 수련을 없애주기는커녕, 그녀의 나머지 폐에 마저 병이 전이 되고 말았다. 만약, 거름의 희생으로 예쁜 꽃이 피어났다면 거름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각고의 희생과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는 사실에 거름, 콜랭은 점점 메말라 간다.

 

메말라가는 콜랭의 모습은 영화 후반에 다양한 요소들로 절실하게 드러난다. 먼저, 그는 초반의 당찼던 모습과 달리 점점 구부정해진다. 그가 입고 다녔던 다양하고, 세련된 정장들은 더는 등장하지 않으며 허름한 작업복만이 그의 일상복으로 남았을 뿐이다. 신기한 물건이 가득했던 그의 집도 그와 함께 망가지고, 작아진다. 사람의 손바닥만 한 생쥐 인간에게 거인의 궁전 같았던 그의 집은 어느 순간 생쥐 인간과 비례한 크기로 줄어들어 버린다.

 

콜랭은 자신의 공간이 아닌, 타자기로 가득한 공간에 등장해 클로에와의 행복한 결말을 억지로 써 내려 간다. 그곳 사람들에게 끌려나가면서도 결말을 바꾸려 발버둥 치는 그의 모습은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다. 작가가 정해둔 결말을 고치려 애쓰는, 현실에서는 그저 미약할 뿐인 책 속 주인공 같기도 하다. 그러나 콜랭의 몸부림은 아주 짧고 작은 소동이었을 뿐, 무심하고 냉정하게도 타자기들은 클로에의 병이 낫지 않음을 써낸다.

 

그가 웃음을 잃어감과 동시에 영화의 채도 또한 낮아진다. 다채로운 색감이 가득했던 <무드 인디고>는 주인공 콜랭과 클로에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비극에 치달으면서 완전히 흑백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동화 역시 쓸쓸하게 막을 내린다. 

 

▲ '무드 인디고' 스틸컷     ©프레인글로벌

 

영화 <무드 인디고>에서는 콜랭과 클로에의 사랑을 색으로 표현했다. 영화 초반부에는 그들의 설레는 마음을 대변하듯 색감이 알록달록하다가 비극적인 영화 후반부에는 색감이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색이 사라져 버렸다고 콜랭과 클로에의 사랑 또한 사라진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콜랭은 끝까지 클로에를 위해 제 한 몸 바쳐 희생했고, 클로에 또한 콜랭을 걱정했다. 비록 거름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행복한 결말은 아니다. 하지만, 얕은 해변보다 심해가 더욱더 어두운 것처럼,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오히려 너무 깊게 사랑하게 되었기에 색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무드 인디고>에 대한 견해는 영화를 되돌아볼 때마다 새롭게 정의된다. 그렇기에 여러 번 돌려보고 싶은 영화다. 또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콜랭의 친구인 시크와 앨리스의 이야기도 구석구석 눈여겨 볼 포인트가 많아 더더욱 돌려보기 좋다. 깊어져 가는 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영화를 여러분만의 견해를 깃들여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밤마다 읽지만, 읽을 때마다 그날의 느낌에 따라 감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소중한 한 권의 동화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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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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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1.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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