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의 흔하지 않은 위로 방법

우리는 어차피 외롭다

전소현 | 기사승인 2022/01/21

'혼자 사는 사람들'의 흔하지 않은 위로 방법

우리는 어차피 외롭다

전소현 | 입력 : 2022/01/21 [14:00]

[씨네리와인드|전소현 리뷰어삶에서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죽음, 세금, 그리고 외로움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서의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 철저하게 다루는 영화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관객인 우리에게 꽤나 편안한 소재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외롭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분의 외로움을 주문하며 살아가는 홀로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많은 영화들이 고독한 인간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특별함이라고 한다면 외로움이라는 큰 틀 안에서 ① 설명할 수 없는 인과성과 ② 감정 발현의 시간 격차로 인해 ③ 은밀한 위로 방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먼저 ① 설명할 수 없는 인과성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장면 간 연결성이 끈끈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진아는 혼자 밥을 먹다가 어디선가 울리는 굉음에 화들짝 놀란다. 그러나 다시 공허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밥을 먹을 뿐이다. 그 굉음에 대한 끈끈한 인과관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혼자 밥을 먹는 무표정의 진아, 외부의 그 어떤 것도 관심 없다는 태도, 집 밖으로 나가서 원인을 파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채 그저 지나가는 장면으로 묘사되며, 설명되지 않는 굉음으로만 남아있다. 이 장면은 진아가 굉음에 깜짝 놀란 것과 그 굉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관심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냉소적인 진아의 모습이 중요하다. 즉, 항상 외로웠던 진아는 외부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들에 침묵의 상태에서 집중할 뿐이다. 이에 항상 영화가 앞선 장면에 대한 인과를 밝혀야 한다는 전형성에서 탈피하여 외로움을 묘사하고 있다.

 

② 감정 발현의 시간 격차는 진아의 감정이 아주 예외적인 순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진아는 진상 고객을 맞이할 때도, 아빠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후배 수진이 자신을 귀찮게 굴 때도 전혀 감정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불현 듯, 라멘을 먹다가 ‘툭 터져버린 듯이’ 감정에 북받친다. 매일 가던 라멘집의 라멘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직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수진의 자리를 다 치워버리고, 늘 1등 전화상담원이던 면모를 잃은 채 전화를 엉망으로 받는다. 모든 것이 갑자기 엉켜버리고 진아는 울먹이다 뛰쳐나간다. 그리고는 해가 질 때까지 가로등 아래에 쭈구려 앉아서 슬픔을 삭힌다. 이러한 감정의 발현에 대한 원인은 라멘의 맛이 없어서도 아니고, 진아가 전화를 받을 줄 몰라서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삭혀온 외로움과 슬픔이 이제야 '갑자기' 표출된 것이라고 짐작된다. 진아는 겉으로는 ‘혼자가 편하다’며 자기 위로를 하지만, 사실상 혼자인 게 가장 어색하고 불편하고 괴로운 사람이었다.

 

옆집 남자가 죽었다고 했을 때도 무관심했던 진아지만, 사실상 그 죽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예측된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온 옆집 남자가 사실상 1주일 전에 죽었던 사람이며, 자신이 본 것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옆집 남자의 영혼인 것을 알았을 때 진아의 외로움은 최고조에 달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다루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이 바로 여기서 표출된다. 아주 뜬금 없이 라멘을 먹는 장면에서 갑자기. 그래서 더욱 특별한 연출이 된다.

 

③ 은밀한 위로 방법은 전형적인 위로가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슬퍼하고, 외로워하지 말아라” 와 같은 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외로울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존재이며 이는 공동체적 삶을 환기하면서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중요성도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상 손님이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으로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거웠던 2002년으로 가겠다는 선언, 그리고 이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함께 가고 싶다는 후배 수진, 바람 났던 아빠가 엄마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험금이 아니라 사실 교회 사람들의 친목 덕이었던 것, 죽은 옆집 남자를 새로 이사온 성훈이 제사를 지내주는 것 등 영화 곳곳에 외로움을 위로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었다. 이 장치들을 관객이 발견하는 순간, 은밀한 위로는 더욱 사려 깊고 묵직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진아는 자신의 외로움을 털기 위해 휴직을 하고, 드디어 엄마라고 저장되어 있던 이름을 아버지로 바꾼다. 여기서 아버지는 여전히 엄마보다는 거리감이 있는 존재이자 적당한 선을 긋고 싶은 존재지만, 진아 인생에서 또다른 새출발의 간접적인 메시지로서 묘사된다. 겨우 휴대폰 저장명 하나지만, 이러한 사소한 방식들이 쌓여 고독을 덜 수 있다는 위로가 영화에서는 휴대폰이라는 작은 화면에서 의외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또한 제3자의 존재 덕분에 진아가 외로움을 딛고 내적 성장을 하기 보다,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위로하는 방식이 참신한 연출이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결론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진아의 각양각생의 냉소적인 점들로 존재하여 하나의 풍경이을 완성한다. 이 풍경은 외로움이라는 큰 틀을 무겁게 끌어 안고 있지만, 관객에게 2차 가해가 되기 보다 의외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위로하는 방식이 된다. 결국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분의 외로움을 안고 사는 우리를 투영하면서 세심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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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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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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