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요? 연애에 어떻게 로맨스가 빠지나요?

Review|'연애 빠진 로맨스'(Nothing Serious, 2021)

전소현 | 기사승인 2022/01/24

'연애 빠진 로맨스'요? 연애에 어떻게 로맨스가 빠지나요?

Review|'연애 빠진 로맨스'(Nothing Serious, 2021)

전소현 | 입력 : 2022/01/24 [11:03]

[씨네리와인드|전소현 리뷰어연애가 빠진 로맨스라. 로맨스를 사전에 검색해 보면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연애가 빠진 로맨스라면 '남녀 사이의 이야기' 정도로 간주하는 게 맞겠다. 이는 21세기 2030세대가 연애 없는 로맨스 관계에 거부감이 적다는 것에서 비롯된 설정으로 보인다. 보수적인 과거 한국 사회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결혼을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가 가능했다면, 요즈음은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 교류되지 않아도 가볍고 쿨하게 유사 연애를 즐긴다는 점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가 가능하다. 주인공 박우리함자영의 연애 빠진 로맨스 관계도 우리 주변에서 그다지 낯설지 않기 때문에, 연출의 재료로서 설정 되었을 것이다.

 

박우리함자영은 데이팅 어플에서 만나게 되고, ‘우리자영과의 만남을 토대로 한 19금 칼럼을 쓰게 된다. ‘자영은 자신과의 모든 이야기가 겨우 우리의 칼럼에서 소비되는 자본주의 산물임을 알게 될 때, 큰 배신감을 느끼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물론 자영은 다시는 연애라는 감정 노동 따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상황이지만, 한 번만 더 사람을 믿고 또다른 연애를 시작하길 조심스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듯이, 믿고 싶지 않지만 믿게 되고, 기대하고 싶지 않지만 기대하게 된다. 인생도 연애도 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갑갑한 상황에서 자영은 행복해지기 위해 연애부터 하지 않기로 다짐했으나, 이러한 다짐은 사실 힘이 없던 것이다.

 

연애가 빠진 로맨스를 나눈다고 해도, 완벽하게 연애 감정이 배제될 수 있을까? 어느정도 서운하고, 어느정도 기대하게 되는 게 당연지사다. 다소 보수적인 내가 보기에는 주인공 이들이 전적으로 연애가 개입된 로맨스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자영은 자신들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 하고 유사 연애 정도로 합리화를 하게 된다.

 

▲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 트웰브져니(주)

 

사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묵직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도, 유의미한 영화적 연출이 내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킬링 타임용 영화, 전형적인 한국 로맨스 코미디 딱 그 뿐이다. 칼럼을 쓰기 위해 데이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 재료로서는 흔할 뿐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칼럼을 쓴 사실이 들킬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종국에는 우리자영은 다시 화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것이라는 점 모두 예측되는 부분이다.

 

사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다양한 조연 배우들을 억지로 출연시켜 영화를 무리수로 확장하려 했다는 점이다. 잘 만든 영화는 중심축 하나를 잡고 주연 배우들 간의 호흡으로 충분히 2시간 가량의 서사를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 이야기에서 나아가 인생 교훈을 전달해야한다는 지독한 의무감에 빠져있다. 자영의 친구들 역할까지는 다채로운 연출을 위해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다. 이성에 관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로 친구들 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의 할머니(김영옥 배우)나 아빠(김광규 배우)는 꼭 필요한 역할이었던 것인지, 그들이 던지는 대사가 얼마나 농도 깊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그들은 연애 빠진 로맨스라는 중심축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영의 삶에 영향력을 주는 인물들로서 설정된 것으로 보이나, 그 힘은 매우 미미하다. 특히나 자영의 할머니 대사에서 주인공도 해보고 엑스트라도 해보고 조연도 해보고 그렇게 사는 게 재미제라고 말한 부분은 아주 훌륭한 배우에게 맡겨진 대사치고 너무나 전형적이고 평범했다. 큰 영향력이 없는 조연의 설정은, 영화의 다채로움을 주기보다 난잡함을 주기도 한다.

 

클리셰이긴 하지만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는 학자금 대출, 취업난, 상처로 범벅된 연애와 결혼 서사, 친구와 맥주 한 잔 하며 주고받는 이성 이야기 등 한국의 현실적인 스토리가 적절히 반영된 것으로 관객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것도-심오하고 다소 찝찝한 영화적 여운을 전달하지는 못하지만-영화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한국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의 미래 숙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형성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어야 만이 한국 로맨스 코미디도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연애 빠진 로맨스>15세 영화라기엔 선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당황스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쿨하지 못한 내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연애 빠진 로맨스>19세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15세 영화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심의를 통과한 느낌이었다. 할리우드의 정서를 따라하면서도, 할리우드를 넘어서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적 연출을 자연스럽게 여겨야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영화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자제하게 되는 것이 연극이라고 한다면, 애매하게 가리고 일부분만 편집하여 상상을 자극하는 연출을 통해 장면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미디어의 무기이다. 그러한 점에서 선정적인 장면의 묘사도 영화 미디어의 무기로서 긍정적으로 활용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을 뒤로하고 '연애 빠진 로맨스'는 현 세대가 느끼는 로맨스란 과연 무엇인지 곱씹는 계기가 되어 준다. 솔직하고 또 당당한, 아프지만 또 꿋꿋한, 단념하게 만들면서도 또 도전하게 만드는, 그런 젊음의 사랑(혹은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랑)이 근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구세대적인 로맨스에 매몰될 필요는 없는 것이겠지.

 

결론적인 총평으로 <연애 빠진 로맨스>는 아주 가볍게 보면 좋을 듯하다. 관계에 있어 너무 진지하면 오히려 감정적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요즈음이라 연애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현대의 2030에 대해 개인적인 슬픔과 안타까움이 많았는데, 그냥 흘러가는 강물처럼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로맨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새로운 생각이 든다. 내버려 두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편견들이 아주 조금은 사라지고 있다. 여전히 깨버리기 어려운 사상이고, 동시에 세대 격차의 지표가 되기도 하겠지만.. 그래서인지 로맨스에도 분명히 유행이 있어 보인다.

 

▲ '연애 빠진 로맨스' 포스터.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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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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